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차 사고나면, 책임은 소비자가? [줌인IT]
||2026.01.29
||2026.01.29
“자율주행 차량 사고요? 개인이나 보험사가 제조 결함을 증명해야 하는데, 그게 어디 쉽습니까. 운전자가 독박쓰는거죠.”
자율주행 기술이 날이 갈수록 고도화되고 있지만, 사고 수습은 기술 발전에 비하면 더디기만 하다. 사고가 나도 제조사 책임을 입증하는 절차가 사실상 가로막혀 있기 때문이다. 보험사 관계자의 푸념이 단순히 푸념이 아닌 이유다.
자율주행은 운전자가 어느 정도 개입하는지에 따라 0~5단계로 나뉜다. 현재 도로 위를 달리는 대부분의 승용차는 운전자가 항상 전방을 주시하며 핸들을 잡아야하는 ‘레벨 2(주행 보조)’ 단계다. 현대차의 HDA2나 테슬라의 오토파일럿이 대표적이다.
레벨3 정도라면 시스템이 주행을 담당하되 특정 상황에서 운전자 개입이 필요한 수준이다. 국내에서는 지자체 심야 자율주행 택시, 버스 등 일부 시범 사업 차량에 제한적이나마 적용되고 있고, 점진적으로 일반 승용차까지 확대될 예정이다. 최근 도입된 테슬라의 완전감독형 자율주행(FSD)은 사실상 레벨 3 수준의 성능을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행법상 자율주행 중 발생한 불가피한 사고에 대해서는 운전자 책임을 면제할 수 있는 근거 규정이 마련돼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실제 사고 현장에서는 현실성 없는 얘기일 뿐"이라고 한다. 사고 원인이 시스템 결함 때문이라는 점을 운전자나 보험사가 직접 입증해야 하기 때문이다.
보험사들도 구상권 청구에 난색을 표한다. 사실상 레벨 3급 성능을 구현한 신형 테슬라(FSD) 등도 사고 발생 시에는 레벨 2(부분 자율주행)로 간주하고 있다. 사고 책임이 전적으로 운전자에게 귀속되는 레벨 2 기준을 적용받다 보니 운전자가 시스템 결함을 직접 입증하지 못하는 한 운전자 과실을 피할 수 없다. 향후 레벨 3 양산화로 도로에 관련 차량이 늘어날수록 소비자 피해는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핵심 원인은 '정보의 비대칭성'에 있다. 사고 당시 자율주행 소프트웨어가 내린 판단이나 센서의 정상 작동 여부를 검증하려면 주행 데이터와 시스템 로그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관련 정보 대부분을 제조사가 독점하고 있어 보험사나 차주가 이를 객관적으로 확인하기는 매우 어렵다.
이는 고스란히 소비자의 피해로 이어진다. 현재 자율주행 관련 특약은 시스템 결함 등 운전자의 과실이 없는 사고에 대해 보험료 할증을 적용하지 않는 규정을 두고 있다. 하지만 사고가 났을 때 운전자 과실 없음을 인정받으려면 결국 소비자가 시스템 결함을 입증해야 한다.
해외 사례와 비교해도 국내 운전자들의 자율주행 사고 부담은 무거운 편이다. 독일은 2022년 레벨3 상용화에 맞춰 사고 책임 기준을 구체화했다. 시스템이 제어권 회복을 요청했거나 운전자가 명백한 위험 상황을 인지한 경우에만 운전자에게 책임을 묻는다. 자율주행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구간에서는 운전자의 배상 책임을 제한한다.
독일 정부가 이같은 결정은 내린 이유는 명료하다. 제작사에게 무과실책임을 부과할 경우 결과적으로 자율주행차 산업이 발전하기 어렵다고 봐서다.
정부는 운전자가 상시 개입하지 않아도 차량이 스스로 주행하는 레벨4 자율주행차 상용화를 2027년까지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내걸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데이터 수집이 핵심이지만 지금과 같은 구조에서는 언감생심이다. 소비자들도 점점 시스템에 주행을 맡기는 환경에 익숙해지고 있지만, 정작 사고 책임과 보험 제도의 공백은 기술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 채 구시대의 틀에 머물러 있다.
자율주행은 사고를 줄이고 편의를 높이기 위한 기술이다. 정부는 기술 상용화 속도에만 매몰될 게 아니라 사고 시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할 수 있는 제도 정비에도 속도를 내야 한다. 기술 발전 혜택은 기업이 가져가고 리스크는 소비자가 떠안는 구조는 상식적이지 않다.
전대현 기자
jdh@chosunbiz.com
고객님만을 위한 맞춤 차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