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지까지 번진 메모리 대란, 저장 공간 활용 전략 [권용만의 긱랩]
||2026.01.31
||2026.01.31
최근 인공지능(AI) 서비스와 인프라 수요의 폭증에 따른 ‘메모리 대란’이 스토리지까지 번지고 있다. 국내 소매 시장에서도 최근 두 달여간 SSD(솔리트 스테이트 드라이브) 가격은 두 배로 뛰었고, HDD(하드 디스크 드라이브)도 제법 가격이 올랐다. SSD에 사용되는 낸드플래시 제조 업체들은 “올해 생산량은 이미 다 판매됐다”는 입장이다. PC의 기본 저장장치 구성도 이제 가격적 문제로 1TB(테라바이트)급 구성이 줄고 500GB(기가바이트)급이 다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최신 PC의 스토리지 구성은 고성능 NVMe SSD를 중심으로 소수의 고성능 고용량 SSD를 사용하는 형태로 최적화돼 왔다. 이제 최신 노트북 PC에는 내부에 하드 디스크를 장착할 수 없고, 데스크톱 PC에서도 기껏 해야 하드 디스크 두 개 정도가 현실적인 한계다. PC가 여러 대라면 모든 PC에 고용량 스토리지를 장착하는 것도 제법 부담스럽게 됐다. 이런 상황이라면 개인 사용자 환경이라도 스토리지 구성과 운영에 대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스토리지 용량 활용성 극대화로 접근하는 대용량 NAS
현재 노트북 PC에서 SSD는 많아야 두 개 정도 장착할 수 있다. 데스크톱 PC에서도 보통 SSD 두 개와 HDD 두 개 정도면 공간적 한계에 직면한다. 성능과 편의성을 위해서는 고용량 SSD 한두 개만으로 쓰는 것이 최선이다. 하지만 용량당 비용이 두 배쯤 증가한 상황에서는 선뜻 업그레이드를 결정하기 어렵게 됐다. PC가 여러 대면 모든 PC에 만족스러운 용량의 SSD를 장착하는 것도 부담스러워졌다. 현재 윈도11 환경과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는 경우는 500GB 정도면 무난하지만, 게임을 즐긴다면 1TB도 답답하다.
여러 대의 PC에 모두 충분한 로컬 저장 공간을 쓸 수 없다면 NAS(네트워크 결합 스토리지) 등 ‘공유 스토리지’가 대안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접근법은 엔터프라이즈 스토리지 인프라에서도 꽤 오래전부터 고민해 온 문제다. 여러 대의 PC에 각자 스토리지를 장착하는 것보다 고속 네트워크로 연결된 대형 공유 스토리지에 저장 공간을 집중시키면 실제 저장 공간의 낭비를 줄여 더 효율적인 사용이 가능하다. 각 PC별로 남은 스토리지는 다른 PC에서 쓰기 어렵지만, 공유 스토리지에서 남은 스토리지는 다른 사용자가 쉽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시장에서 SSD 가격은 용량이 클수록 더 크게 올랐지만, HDD는 조금 다른 양상을 보인다. 일반적으로 구매를 고려할 만한 8TB 모델은 이전보다 가격이 올랐지만, 드라이브 가격 자체가 높았던 20TB 이상의 고용량 제품군은 상대적으로 변화가 덜했다. 즉, 지금은 오히려 고용량 드라이브가 더 ‘가성비’가 있고, NAS 등의 공유 스토리지와 함께 사용하면 공간 활용도 극대화할 수 있다. 한편, NAS 등의 공유 스토리지는 꼭 기성 제품일 필요는 없으며 구형 PC를 재활용해 충분히 직접 만들어볼 만한 수준이다.
네트워크 연결된 공유 스토리지의 장점은 여러 대의 PC가 같은 데이터를 볼 수 있는 ‘편리함’이다. 또한 여러 대의 PC에 데이터를 복사하고 동기화해 둘 필요없이 같은 데이터를 읽고 쓸 수 있다는 점은 데이터의 중복에 따른 낭비를 줄이는 장점으로도 이어진다. 공유 스토리지를 잘 활용하면 PC에 직접 연결된 로컬 스토리지의 용량이 적더라도 큰 문제가 없고, 중복된 데이터로 인한 낭비를 줄여 구입 비용을 아낄 수 있다. 체감적으로는 같은 용량이라도 공유 스토리지로 사용하는 편이 더 큰 공간으로 느껴질 것이다.
대부분 NAS와 PC는 공유 폴더나 네트워크 드라이브 방식으로 연결하지만, IP 네트워크를 통해 서버와 스토리지를 연결하는 기술인 ‘iSCSI’를 활용하면 NAS의 일부 공간을 PC의 로컬 디스크처럼 인식시킬 수도 있다. 다만 iSCSI로 연결된 저장 공간은 단일 PC에만 할당되기 때문에 다른 PC와 동시에 공유할 수는 없지만 실제 사용량만큼만 할당하는 ‘씬 프로비저닝’ 등 유연한 공간 할당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효율상의 장점이 있다. 이러한 기술도 이제 기업 환경의 전문 스토리지 장비뿐 아니라 일반 사용자용 NAS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
성능 측면에서는 HDD 기준이라면 PC에 직접 연결한 경우와 NAS를 사용한 경우 사이에 큰 차이가 나지 않을 수도 있다. 최신 고용량 HDD의 최대 전송 속도는 280MB/s 수준으로, 이는 2.5Gbps 이더넷 환경에서 충분히 대응 가능하다. 보편적인 기가비트 이더넷도 120MB/s 정도의 전송 속도로 실용적인 활용이 가능하다. 와이파이 7이나 2.5Gbps급 연결 환경이라면 HDD를 PC에 직접 연결한 것과도 큰 차이 없다.
한편, 네트워크로 연결되는 공유 스토리지는 집 안에서는 편리하지만 외부에서는 사용이 만만찮은 경우가 많다. 이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기술이 VPN(Virtual Private Network)이다. 현재는 인터넷 공유기나 NAS, PC 서버 수준에서도 오픈VPN, 와이어가드(Wireguard) 등을 이용해 쉽게 VPN을 구축할 수 있다. 외부에서 공유 폴더 등을 쓰기 위해 공유기에서 관련 포트를 외부로 개방하는 방식은 반드시 피해야한다.
중복 저장 줄이는 ‘외장형 드라이브’, 클라우드 동기화는 ‘필요한 것만’
PC의 저장 공간이 넉넉해지고 클라우드 서비스가 보편화되면서 관심사에서 멀어졌던 ‘외장형 드라이브’도 다시 주목할 만하다. 보통 USB 인터페이스로 연결되는 외장형 SSD는 USB 포트로 간편하게 연결할 수 있고, 충분히 좋은 성능을 제공해 활용도가 높다. PC를 사용 때마다 외장형 드라이브를 꺼내서 연결하는 것은 번거롭지만, 가끔 대용량 저장 공간이 필요할 때는 매력적인 선택이다. 특히 외장형 SSD는 가볍고 전력 소모도 적으며 성능도 충분히 우수하다.
외장형 SSD가 효과적인 활용처 중 하나는 ‘게임’이다. 스팀 등의 서비스에서 사용할 저장 공간으로 외장 SSD를 등록해서 다운로드를 받아 두면, 이 드라이브를 다른 PC에 연결했을 때 수십 기가바이트에 달하는 게임을 다시 다운로드 받는 수고를 덜 수 있다. 여러 PC에 직접 설치하는 것과 비교하면 PC당 수십 기가바이트의 용량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가장 널리 쓰이는 스팀은 이런 방식의 활용을 잘 지원하지만 ‘에픽게임즈 스토어’나 ‘마이크로소프트 스토어’의 경우는 이런 활용이 제한적인 점이 아쉽다.
영상 등 대용량 애셋을 다루고 PC 이동이 잦은 작업 환경에서도 외장형 SSD는 유용하다. 다만 USB 인터페이스는 대용량 데이터 전송에서 신뢰성이 높은 인터페이스가 아니기 때문에 주 작업 공간으로 사용하는 것은 권장하지 않는다. 작업 과정에서 외장형 SSD를 사용하더라도 핵심 데이터는 시스템 내장 드라이브로 옮겨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런 경우 주로 작업할 한 대의 PC에 자원을 집중해 데이터 이동 자체를 최소화하는 것이 최선책이다.
PC나 스마트폰과 동기화되는 클라우드 서비스의 활용도 이제는 효율을 고민할 시점이다. 원칙적으로는 클라우드에 올라간 데이터는 PC에도 복사본을 보유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위치와 용도에 따라 꼭 필요한 데이터만 선택적으로 동기화하는 편이 효과적이다. 예를 들어 대용량 사진 라이브러리는 NAS와 클라우드간에만 동기화하고 디바이스에서는 클라우드 기반으로 사진을 열람하고 관리하면 모든 디바이스에 모든 데이터를 동기화하는 것보다 저장 공간, 데이터 사용량, 배터리 소모를 모두 줄일 수 있다.
현재 구글 드라이브나 마이크로소프트 원드라이브, 드롭박스 등 주요 서비스에서는 필요한 만큼의 공간만 활용할 수 있는 동기화 옵션을 제공하고 있다. 이런 옵션을 활용하면 일단 모든 데이터가 목록에는 표시되지만 실제 다운로드는 사용할 때만 이뤄진다. 잘 활용하면 클라우드 동기화에 따른 저장 공간과 데이터 사용 부담을 줄이면서도 편리함을 유지할 수 있다.
좀 더 근본적인 해결책은 사용자의 데이터 자체를 줄이는 것이다. 우선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중복된 데이터나 의미 없는 데이터, 잘 사용하지 않는 프로그램을 정리하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다. 데이터 이동과 보존 측면에서 클라우드 서비스는 적절히 활용하면 편의성과 안정성을 모두 확보수 있다. 더 나아가 콘텐츠 소비 방식에서도 꼭 ‘영구 보존’만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 데이터 폭증의 시기에 마주한 지금의 상황은 우리가 쌓아온 데이터가 진정한 가치를 지니는지 되돌아볼 기회이기도 하다.
권용만 기자
yongman.kwo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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