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블코인도 대형사만?… 저축은행 신사업도 양극화
||2026.01.27
||2026.01.27
다른 금융업권과 마찬가지로 저축은행업계에도 ‘디지털 격차’를 넘어선 ‘생존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상위권 대형 저축은행들이 인공지능(AI)과 스테이블코인을 앞세워 ‘미래 먹거리’ 선점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나머지 대다수 중소형사들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발 부실과 경기 악화 우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신사업이 업계 전반의 활로가 되기보다는 체력 차이를 극명하게 드러내는 ‘양극화의 척도’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27일 한국은행과 예금보험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저축은행 예수금 잔액은 99조원으로 집계됐다. 2022년 레고랜드 사태 직전 120조원에 이르렀던 예수금 잔액은 이후 지속적인 감소세를 면치 못하다 지난해 4월 98조원 수준까지 떨어졌다. 이후 7월 다시 101조원으로 100조원대를 회복했지만 6개월도 안돼 다시 밀렸다.
이러한 수치는 저축은행의 수익성과 영업환경 개선이 쉽지 않음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시중은행과의 금리 격차가 사라지면서 수신 경쟁력을 상실한 데다, 부동산 PF 부실 여파로 수익성이 악화된 저축은행들이 이자 비용 절감을 위해 의도적인 ‘내실 경영(다운사이징)’에 나선 결과다.
예금자 보호 한도가 1억원으로 상향됐지만 증시 활황과 금리 경쟁력 하락으로 자금 이탈을 막기 힘들다. 여기에 조달 여력이 위축되면서 대출 문턱도 높아져 중·저신용자들의 자금난이 심화되는 악순환을 낳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신사업’은 그림의 떡이다. 영업에 있어 대형사 쏠림 현상이 나타나는데 신사업 여력도 마찬가지다.
OK저축은행은 최근 하나금융지주가 주도하는 스테이블코인 컨소시엄에 합류하며 업계의 이목을 끌었다. 4대 금융지주 가운데 처음으로 공식화된 이번 컨소시엄에는 지방은행과 SC제일은행 등이 참여했으며, 저축은행 중에서는 OK저축은행이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다.
업계 1위 SBI저축은행은 보다 거시적인 디지털 전환(AX)에 사활을 걸고 있다. 오는 10월 교보생명으로의 편입이 완료되면 일본 SBI홀딩스와 글로벌 발행사 서클(Circle)이 추진 중인 스테이블코인 생태계에서 핵심 유통 채널 역할을 맡을 것이란 추측이 나온다.
웰컴저축은행 역시 지난해 ‘KRWC’ 등 스테이블코인 관련 상표권을 출원하며 독자적인 결제 네트워크 구축을 모색하고 있다.
이들 대형사를 제외하면 중소형 저축은행은 ‘신사업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가장 큰 원인은 투자 여력의 실종이다. 상위 10개사를 제외한 대부분의 저축은행은 현재 부동산 PF 부실 정리와 충당금 적립에 모든 자원을 쏟아붓고 있다.
인프라 격차 역시 신사업 진입의 높은 장벽으로 작용한다. SBI와 웰컴 등은 자체 앱과 독자적인 전산 프레임워크를 보유해 새로운 시스템을 접목하기가 비교적 수월하지만, 대다수 중소형사는 저축은행중앙회의 통합 전산망을 공유하고 있어 개별적인 블록체인 사업 추진에 기술적 제약이 크다.
현재 업계에서는 한국투자저축은행이 지주사의 디지털 자산 전략과 맞물려 스테이블코인 사업자로 거론되거나 페퍼·상상인저축은행 등이 잠재적 관심 대상으로 분류될 뿐이다.
이에 업계 내부에서는 신사업보다는 규제 완화를 통한 영업 환경 개선이 우선시 되는 모습이다. 수도권 50%, 지방 40% 이상을 해당 지역에 대출해야 하는 ‘영업구역 의무대출 규제’와 연 소득 100% 이내로 묶인 신용대출 한도는 중소형사들의 숨통을 조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발행·활성화될 경우 저축은행의 유일한 무기인 고금리 예금의 매력이 떨어지면서 영업 경쟁력은 더욱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편 다음 달 5일 저축은행 업계는 이억원 금융위원장과 간담회에서 업권의 목소리를 전달할 예정이다. 다만 정부가 ‘가장 잔인한 영역이 금융’이라며 서민금융 역할과 건전성 제고를 강하게 압박하고 있어 파격적인 규제 완화 보다는 영업환경 개선을 위한 요구사항이 우선시 될 것으로 보인다.
저축은행중앙회 관계자는 “저축은행 업권은 서민 경제 지원 역할 강화가 우선인 만큼 이를 뒷받침 하기 위한 규제 완화가 절실한 상황”이라면서 “개별 회사의 특성에 따른 신사업 기회는 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재희 기자
onej@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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