트럼프 ‘관세 25%’ 재언급에 흔들리는 K-자동차
||2026.02.01
||2026.02.01
미국 자동차 관세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다시 부상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를 25%로 재인상하겠다고 밝히면서, 관세 부담 완화를 전제로 형성됐던 국내 자동차 업계의 실적 개선 기대가 흔들리는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6일(현지시각) 한국 의회가 한·미 무역 합의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며 관세를 다시 25%로 인상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 소셜(Truth Social)’에 “이재명 대통령과 나는 2025년 7월 30일 양국에 이익이 되는 무역 협정을 체결했고, 10월 29일 한국 방문 당시 그 내용을 재확인했다”며 “그러나 한국 국회는 이 협정을 승인하지 않은 것 아니냐”고 적었다.
이어 “한국 국회가 우리의 무역 협정을 입법화하지 않았기 때문에 자동차와 목재, 의약품 등 모든 상호관세를 15%에서 25%로 인상한다”고 밝혔다. 그는 발표 하루 만에 “한국과 협상할 의사가 있다”고 덧붙였지만, 자동차 업계는 발언의 진정성보다 정책 불확실성 자체에 더 주목하는 분위기다.
미국 수출 비중이 절대적인 한국 자동차 산업 구조상 관세 변수는 곧바로 실적과 직결된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의 경우 북미 시장이 판매와 이익의 핵심 축을 담당하고 있다. 관세 인상 가능성이 현실화될 경우 가격 경쟁력 약화는 물론, 생산·투자 전략 전반을 다시 짜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현대차와 기아는 아직 관세 영향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상태여서 위기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 양사가 발표한 2025년 실적을 보면 관세 부담이 수익성 저하로 직결된 흐름이 수치로 확인된다.
현대차는 2025년 연결 기준 매출 186조2545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11조4679억원으로 19.5% 줄었다. 고부가가치 차종 판매 확대와 제품 믹스 개선, 환율 효과로 매출은 늘었지만 관세 부담과 글로벌 인센티브 증가가 수익성을 압박했다는 설명이다.
기아 역시 관세 영향을 피하지 못했다. 기아는 지난 28일 2025년 연결 기준 매출 114조1409억원을 기록해 2년 연속 매출 100조원을 넘겼다고 밝혔다. 매출은 전년 대비 6.2%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9조781억원으로 28.3% 감소했다. 영업이익률도 3.8%포인트 낮아졌다.
현대차와 기아의 2025년 합산 매출은 300조3954억원으로 처음으로 300조원을 넘어섰다. 그러나 합산 영업이익은 20조5460억원으로 전년 대비 23.6% 감소했다. 외형 성장에도 불구하고 관세 비용이 이익을 잠식한 구조다. 2025년 양사가 미국 자동차 관세로 부담한 비용은 총 7조2000억원으로, 현대차가 4조1000억원, 기아가 3조1000억원을 각각 부담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공식적으로 밝힐 수 있는 내용은 없다”고 말했다.
문제는 관세가 다시 25%로 고정될 경우 부담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과거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산 자동차에 25% 관세를 부과했을 당시 대미 자동차 수출은 관세 부과 기간 내내 감소세를 보였다. 2025년 대미 자동차 수출액은 301억5000만달러로, 전년 대비 13.2% 줄었다. 특히 미 행정부의 전기차 구매 보조금 폐지 이후 전기차 수출은 월간 기준 ‘제로’에 가까운 수준까지 떨어진 바 있다.
올해 미국 자동차 시장 수요가 둔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부담을 키운다. 수요가 정체된 상황에서 관세 인상까지 겹칠 경우 가격 인상으로 대응하기도 쉽지 않다. 업계 안팎에서는 관세가 다시 현실화될 경우 수익성 악화는 물론, 가격 전략과 생산 물량 배분, 현지 투자 계획까지 전면 재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GM 한국사업장도 예외는 아니다. 한국 생산 물량 대부분을 미국으로 수출하는 구조인 만큼 관세 인상 시 수익성 타격이 불가피하다. 최근 GM이 한국 시장에 대한 전략적 투자를 확대하고 여러 브랜드를 순차 도입하고 있는 상황에서, 관세 부담이 사업 지속성 자체를 흔들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관세가 장기화될 경우 미국 현지 생산 확대 외에는 선택지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이는 결국 국내 생산과 고용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허인학 기자
ih.heo@chosunbiz.com
고객님만을 위한 맞춤 차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