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렌탈 매각 무산… 롯데그룹, 자산 유동화 제동
||2026.01.28
||2026.01.28
공정거래위원회가 SK렌터카와 롯데렌탈의 기업결합을 최종 불허하면서 롯데그룹이 추진해 온 롯데렌탈 매각에 제동이 걸렸다. 업계에서는 이번 결정으로 롯데그룹의 핵심 자산 유동화 계획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공정위는 26일 사모펀드(PEF) 운용사 어피니티 에쿼티 파트너스가 롯데렌탈 지분 63.5%를 취득하는 내용의 기업결합 신고를 심의한 결과 ‘불허’ 결정을 내렸다. 국내 렌터카 시장에서 최대 경쟁사 간 결합으로 가격 인상 등 경쟁 제한 우려가 크다는 판단에서다. 공정위는 이번 심사를 위해 45개 경쟁사와 14개 고객사의 의견을 수렴하고, 소비자 15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와 경제 분석을 진행했다. 기업결합 불허 결정은 이번이 역대 9번째다.
어피니티는 지난 2024년 8월 약 8200억원을 투입해 SK네트웍스로부터 SK렌터카 지분 100%를 인수했다. 이어 2025년 3월에는 호텔롯데와 부산롯데호텔이 보유한 롯데렌탈 지분 63.5%를 취득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공정위에 기업결합 심사를 신청했다.
그러나 공정위는 양사가 결합할 경우 국내 렌터카 시장에서 압도적 1위 사업자가 탄생해 가격 인상 등 경쟁 제한 효과가 클 것으로 판단했다. 또 양사가 자금 조달 능력, 브랜드 인지도, 전국적 영업망과 IT 인프라, 차량 정비·중고차 판매 연계 등 여러 측면에서 중소 경쟁사 대비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봤다. 여기에 전략적으로 공격적인 마케팅이 더해질 경우 중소 사업자의 시장 퇴출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점도 불허 사유로 제시했다.
공정위는 “사모펀드가 상당 기간 밀접한 경쟁 관계를 유지해 온 사업자를 단기간에 연달아 인수해 시장력을 확대하고, 이후 고가 매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건전한 시장 경쟁을 인위적으로 왜곡할 우려가 큰 기업결합을 엄정 조치했다”며 “시장에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결정으로 롯데그룹의 자산 유동화 계획에도 제동이 걸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롯데그룹은 2025년 8월 비상경영체제로 전환한 이후 비핵심 자산 매각을 통해 재무구조 개선을 추진해 왔다. 이 과정에서 호텔롯데와 부산롯데호텔이 보유한 롯데렌탈 지분을 어피니티에 매각해 약 1조6000억원의 현금을 확보할 계획이었다. 해당 자금은 차입금 상환 등에 활용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기업결합 불허로 대규모 현금 유입이 막히면서 자금 조달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2025년 3분기 말 기준 호텔롯데의 총차입금은 8조3419억원으로, 이 가운데 만기 1년 미만의 단기차입금 비중이 53.7%(4조5264억원)에 달한다. 업계에서는 단기간에 1조6000억원을 조달할 수 있는 카드가 사라진 만큼 신용등급 하방 압력이 커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에 대해 롯데그룹은 공정위의 심사 결과 취지를 존중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유동성 위기설에는 선을 그었다. 롯데그룹과 어피니티는 “최종 의결서 수령 후 구체적인 판단 내용과 취지를 면밀히 확인한 뒤, 시장지배력 강화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방향에서 추가 제안 가능성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롯데그룹은 “약 53조원 규모의 부동산 자산과 13조원 수준의 가용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으며, 롯데케미칼의 선제적 구조조정 등을 통해 중장기 재무 안정성을 확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롯데렌탈 지분 매각을 둘러싼 논란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25년 VIP자산운용은 어피니티를 대상으로 한 제3자 배정 유상증자 계획과 관련해 공개 주주서한을 보내 철회를 촉구했다. 당시 롯데그룹은 보유 지분 56.17%를 매각하고 발행 주식 총수의 20%에 해당하는 신주를 추가 배정하겠다고 밝혔는데, VIP자산운용은 신주 발행 가격이 지나치게 낮아 기존 주주 가치가 훼손될 수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시장에서는 어피니티가 과거 락앤락 상장폐지를 추진했던 전례를 들어 소액 주주가 배제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업계 관계자는 “자산 규모만 보면 당장의 유동성 위기가 현실화될 상황은 아니지만, 1조6000억원 규모의 현금 유입이 지연된 만큼 향후 자금 운용 계획을 얼마나 신속하고 설득력 있게 제시하느냐가 시장 평가의 관건”이라고 말했다.
허인학 기자
ih.he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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