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조 단위’ 잭팟의 환상… 알테오젠 쇼크의 민낯
||2026.01.25
||2026.01.25
“포도가 익지도 않았는데 샴페인부터 터뜨렸다.”
최근 국내 바이오 업계와 주식 시장을 보며 드는 생각이다. 코스닥 대장주 알테오젠의 주가 흐름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50만 원을 돌파하며 파죽지세였던 주가는 지난 21일 하루 만에 22% 급락하며 30만 원대로 주저앉았다. 코스피 이전 상장이라는 호재를 앞두고 시가총액 6조 원이 이틀 새 증발했다. 20조 원이라는 거대 시총이 신기루처럼 무너져 내린 것이다.
이유는 명확하다. 시장이 기대했던 ‘장밋빛 숫자’가 현실의 냉혹한 계산서로 돌아왔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은 머크(MSD)의 블록버스터 약물 ‘키트루다’ 독점 계약에 대해 높은 로열티를 기대했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고작 순매출의 2%였다. 기술의 독점적 지위가 아닌, 단순 원료 공급자 수준의 대우에 그친 셈이다. 설상가상으로 GSK와의 기술이전 계약 규모마저 시장 기대치(1조9000억 원)의 4분의 1 토막이 났다.
문제의 본질은 계약의 내용에 있다. 총 계약 규모 4200억 원이라는 숫자는 그럴싸해 보이지만, 당장 회사 통장에 찍히는 돈(선급금)은 295억 원뿐이다. 나머지 93%는 임상 성공과 상업화라는 ‘바늘구멍’을 통과해야만 받을 수 있는 마일스톤, 즉 ‘조건부 어음’이다.
우리는 언제까지 이 ‘계약 총액’이라는 착시 현상에 속아 넘어갈 것인가. 국내 제약·바이오 시장은 여전히 확정되지 않은 미래의 돈을 오늘의 가치로 둔갑시키는 ‘뻥튀기 셈법’에 중독돼 있다. 여기에 ‘목표주가 상향’을 외치며 펌프질을 해댄 증권사 리포트들 역시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마일스톤은 본질적으로 ‘성공 보수’다. 파트너사의 전략이 바뀌거나 임상 데이터가 조금만 틀어져도 휴지 조각이 된다. 로열티 역시 10년, 15년 뒤 제품이 팔려야 들어오는 먼 미래의 약속일 뿐이다.
정확히 10년 전, 우리는 한미약품 사태를 통해 이 잔혹한 교훈을 얻었다. 2015년 수조 원대 기술수출 신화에 취해있던 시장은, 이듬해 계약금 반환과 기술 반환이라는 날벼락을 맞고 초토화됐다.
당시에도 회사는 화려한 총액만 강조했을 뿐, 계약 파기 시 토해내야 할 리스크에 대해서는 침묵했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뒤늦게 뛰어든 개인 투자자들의 몫이었다.
신라젠 사태는 맹목적 믿음이 낳은 비극의 정점이었다. 물론 알테오젠의 기술력은 실체가 있지만, 시장의 광기(狂氣)만큼은 당시와 닮아있다. 적자 투성이 기업이 임상 3상 성공이라는 ‘가정’ 하나만으로 미래 가치 2조 원을 끌어다 썼다. 결과는 어땠나.
임상 실패와 경영진의 횡령·배임으로 ‘K-바이오 신화’는 ‘개미들의 무덤’이 되었다. 문은상 전 대표가 실패를 예견하고 주식을 팔아치울 때, 투자자들은 영문도 모른 채 폭탄을 안고 있었다.
신약 개발은 ‘확률 게임’이다. 연습생이 글로벌 아이돌이 되는 것보다 확률이 낮다. FDA 문턱을 넘는 건 기적에 가깝다. 그런데도 시장은 임상 1, 2상 단계의 불확실한 파이프라인에 ‘확정된 성공’이라는 프리미엄을 붙여 거래한다.
알테오젠의 주가 급락은 시장에 던지는 분명한 경고다. 이제는 ‘계약 총액’이라는 허상에서 벗어나야 한다. 기업의 가치는 부풀려진 미래의 청사진이 아니라, 당장 손에 쥘 수 있는 선급금과 단기 마일스톤, 그리고 실질적인 현금 흐름으로 평가받아야 한다.
반복되는 기대와 실망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투자자들의 시선부터 달라져야 한다. 숫자의 화려함 뒤에 숨겨진 계약의 실질을 꿰뚫어 보는 냉철함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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