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판 아닌 인신공격”…‘기레기 캐리커처’ 올린 일러스트레이터 벌금형
||2026.01.26
||2026.01.26
기자들의 얼굴을 그린 캐리커처에 ‘기레기’, ‘기더기’ 등의 표현을 붙여 소셜미디어(SNS)에 올린 일러스트레이터 박모(51)씨가 1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법원은 이 게시물이 정당한 비판의 범위를 넘어 인신공격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북부지법 형사7단독 김선범 판사는 모욕 혐의로 기소된 박씨에게 지난 14일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박씨는 2023년 12월부터 2024년 3월까지 자신의 SNS 계정에 기자 12명의 얼굴을 캐리커처로 그려 게시하면서, ‘ㄱㄷㄱㅌㅊㅍㄹㅈㅌ(기더기 퇴치 프로젝트 초성)’이라는 문구와 함께 소속 언론사와 실명을 적어 올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게시물에는 ‘ㄱㄷㄱ(기더기 초성)’, ‘기레기’, ‘기레기캐리커처’, ‘기레기십계명’ 등의 해시태그도 달렸다.
박씨 측은 재판 과정에서 해당 표현들이 기자들의 사회적 평가를 저해할 정도에 이르지 않아 모욕죄가 성립하지 않으며, ‘기레기’, ‘기더기’ 역시 사회상규에 반하지 않는 정당한 비판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피해자들을 비판하는 구체적인 기사 내용이나 이유에 대한 언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게시글은 기사나 행태에 대한 비판보다는 피해자 개인에 대한 인신공격에 치중돼 있어 보인다”고 판단했다.
양형과 관련해 재판부는 박씨 게시물에 사용된 모욕적 표현의 정도가 가볍지 않고, 피해자 수와 범행 횟수도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피해자들로부터 용서받지 못한 점, 동종 범행으로 이미 벌금 200만원을 선고받아 항소심이 진행 중인 점 등을 종합해 형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박씨의 민·형사상 법적 분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2022년 서울민족예술단체총연합(서울민예총)이 주최한 전시에 기자들을 우스꽝스럽게 캐리커처로 표현하고 붉은색으로 덧칠한 작품을 출품했다가 기자 22명으로부터 손해배상 소송을 당했다.
서울중앙지법은 2024년 6월 박씨와 서울민예총이 기자 22명에게 각각 100만원씩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당시 재판부는 “작성한 기사에 대한 정당한 비평이 아니라 외모 비하와 인신공격에 해당한다”며 “표현의 자유로 보호되거나 사회상규에 반하지 않는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또 박씨는 지난해 1월 의정부지법에서도 모욕 혐의로 벌금 200만원을 선고받았으며, 해당 사건 역시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그는 판결 이후 한 인터넷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기자들의 자정 능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해 명예를 지키기 위한 목소리를 냈다”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언론의 버릇을 고쳐놔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박씨는 최근까지도 유사한 게시물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배우 조진웅의 ‘소년범 의혹’을 보도한 기자의 캐리커처를 SNS에 올리며 ‘기레기’, ‘기레기 캐리커처’ 등의 해시태그를 달았다.
한편 대법원은 2021년 포털 기사 댓글에서 ‘이런 걸 기레기라고 하죠?’라고 표현한 사건과 관련해, ‘기레기’라는 표현이 모욕적일 수 있더라도 기사나 기자 행태에 대한 비판 맥락에서 사용돼 사회상규에 반하지 않는 경우 형법상 정당행위로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다고 판단한 바 있다.
또 2024년에는 언론사 대표를 두고 댓글에서 ‘거물급 기레기’라고 표현한 사건에서, 모욕적 표현에 해당할 수 있다는 점을 전제하면서도 공적 활동에 대한 의견 표명 과정인지, 지나치게 악의적이거나 모욕적인지 등 전후 사정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며 무죄 취지로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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