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기] 이더리움 기부해 보니… 수수료 아꼈지만 절차 아쉬워
||2026.01.25
||2026.01.25
국내 가상자산(코인) 투자자가 1000만명 넘어섰다. 비트코인·이더리움 등 코인이 제도권으로 편입되면서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랑의 열매’ 등 기부 단체들도 ‘코인 기부’에 문을 열었다.
25일 현금이나 신용카드 대신 코인으로 이웃 사랑을 실천하는 법을 정리해봤다. 기부자 입장에서 코인을 현금화 하지 않고 기부해 매도 수수료를 아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현금 기부에 비해 복잡한 절차는 아쉬웠다.
◇금액 아닌 ‘코인 개수’로 기부… 6단계 거쳐야
가상자산을 기부하려면 총 6단계를 거쳐야 한다. 먼저 모금사업본부에 전화를 걸어 기부 의사를 밝히는 일로 시작한다. 계좌이체나 신용카드로 곧바로 결제하는 일반적인 방식과 차이가 있다.
기부 의사를 밝힌 뒤 ‘기부개요서’를 써야 한다. 기부자의 신원과 기부 목적, 어떤 가상자산을 얼마나 기부하는지 등을 적는다. 가상자산 기부를 위한 최소·최대 금액 제한은 없다.
기부개요서가 접수되면 사랑의열매 내부 심의위원회가 검토에 착수한다. 기부자의 정보와 기부 내용 등을 바탕으로 불법 자금이 섞일 가능성을 살핀다. 심의를 통과하면 실제 기부 날짜를 정하고, 가상자산을 보낼 지갑 주소를 공유하는 약정을 체결한다.
기부할 수 있는 가상자산은 국내 5대 거래소(업비트·빗썸·코빗·코인원·고팍스) 가운데 3곳 이상에서 거래되는 ‘코인’이면 가능하다. 다만 사랑의열매는 가상자산 기부 때 업비트, 빗썸, 코빗을 통해서만 송금할 수 있다. 코인원과 고팍스에 코인을 보유하고 있다면 다른 거래소 지갑으로 옮긴 뒤 사랑의열매로 보내야 한다.
가상자산 기부의 가장 큰 특징은 ‘금액’이 아닌 ‘코인 개수’를 약정하는 점이다. 쉽게 말해 ‘1억원어치 비트코인’이 아니라 ‘0.01비트코인’으로 수량을 적어야 한다. 한 번 수량을 정하면 시세가 달라져도 바꿀 수 없다. 기부개요서 작성부터 다시 절차를 밟아야 한다. 가격 변동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은 대장 코인으로 가상자산 기부를 하는 것이 나을 수 있는 셈이다.
기자가 직접 지난달 30일 ‘0.025’이더리움 기부를 결정했다. 당일 시세로 10만원 수준이었다. 지갑 주소는 이달 5일 미리 전달받아, 13일 오전 9시쯤 0.025이더리움을 전송했다.
전송 시점에는 이더리움 가격이 올라 최종 기부 금액은 약 11만5000원으로 계산됐다. 송금 과정에서 별도의 수수료는 없었다.
◇사랑의열매, 기부받은 가상자산 현금화
사랑의열매는 기부받은 가상자산을 곧바로 현금화했다. 금액이 크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나눠 팔지만, 이 역시 길어도 이틀 안에 마무리한다.
절차를 마무리하면 다른 기부처럼 영수증을 수령할 수 있다. 현금 기부와 마찬가지로 연말 세액 공제도 적용된다.
정리해보면 기부자가 가상자산을 매도한 뒤, 이 돈을 기부하는 것이 훨씬 빠르고 편리하다. 실제로 복잡한 절차 탓에 가상자산으로 직접 기부하는 사례는 적다. 사랑의열매의 경우 기자가 역대 두 번째 개인 가상자산 기부자였다.
첫 개인 기부자는 김거석씨로 그는 사랑의열매와 대한적십자사에 지난해 8월 각각 1비트코인을 기부했다. 김씨는 지난해 11월 서울대병원에도 1비트코인을 추가로 기부했다.
◇해외에선 가상자산 기부 규모 1조원 돌파
해외에선 가상자산 기부가 한국보다 빨리 제도권으로 들어왔다. 미국 연방선거관리위원회(FEC)는 2014년 비트코인을 정치 기부 수단으로 허용했다.
기부금 역시 빠르게 늘고 있다. 미국의 자선단체 피델리티채리터블에 따르면 2024년 가상자산 기부 규모는 약 6억8800만달러(약 1조원)로 전년보다 1300% 이상 증가했다.
한국도 가상자산을 직접 기부하는 사례가 늘어나기 위해선, 문턱을 낮출 필요가 있다. 사랑의열매 관계자는 “(가상자산 기부 활성화를 위해) 사전 심사와 서류 제출 절차를 간소화하고, 거래소 앱에서 클릭 한 번으로 기부할 수 있는 시스템과 기부 과정을 투명하게 확인할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객님만을 위한 맞춤 차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