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꼬리표에도… 하나·한투, 예별손보 관심 이유는?
||2026.01.29
||2026.01.29
부실 금융사 꼬리표를 단 예별손해보험(구 MG손보) 인수전에 뜻밖의 원매자들이 몰렸다. 건전성 비율이 마이너스로 추락했던 회사에 하나금융지주와 한국투자금융지주, 미국계 사모펀드 JC플라워가 동시에 뛰어들었다.
당초 시장에서는 원매자 확보조차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지만, 예상을 뒤엎고 예비입찰에 3곳이 참여했다. 단순 저가 매입 기대를 넘어 각 그룹의 사업 전략과 맞물린 판단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예금보험공사는 최근 진행한 예별손보 공개매각 예비입찰에 하나금융과 한국투자금융, JC플라워 등 3곳이 인수의향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예보는 2022년부터 다섯 차례 매각을 추진했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2024년 말 메리츠화재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으나 노조와의 갈등으로 인수를 포기하면서 거래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예별손보는 MG손해보험의 보험계약과 자산을 이전받아 설립된 가교 보험사다. 출범 전 MG손보의 지급여력비율은 -23.01%에 달했다. 사실상 정상 영업이 어려운 수준이다. 이번 거래가 무산될 경우 예별손보가 관리 중인 계약은 대형 손보사로 이전된다.
예별손보는 여전히 대규모 자본 확충과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매물이다. 단기간 수익 회복을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그럼에도 원매자가 몰린 것은 각 금융그룹이 처한 구조적 과제와 맞물린 전략적 판단이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보험사를 통한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과 수익 구조 안정화 필요성이 이번 입찰 참여의 배경이라는 분석이다.
하나금융은 그룹 수익 구조에서 은행 비중이 과도하게 높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순이익 가운데 은행 부문 비중은 91.3%에 달한다. 비은행 부문 확대 필요성은 수년째 제기돼 왔지만 뚜렷한 돌파구를 찾지 못했다.
특히 손해보험 부문의 적자 탈출이 시급한 과제로 꼽힌다. 하나금융은 2020년 자동차보험 중심의 더케이손보를 인수하며 손보업에 본격 진출했지만, 이후에도 이렇다 할 실적 개선을 이루지 못했다. 하나손보는 최근까지 대부분 연도에서 적자를 기록했다.
하나손보는 자동차보험 중심 구조를 조정하고 장기보험 비중 확대를 추진해 왔다. 건강보험 상품 확대와 영업 채널 정비를 통해 사업 구조 다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예별손보 인수가 손보 부문 외형 확대와 포트폴리오 보완을 동시에 노린 행보로 보고 있다. 특히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비은행 부문 강화 필요성을 직접 언급했던 만큼, 인수 의지는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한국투자금융은 그룹 이익의 80% 이상이 한국투자증권에서 발생하는 구조다. 증권업 실적에 따라 그룹 전체 실적이 크게 좌우되는 구조로, 자본시장 환경 변화에 대한 민감도가 높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증시 거래대금 감소나 금리 변동기에는 실적 변동성이 확대될 수밖에 없다.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회장은 지난해 3월 보험사 인수 추진을 공식화한 이후 지속적으로 매물을 검토해 왔다. BNP파리바카디프생명과 롯데손해보험 인수도 한때 검토 대상에 올랐다. 보험업 진출을 통한 사업 다각화에 대한 관심이 일회성이 아니라는 평가다.
한투는 보험사가 조달한 장기 자금을 증권·자산운용 부문에서 운용하는 구조를 구상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에서는 증권과 보험을 한 그룹 안에 두고 고수익 구조를 구축한 메리츠금융을 벤치마킹 대상으로 삼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보험 부채와 자본시장 운용 역량을 결합해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변액보험과 연금, 퇴직연금 시장과의 연계 역시 장기 전략에 포함돼 있다.
JC플라워는 KT캐피탈과 HK저축은행 등을 인수한 이력이 있는 미국계 사모펀드다. 국내 금융권 구조조정 시장에 꾸준히 참여해 왔다.
앞서 2024년 MG손보 공개매각에도 참여하며 높은 관심을 보였다. 당시 실사 기간 연장을 요청했지만 본입찰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이번 입찰은 당시 거래 무산 이후 재도전 성격으로 해석된다. 2023년에는 ABL생명과 KDB생명 인수 예비입찰에도 참여했다. 국내 보험·금융사 매각 시장에서 주요 매물이 나올 때마다 검토 대상에 올려온 셈이다.
세 곳 모두 예금보험공사의 자금 지원 가능성을 전제로 사업성을 검토하고 있다는 점은 공통적이다. 예보 자금이 유상증자 형태로 투입될 경우 건전성 비율 개선 효과가 즉시 나타난다.
앞서 메리츠화재가 인수를 검토할 당시에도 수천억원 규모의 예보기금 지원 여부가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거래에서도 지원 규모가 핵심 변수로 꼽힌다.
노조 리스크가 줄어든 점도 긍정 요인이다. 예별손보 전환 과정에서 인력이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 인건비 부담과 조직 반발이 동시에 약화됐다.
업계는 원매자의 자금력과 장기 경영 의지가 거래 성패를 가를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각사 이해관계가 뚜렷해 인수 의지는 충분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현재 예별손보 인수에 필요한 자금이 약 1조3000억원 정도로 추산되는 만큼, 예보기금 지원이 얼마나 이뤄지는지가 최대 관건으로 여겨진다”고 말했다.
전대현 기자
jdh@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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