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가제도 개편 강행, 오히려 저질 약 늘고 약값 상승”
||2026.01.26
||2026.01.26
약가제도 개편안에 대한 논란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산업계를 비롯한 학계·정치계에서도 이번 개편안에 대한 신중론 나오고 있다. 제네릭(복제약) 중심 산업 생태계에서 벗어나 혁신 신약 개발 비중을 높여야 한다는 점은 공감하지만 급진적인 변화는 체질개선이 아닌 산업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민의힘 백종헌, 한지아, 안상훈 의원은 26일 오전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약가제도 개편 이대로 좋은가?’를 주제로 한 정책토론회를 공동 개최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가 주관한 이번 토론회에는 정부와 산업계, 학계, 환자단체의 주요 인사들이 대거 참여했다.
첫 번째 발제는 박관우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가 ‘약가제도 개편(안)이 국민보건에 끼치는 영향 분석’을 주제로 발표했다.
약가제도 개편안의 핵심은 제네릭 최고가 산정 기준의 대폭 인하다. 현행 제도에서는 오리지널 의약품 특허 만료 직전 약가의 53.55%를 제네릭 최고가로 적용해 왔지만, 정부는 이를 40%대 수준으로 낮추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여기에 계단형 약가제도 적용 기준도 강화된다.
또한 현재는 동일 성분·동일 제형 의약품이 20개를 넘을 경우 약가를 15%씩 인하하지만, 개편안에서는 10개를 초과하는 시점부터 5%포인트씩 약가를 낮추도록 구조를 바꾼다. 후발 제네릭이 시장에 진입할수록 가격이 더 빠르게 떨어지도록 유도하겠다는 취지다.
자체 생동시험이나 등록 원료의약품 사용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제품의 약가 인하 폭도 기존 15%에서 20%로 확대된다. 이를 통해 정부는 ▲선순환 산업 생태계 안착 ▲필수의약품 공급체계 안정화 ▲합리적인 약가 제도 확립 등을 목표하고 있다.
박 변호사는 “이번 약가제도 개편안은 2012년 약가 일괄인하 정책과 유사한데, 당시 약제비 지출은 감소했지만 이후 다시 증가했다”며 “반대작용으로 비급여 의약품 등의 생산 비중이 증가함으로써 소비자 부담증가와 국민건강보험 재정 감소 효과도 미비했다는 비판을 받았다”고 말했다.
인센티브 제도의 경우 대형병원과 도매상에 집중될 가능성이 높으며 고가약 처방 유인이 발생해 과잉 투약이 발생할 위험이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특히 박 변호사는 “약가제도 개편안 시행시 중국산 원료 등 저렴한 해외 원료 사용이 증가할 것”이라며 “해외 오리지널 의약품에 대한 의존도 역시 증가해 약가격은 오히려 올라갈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이어 김현욱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가 ‘지속가능한 약가제도 개선 방안’을 주제로 발표했다. 김 변호사는 “미국에서 제네릭 의약품 산업은 국가 보건안보와 직결되며 제약주권의 핵심으로 여겨지고 있다”며 “한국은 제네릭 공급 기업이 신약도 개발하는 유일한 나라이다”고 말했다.
그는 신약 개발 생태계 조성뿐 아니라 제네릭 산업이 지속 가능한 정책 마련이 절실한 상황이라며, 혁신을 촉진할 수 있는 선순환 산업 생태계 안착을 위해 체계적이고 합리적인 약가 제도 확립이 균영있게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재현 성균관대 약학대학 객원교수가 좌장을 맡은 토론도 이어졌다. 산업계에서는 윤재춘 대웅제약 부회장, 김영주 종근당 대표이사, 조용준 한국제약협동조합 이사장(동구바이오 회장)이 참석해 약가제도 개편안에 대한 산업계 입장을 개진한다.
학계에서는 권혜영 목원대 보건의료행정학과 교수가 토론자로 나선다. 환자단체를 대표해 윤구현 간사랑동우회 대표가 참석하며, 정부 측 패널로는 김연숙 보건복지부 보험약제과장이 참여한다.
산업계를 대표한 윤재춘 대표는 “제약업계는 10년을 공들여 그 후에 성과를 통해 이익을 창출하는 독특한 산업구조에 있는데, 신약을 개발하기 위해 얻을 수 있는 투자금을 막는 다면 어떻게 성장할 수 있겠는가”라며 “그간 국가가 제약산업 보호를 잘 해서 자립을 갖춰놨고 이젠 글로벌로 나아가야할 중요한 시기에 정부가 약가제도를 강행하면 외국계 제약사에 종속될 수 밖게 없다”고 말했다.
김영주 대표는 “현재 우리나라는 제네릭 의약품 대부분을 자국 제조·판매를 통해 품질 관리와 공급 안정성을 확보하고 연구개발 투자 재원을 확보하지만, 개편안이 그대로 시행되면 향후 기업 피해를 넘어 국가적 손실도 초래할 수 있다”며 “약가제도 개편시 제조 비용 상승을 비롯해 제약산업 전반의 수익성은 구조적으로 악화돼 자국 제조를 포기하는 상황까지 내몰릴 것이다”고 말했다.
더불어 권혜영 교수는 국민건강보험이 약값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국내 제약산업에서 제네릭 가격이 건보 재정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으며, 윤구현 대표은 전반적인 약가 조정이 아닌 필요한 약이 효과적으로 유통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고 했다.
반면 김연숙 과장은 “정부는 현재 약가제도로는 신약 접근성, 필수 의약품, 제네릭 공급 안정성을 담보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며 “단순 약가 인하에 목적을 둔 정책이 아닌 혁신 생태계 구축을 유도하기 위한 방안이라는 점에서 전반적인 재정 절감에 유의미한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봤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노연홍 제약바이오협회장은 “정부는 국내 제약사가 제네릭 생산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점을 주요 배경으로 제시하고 있는데, 이는 제네릭 전문의약품 매출을 기반으로 연구개발 투자를 확대하며 성과를 축적해온 국내 산업 구조를 이해하지 못한 인식에 기반하고 있다”며 “국내에서 급격한 약가 인하가 추진될 경우 고가 의약품 대체로 인한 건강보험 재정 부담 증가, 국내 연구개발 투자 위축, 필수의약품 공급 불안, 양질의 일자리 감소 등 다양한 부작용이 발생할 전망이다”고 말했다.
백종원 의원은 “재정 절감만을 정책 중심에 두는 약가 인하 방식은 중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하기 어렵다”며 “숫자와 단기 재정 성과만 볼 것이 아닌 국민과 산업 그리고 미래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약가제도가 제약바이오 산업 미래 성장동력으로 키우면서도 건강보험을 지켜낼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이 무엇인지 냉정하게 짚어봐야한다”며 “이 자리가 단순한 문제 제기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근거와 대안이 마련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동명 기자
simal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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