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클라우드 83% 미국산 의존… 다보스서 기술 주권 부상
||2026.01.25
||2026.01.25
글로벌 기술 질서 재편 논의가 미·유럽 관계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지난 1월 20~24일(현지시각)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서는 클라우드와 인공지능(AI)을 둘러싼 미국 기술 의존 구조와 이에 대한 유럽의 대응 전략이 핵심 의제로 다뤄졌다. 기술 주권을 둘러싼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글로벌 IT 산업 질서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25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다보스포럼 현장에서는 클라우드와 인공지능(AI) 인프라를 둘러싼 유럽의 전략적 대응 방안이 집중적으로 논의됐다. 각국 정부 관계자와 글로벌 기업 경영진들은 디지털 주권과 기술 자립이 국가 안보와 경제 안정성과 직결된 문제라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특히 미·유럽 간 기술 ‘디커플링’ 가능성도 기업 경영진과 정책 입안자들 사이에서 주요 의제로 거론됐다. 일부 기업들은 유럽 내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와 공급망 다변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비공개 회동과 만찬 자리에서도 기술 인프라와 투자 전략을 둘러싼 논의가 이어진 것으로 전해진다.
포럼에 참석한 글로벌 빅테크 최고경영자(CEO)들은 AI를 둘러싼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한 우려를 잇달아 제기했다. 앤트로픽의 다리오 아모데이 CEO는 “특정 국가에 첨단 AI 기술을 판매하는 것은 국가 안보에 중대한 위협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사티아 나델라 CEO는 유럽이 AI 안전성과 개인정보 보호 분야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유럽연합(EU)은 미국 기술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자국 기술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 정비에 나서고 있다. EU 집행위원회는 관련 입법을 준비 중이다. EU 의회는 공공 조달 과정에서 유럽산 제품을 우대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트럼프 행정부가 유럽의 클라우드 접근을 제한하거나 필수 소프트웨어 공급을 차단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배경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그린란드 매입 위협이 유럽 내 위기감을 키운 요인으로 지목된다. 현재 유럽 클라우드 시장의 약 83%를 아마존웹서비스(AWS),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등 미국 기업이 차지하고 있다. 제재가 현실화될 경우 경제 전반에 충격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유럽이 보다 강경한 대응 카드도 검토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IT 전문매체 기즈모도는 유럽이 마련한 ‘반강압 대응 수단(ACI)’을 미국을 상대로 활용할 가능성도 거론된다고 전했다. 이 제도가 가동될 경우 미·유럽 간 갈등이 격화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미국 기술을 단기간에 대체하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클라우드와 기업용 소프트웨어 시장이 이미 미국 기업 중심으로 재편돼 있어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미·중 기술 경쟁에 이어 미·유럽 갈등까지 겹칠 경우 글로벌 IT 산업 구조가 본격적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내다본다.
전대현 기자
jdh@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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