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인 묻지 마세요"… 직판제 택하는 수입차 업계
||2026.01.31
||2026.01.31
수입차 시장의 판매 구조가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주요 수입차 브랜드들이 직판제 판매 방식을 잇달아 도입하면서, 그간 관행처럼 이어져 온 할인 중심 거래가 줄어드는 흐름이다. 업계는 가격 투명성과 유통 효율 제고를 변화의 배경으로 꼽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체감 가격 상승과 선택권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직판제는 제조사가 차량 가격과 판매 조건을 직접 통제하는 구조다. 기존에는 딜러가 차량을 매입한 뒤 재고 상황과 판매 전략에 따라 할인 폭을 조정했다. 소비자는 전시장 간 가격을 비교하거나 구매 시점을 조절해 실구매가를 낮출 수 있었다. 하지만 직판제 체제에서는 이러한 가격 협상 구조가 크게 제한된다.
제조사 입장에서는 가격 통제력 강화와 재고 관리 효율 개선이라는 이점이 있다. 할인 경쟁으로 인한 브랜드 가치 훼손을 막고, 국가·지역별 가격 차이를 줄일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거론된다.
반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명목 가격이 유지되더라도 실질 구매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할인은 단순한 혜택이 아니라 구매 시점을 결정하는 핵심 변수로 작용해 왔기 때문이다.
수입차 업계에서 직판제를 가장 먼저 도입한 제조사는 혼다다. 혼다는 2022년 온라인 판매 플랫폼을 도입하며 사실상 정찰제를 시행했다. 시승부터 계약, 결제까지 전 과정을 온라인으로 일원화했다.
이에 따라 기존 딜러 전시장은 차량 설명과 체험 중심의 공간으로 역할이 바뀌었다. 판매 효율과 수익성 개선이 목적이었지만,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구매 과정은 단순해졌지만 가격 경쟁력은 체감하기 어렵다”는 반응도 나왔다. 딜러 간 경쟁이 사라지면서 실구매가를 낮추기 어려워졌다는 이유에서다.
스텔란티스코리아가 푸조에 도입한 ‘안심 가격 보장제’ 역시 같은 흐름으로 해석된다. 비공식 할인 사례가 적발될 경우 기존 구매자에게 차액을 보전하겠다고 공식화한 것은 가격 일관성을 강화하고, 중고차 가격 방어를 노린 전략으로 평가된다.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도 오는 4월 13일부터 직판제 전략인 ‘리테일 오브 더 퓨처(Retail of the Future)’를 본격 도입할 예정이다. 이는 기존 딜러사별로 달랐던 재고와 가격 구조를 통합하는 방식으로, 중앙 집중형 판매·프로모션 운영과 계약·결제 절차 변화가 포함된다.
벤츠 측은 해당 방식이 독일, 영국, 스웨덴 등 주요 시장에서 이미 운영되고 있으며, 가격 투명성과 서비스 일관성 측면에서 성과가 있었다고 설명한다.
다만 업계에서는 할인, 사은품, 금융 조건 등 개별 협상 요소가 줄어들 가능성에 주목한다. 한 수입차 딜러 관계자는 “정찰제가 정착되면 소비자가 체감하는 선택지는 차종과 옵션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정찰제 도입은 중고차 시장에도 영향을 미친다. 과도한 할인 경쟁으로 신차 가격이 흔들리며 중고차 잔존가치가 급락해 온 점을 고려하면, 가격 안정화는 긍정적 요소로 평가된다. 다만 이러한 효과는 중장기적으로 나타나는 반면, 소비자가 당장 체감하는 변화는 신차 구매 가격 상승이라는 점에서 괴리가 존재한다는 지적도 있다.
정보 구조 역시 달라진다. 과거에는 딜러 간 경쟁이 가격 정보 공개를 촉진했다면, 정찰제 체제에서는 제조사가 제시한 가격이 사실상 유일한 기준이 된다. 가격이 투명해졌다고 해서 반드시 합리적인 가격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정찰제 확산은 단순한 판매 방식 변화가 아니다. 수입차 시장에서 가격 결정권이 소비자와 딜러에서 제조사로 이동하는 구조적 전환에 가깝다. 이 변화가 장기적으로 시장 신뢰를 높일지, 아니면 소비자 체감 부담을 키우는 방향으로 굳어질지는 아직 엇갈린다. 업계 관계자는 “정찰제가 소비자 친화적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가격 통제뿐 아니라 금융 조건, 서비스, 보증 등 체감 혜택을 함께 제시하는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허인학 기자
ih.he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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