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악화·원가부담 ‘이중고’… K-배터리 언제 볕드나
||2026.01.28
||2026.01.28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가 여전히 부진의 늪에 빠졌다. 전기차 수요가 정체된 데다 미국과 유럽 등 정책 환경까지 급변한 탓이다. 이들은 전기차 배터리 대신 에너지저장장치(ESS)와 로보틱스 탑재 배터리 시장을 공략해 중장기 실적 회복에 나서겠다는 전략이다.
28일 LG에너지솔루션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연결 기준 잠정 매출액은 전년 대비 4.8% 감소한 6조1415억원이다. 영업손실은 1220억원을 기록했다. 앞서 3분기까지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에 힘입어 영업이익 상승세를 이어간 것과는 대조된다.
삼성SDI와 SK온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삼성SDI의 4분기 예상 매출액은 전년 동기보다 6.7% 줄어든 3조5035억원, 영업손실은 3076억원으로 예상된다. 삼성SDI는 3분기에도 적자를 기록해 지난해 연간 영업손실은 1조7000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SK온도 3000억원대의 영업손실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전기차 배터리 출하량이 저조한 데다 고정비 부담이 이어진 여파다. 여기에 미국의 전기차 보조금 정책에 변화가 생기면서 배터리 업계 한파가 이어지고 있다. 실제 미국에서 지난해 9월 대당 최대 7500달러에 달하던 전기차 구매 세액공제가 종료되면서 현지 전기차 판매량은 급감했다.
유럽연합(EU) 정책 변화도 영향을 미쳤다. EU는 2035년부터 사실상 내연기관차 판매를 전면 금지하려던 친환경 기존 방침을 완화·철회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조정했다. 이에 시장에서는 전기차 전환 속도가 당초 예상보다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주요 국가에서 전기차 시장 침체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이면서 배터리 업계는 ESS와 로봇용 배터리 사업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미국을 중심으로 데이터센터 수요가 증가하면서 글로벌 ESS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서다.
에너지 컨설팅업체 우드맥킨지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미국에선 총 5.3GW의 ESS가 설치됐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31% 증가한 수치다. 우드맥킨지는 향후 5년간 미국 내 ESS 수요 전망치를 기존 대비 15% 상향 조정했다.
배터리 업계 수장들은 모두 올해 키워드로 ‘ESS’를 꼽았다. 삼성SDI와 SK온 신년사에는 아예 ‘전기차’에 비중을 두지 않았다. 그만큼 전기차 대신 ESS 사업 영역에서 수익 창출을 기대해야 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김동명 LG엔솔 사장은 “ESS 수요가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의 성패를 좌우할 중요한 기회다”라고 언급했다. 이석희·이용욱 SK온 사장도 “미드니켈·리튬인산철(LFP) 배터리 등 핵심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동시에, ESS를 중심으로 수주 성과를 창출하겠다”고 밝혔다.
ESS와 함께 로보틱스 산업도 새로운 기회 요인이다. 휴머노이드 로봇은 전기차 대비 배터리 탑재 용량은 작지만, 고출력·고안전성 배터리가 필요해 고부가가치 시장으로 평가된다. 증권가에서는 휴머노이드 로봇 출하량이 향후 10년간 매년 두 배씩 증가해 2035년 260만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경희 LS증권 연구원은 “로봇 시장 배터리 수요가 2030년 12.8GWh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라면서도 “다만 전체 수요 중 0.46% 수준에 그쳐 전기차나 에너지저장장치(ESS) 대비 유의미한 수요처로 기대하긴 섣부른 상황이다”고 말했다.
변상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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