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횡포 못 참는다”… 유럽서 월드컵 ‘보이콧’ 목소리 커져
||2026.01.29
||2026.01.29
유럽을 중심으로 오는 6월 개막하는 2026년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에 정부 대표단을 보내지 말자는 ‘보이콧(참가 거부)’ 주장이 나오고 있다. 대회 개최국 중 하나인 미국의 대내외 정책에 대한 불만이 고조된 영향이다.
28일(현지 시각) 워싱턴포스트(WP)는 “유럽에서는 월드컵 보이콧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으며, 미국이 대회를 개최할 자격이 있는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유럽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그린란드 병합’에 반대하는 국가들에 보복성 관세를 부과하고, 이민자들을 강경 진압하는 과정에서 사망자가 잇따라 발생한 것을 두고 ‘선을 넘었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스페인 매체 디아리오 AS에 따르면, 네덜란드의 유명 방송인 테운 반 드 쿠켄이 주도한 네덜란드 대표팀 월드컵 보이콧 촉구 청원에는 지금까지 13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동참했다. 청원서에는 “우리는 축구 선수들이 대회에서의 활약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여권 소지 여부와 관계없이 무고한 이민자들에게 자행하는 폭력적인 정책을 암묵적으로 지지하는 상황을 원하지 않는다”고 적혀 있다.
유럽 정치권에서도 좌우를 가리지 않고 보이콧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프랑스의 좌파 성향 국회의원 에릭 코케렐은 “이웃 나라를 공격하고 그린란드를 침공하겠다고 위협하며 국제법을 파괴하는 나라에서 경기를 치르는 것 자체가 부당하다”고 비판하며 자국 대표팀의 보이콧을 촉구했다.
영국에서는 진보 성향 의원 20여 명이 미국 대표팀의 월드컵 출전을 제한해야 한다고 촉구하는 결의안을 의회에 상정했다. 이들은 “FIFA를 포함한 국제 스포츠 기구들은 미국이 국제법을 명확히 준수하고 다른 국가의 주권을 존중한다는 점을 입증할 때까지 월드컵 및 기타 주요 국제대회에서 미국의 참가를 금지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독일의 유력 타블로이드 신문 빌트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독일 국민의 약 47%가 그린란드 합병이 이뤄질 경우 보이콧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 합병을 두고 위협적인 발언을 쏟아내자 집권당 소속 중도우파 정치인 위르겐 하르트는 독일의 보이콧이 “(미국에 대한) 최후의 수단”이 될 수 있으며, 트럼프를 “정신 차리게 만들” 조치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스포츠계의 반발은 더욱 거세다. 아프리카 여러 국가대표팀을 지도한 프랑스의 유명 축구 감독 클로드 르 로이는 최근 르몽드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아프리카 국가들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대폭 삭감한 점을 언급하며, 그가 월드컵의 영광을 누릴 “자격이 없다”고 비판했다. 제프 블라터 전 FIFA 회장 역시 최근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팬들에게 할 조언은 하나뿐이다. 미국에 가지 마라”라고 적으며 월드컵 보이콧 움직임에 동참했다.
이 모든 논란의 중심에는 트럼프 대통령과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이 있다. WP는 “트럼프 대통령은 수개월 동안 캐나다, 멕시코, 미국 등 여러 도시에서 열릴 이 축구 대회를 자신의 업적의 일부로 묘사해왔고, FIFA 역시 그의 뜻에 보조를 맞춰왔다”고 전했다. 인판티노 회장은 트럼프 대통령과 유례없이 밀착된 관계를 유지해왔으며, 그 일환으로 트럼프 대통령에게 ‘FIFA 평화상’을 수여하기까지 했다.
더구나 트럼프 행정부의 반이민 정책은 각국 대표팀 사이에서 미국의 개최국 자격에 대한 의문은 물론, 월드컵 참가 자체가 가능한지에 대한 불안감까지 키우고 있다. 미국이 수십 개 국가의 비자 발급을 무기한 중단하면서 아이티, 이란 등 일부 국가 출신 선수와 스태프, 팬들은 대회에 참가할 수 있을지조차 불확실한 상황이다. 이를 이유로 이란은 작년 11월 월드컵 조 추첨을 보이콧하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다만, 유럽에서 제기되는 보이콧 목소리가 실제 실현되기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등오나 스포츠에 대한 전 세계적인 열망이 개최국의 도덕적 논란을 압도해온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2018년 개최국 러시아는 크림반도 병합으로 비판을 받았고, 2022년 개최국 카타르는 인권 문제와 이주 노동자 처우 문제로 거센 비판에 직면했지만 결국 월드컵은 계획대로 열렸다.
영국 가디언의 스포츠 에디터 알렉산더 압노스는 “권위주의적이거나 파괴적인 국가에서 월드컵을 개최하는 일은 새로운 일이 아니다”라며 “보이콧은 수익 손실을 의미하고, 일정은 재편성이 거의 불가능할 정도로 엉키게 될 것이다. 그리고 FIFA가 어떤 정부와 밀착하든 상관없이 축구라는 종목 자체는 아무런 타격도 받지 않을 것이라는 인식이 축구계 최고위층에 퍼져 있다”고 분석했다.
고객님만을 위한 맞춤 차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