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효과 끝났나... 5개월 만에 돌아온 인텔 딜레마
||2026.01.26
||2026.01.26
[디지털투데이 황치규 기자] 인텔이 부진을 털어내고 부활의 신호를 보여줄 것이란 기대감이 몇개월 만에 확 꺾이는 분위기다.
도널트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정부가 인텔 지분 10%를 사겠다고 발표하고 수요가 몰릴 것이란 투자자들의 기대가 맞물리면서 곤두박질치던 인텔 주가는 상승세로 돌아섰다. 여기에 소프트뱅크와 엔비디아가 인텔에 투자한다는 소식까지 나오면서 주가는 5개월 만에 120%가 넘는 성장세를 보였다.
디인포메이션 보도에 따르면 그동안 인텔이 세계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 업체인 대만 TSMC 대비 낮은 가치평가 거래됐지만, 최근에는 향후 (EBITDA: 상각 전 영업이익)기준 20배 수준으로 치솟았다. 이는 TSMC 12.5배보다 크게 높은 수치다.
2025년과 2026년 모두 인텔은 매출 감소가 예상되며, AI 반도체 시장에서도 눈에 띄는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음을 감안하면 이같은 상황은 미래에 대한 기대에 크게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하지만 상승세는 오래가지 못했다. 하지만 22일(현지시간) 인텔이 4분기 실적을 발표하자 마자 회사 주가는 17% 폭락, 460억달러 규모 가치가 사라졌다.
인텔이 수요 증가에 대비할 준비를 제대로 못했다는 점이 투자자들 신뢰 하락으로 이어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 최근 보도에 따르면 구형 생산 라인 생산 능력을 몇 개월간 축소하면서 AI 데이터센터용 프로세서 주문 급증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번스타인 증권 반도체 애널리스트 스테이시 라스곤은 “주가는 분위기와 트윗에 힘입어 급등했다”며 “이론상으로는 이같은 수요를 활용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하지만 그렇지 않다. 정말 안타까운 일”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 지지를 이끌어내고 소포트뱅크로부터는 20억달러 투자를 유치했으며, 엔비디아와는 커스텀 칩 계약을 맺을 때만 해도 인텔이 이제 뭔가 보여줄 것이라는 기대가 적지 않았다.
투자자들은 인텔이 돈까먹는 하마가 된 파운드리 사업에서 진전을 보여주거나 테크판을 흔들고 있는 AI 열풍에 보다 많은 것을 얻어낼 것을 바라며 4분기 실적 발표를 지켜봤지만 기대는 바로 실망으로 바뀌었다.
4분기 실적 발표에선 인텔이 가진 운영상 문제가 여전히 심각하다는 점이 드러났고 이는 매도를 부추겼다는 평가다. 인텔은 여전히 차세대 칩 제조 기술인 14A 관련해 고객을 하나도 확보하지 못했다고 WSJ은 전했다.
인텔 내부에서 경영진들은 14A 제조 공정 신규 고객을 확보하는 것 관련해 인내를 촉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4A는 인텔이 AI 컴퓨팅 분야에서 추격을 위해 기대하는 핵심 기술이지만, 본격적인 양산은 적어도 2028년이나 2029년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상황은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라는 딜레마에서 인텔이 보수적인 스탠스를 취한 것과도 무관치 않다. 인텔은 고객을 확보할 때 까지 신규 시설에 대한 투자를 미루는 카드를 선택했다. TSMC가 미국에서 칩 제조 시설 확장에 자금을 쏟아붓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AI 데이터센터에서 CPU 수요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인텔은 나름 크게 재미를 볼 수 있었지만 공급 역량 부족으로 기회를 잡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반면 지난해 하반기부터 오픈AI, 아마존웹서비스(AWS), 구글과 같은 회사들은 AI 모델을 배치하려면 당초 생각했던 것보다 강력한 고성능 CPU가 필요하다는 것을 인식하기 시작했다고 WSJ은 전했다.
인텔이 직면한 문제는 2024년말 회사를 떠난 전임 CEO인 팻 갤싱어 체제가 남긴 유산으로부터도 자유롭지 않다. 겔싱어 체제 아래 인텔은 파운드리 비즈니스를 위한 인프라 투자에 공격적으로 나왔다. 고객을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도 인프라 투자에 거액을 쏟아부었다. 이런 가운데 인텔은 AI 칩 레이스에선 뒤쳐져 있었다.
이같은 상황에서 지난해 인텔 지휘봉을 잡은 립부 탄 CEO는 15% 감원 외에 유럽에서 수십억달러 규모 칩 제조 시설 계획을 없던일로 하고 미국 오하이오 반도체 공장 구축 계획은 연기했다. 이외에도 인텔은 구형 기술에 대한 지출을 제한하고, 최신 칩 생산 능력 확대에도 보다 신중모드에 나서면서 비용 절감에 나서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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