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재가 없다”… 천연가스, 트럼프의 對유럽 카드로 부상
||2026.01.27
||2026.01.27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그린란드 병합’ 문제를 둘러싸고 미국과 유럽 간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미국이 천연가스를 지렛대로 삼아 유럽을 압박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26일(현지 시각) 뉴욕타임스(NYT)는 ‘유럽의 미국산 천연가스 의존도가 높아짐에 따라 트럼프의 영향력도 커지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그린란드를 둘러싼 긴장이 고조되면서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의 석유 및 가스 산업을 유럽에 대한 압박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유럽은 지난 2022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전까지 천연가스 대부분을 러시아에서 수입해왔다. 2019년 기준 러시아산 천연가스는 유럽연합(EU) 전체 가스 수입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였다. 그러나 유럽이 우크라이나 침공을 이유로 러시아를 강하게 비판하자 러시아는 천연가스 공급을 차단하며 맞대응에 나섰고, 유럽 역시 러시아산 가스 수입을 점진적으로 줄여왔다.
이 과정에서 미국산 천연가스가 러시아산의 대안으로 떠올랐다. 미국은 2022년 말부터 대량의 액화천연가스(LNG)를 네덜란드, 프랑스, 벨기에 등 유럽 항구로 운송하며 러시아산 연료를 대체해왔다. 2019년 말 기준 EU 전체 천연가스 수입량에서 미국산이 차지하던 비율은 약 5%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에는 4분의 1 이상으로 높아진 것으로 추정된다.
이 같은 흐름은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기조와도 맞물려 있다. ‘아메리카 퍼스트(America First·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 EU와 체결한 무역 협정의 일환으로 유럽의 미국산 LNG 수입 확대를 유도해왔다. 시장조사기관 브뤼겔에 따르면 2025년 미국에서 EU 국가로의 LNG 수출량은 전년 대비 약 60% 증가했다.
유럽의 미국산 천연가스 의존도가 높아진 상황에서, 최근 그린란드 병합 문제를 둘러싼 갈등은 공급 중단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키우고 있다. 유럽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석유 및 가스 산업 부문에서 미국이 확보한 강력한 지위를 다른 국가를 압박하는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컬럼비아대 글로벌 에너지 정책 센터의 파리 주재 연구원 안느-소피 코르보는 “최근 들어 사람들이 우리가 미국산 LNG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유럽은 풍력과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확대에 나서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가정 난방과 산업 생산에서 천연가스 의존도가 높다. 이 때문에 미국이 공급 중단이라는 극단적 조치를 취할 경우 유럽이 입을 타격은 상당할 수밖에 없다. 컨설팅 업체 리스타드 에너지의 수석 분석가 크리스토프 할서는 “유럽에는 사실상 대안이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다만, 미국과 유럽 간 정치적 긴장이 고조되더라도 트럼프 행정부가 실제로 천연가스 수출 중단에 나설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데이비드 골드윈 골드윈글로벌스트래티지스 대표는 “천연가스 수출 중단은 시장에 매우 부정적인 신호가 될 뿐만 아니라, 행정부가 지원하겠다고 약속한 산업의 경쟁력을 크게 훼손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미국의 에너지 산업 구조는 크렘린궁의 영향력이 절대적인 러시아와는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평가도 나온다. 글로벌 경제 분석 기관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의 잭 리드는 최근 연구에서 “크렘린은 국영 가스 독점 기업인 가스프롬을 활용해 2022년 가스 흐름을 무기화할 수 있었다”면서도 “미국의 경우 유럽으로 향하던 물량을 완전히 중단하기보다는 다른 지역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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