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AI 기본법 시행… 글로벌 기업들 ‘준법 대응’ 기조
||2026.01.25
||2026.01.25
한국이 ‘AI 기본법’ 시행에 들어서며 인공지능(AI)을 둘러싼 규제 환경이 본격적인 전환 국면에 접어들었다. 글로벌 AI 기업들은 제도 변화에 대해 공개적인 평가는 자제하면서도, 각국에서 구축해 온 준법 체계에 맞춰 대응하고 있는 모습이다.
정부는 지난 22일부터 ‘인공지능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에 관한 기본법(AI 기본법)’을 시행했다. AI를 포괄적으로 규율하는 법적 틀이 공식 가동되면서 국내 AI 정책은 기술 진흥 중심에서 안전·책임·신뢰를 아우르는 제도 설계 단계로 전환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AI 기본법은 국가 AI 경쟁력 제고와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AI 활용 환경 조성을 목표로, 2024년 12월 여야 합의로 국회를 통과했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제정된 AI 기본법으로, AI 산업 진흥에 방점을 두고 ‘필요 최소 규제’ 원칙을 적용한 것이 특징이다. 국가 차원의 AI 거버넌스를 법제화하고 ▲AI 산업 활성화 ▲AI 인프라 조성 ▲AI 혁신을 뒷받침하는 안전·신뢰 기반 구축 등을 제도권에 포함했다.
이러한 제도화 흐름은 주요국들의 AI 규제 방향과도 맞닿아 있다. 이미 주요국들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AI 규제의 틀을 구축해 왔다. 유럽연합(EU)은 AI를 위험도에 따라 분류·관리하는 강력한 규범 중심 모델을 채택했다. 채용·생체인식·신용평가 등 고위험 분야에는 사전 인증과 인간 감독을 의무화하고 생성형 AI에도 투명성 요건을 부과하고 있다.
미국은 단일한 AI 기본법 없이 행정명령과 부처별 가이드라인을 통해 관리하는 방식을 유지하고 있다. 혁신 속도를 저해하지 않겠다는 기조 아래, 법적 구속력보다는 시장 중심·자율 규제 모델에 무게를 둔 접근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AI에 대해 “과도한 규제는 산업 발전을 저해한다”며 규제보다 성장과 시장 주도의 접근을 선호하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중국은 생성형 AI와 알고리즘 추천 서비스를 국가가 직접 관리하는 통제 중심 모델을 택했다. AI 서비스의 사전 등록 의무화, 책임 주체 명확화 등 강한 관리 체계를 통해 AI를 산업이자 동시에 통치 대상 인프라로 다루고 있다. 반면, 일본은 강제적인 법제화보다는 가이드라인과 자율 규범을 중심으로 한 산업 친화적 접근을 이어가고 있다.
이처럼 방식은 달라도 주요국의 공통점은 분명하다. AI를 더 이상 단순한 혁신 기술이 아니라 사회적 영향과 위험을 관리해야 할 인프라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 이러한 흐름 속에서 EU식 위험 관리 구조와 미국식 산업 배려를 절충한 형태로, AI를 포괄적으로 제도권에 편입시키는 전략을 택했다. 제도화의 속도가 빠르다는 평가와 함께, 실제 산업 현장에서는 이를 새로운 변수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특히 국내 시장에 진출해 있는 글로벌 AI 기업들은 한국의 AI 기본법을 별도의 예외적 규제라기보다 각국에서 반복적으로 마주해 온 컴플라이언스(준법감시) 환경의 연장선으로 인식하는 모습이다.
국내에서 영업 중인 한 글로벌 AI 기업 관계자는 “법 시행 이전부터 대응 방향은 이미 정해져 있었고, AI 기본법도 충실히 잘 따를 것”이라며 “어느 나라든 법이 통과되면 사내 컴플라이언스팀이 그에 맞춰 대비책을 준비한다”고 말했다.
김경아 기자
kimka@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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