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얼굴도 번호판도 수집”… 한국 자율주행, 데이터 족쇄 푼다
||2026.01.24
||2026.01.24
테슬라, 웨이모, 바이두 등 글로벌 기업들이 자율주행 기술 경쟁을 가속화하는 가운데, 정부가 국내 기업들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영상 데이터 활용 규제 완화에 나섰다. 자율주행차와 로봇이 주행 중 촬영한 영상을 인공지능(AI) 학습에 활용할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추고, 공익 목적의 AI에는 개인정보 원본 활용도 허용하는 'AI 특례' 제도를 도입한다.
송경희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위원장은 23일 경기 고양시 현대 모터스튜디오에서 자율주행차·로봇 기업들과 '개인정보 규제 합리화 현장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간담회에는 현대자동차, 카카오모빌리티, 우아한형제들, 뉴빌리티, 오토노머스에이투지, 라이드플럭스 등 6개 기업이 참석했다.
현대차 "중국은 얼굴·번호판 수집 가능…한국은 규제 제약"
업계는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지고 있다는 위기감을 드러냈다. 신승규 현대자동차 전무는 환영사에서 "문재인 정부 때부터 자율주행차 영상정보 활용에 대해 꾸준히 제도 개선을 요청해왔다"며 "개인정보 활용이 정보 주체 입장에서 민감할 수 있지만, 산업 발전과 개인의 편리함이 데이터 규모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 개방적인 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 전무는 현대자동차와 엔비디아의 업무협약(MOU)을 언급하며 "현대차가 보유한 산업용 제조 데이터는 엔비디아가 지향하는 방향고 맞닿아 있다"며 "이 같은 데이터가 우리 산업의 힘이 될 수 있도록 기업 활동을 보다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허광승 현대자동차 상무는 자율주행 전환 가속화의 핵심 요인으로 대규모 테스트베드, 적극적 규제 혁신을 통한 기업 연구 자율성 부여, 도시 데이터 인프라 구축, 연구개발(R&D) 보조금 지원 등 네 가지를 제시했다. 그는 이를 가장 잘 실현하고 있는 사례로 중국 우한시를 꼽았다.
허 상무는 "우한은 지능형 교통, 통신망, 고정밀 지도(HD맵) 등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고 개인정보 보호 규제가 상대적으로 낮아 얼굴, 번호판 등 데이터 수집이 자유롭다"며 "바이두는 이미 1억1000만km의 주행 데이터를 수집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한국은 데이터 활용 규제와 GPU 등 인프라 부족이라는 제약이 있어 국가 차원의 지원과 테스트베드 확대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송경희 위원장 "신뢰 속 활용이 핵심…개인정보 보호는 투자"
송경희 위원장은 인사말에서 "자율주행차와 로봇은 더 이상 미래의 기술이 아니라 국민의 일상에 들어오고 있는 '피지컬 AI' 분야"라며 "이 변화는 산업 경쟁력의 문제이자 동시에 사회적 신뢰의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신뢰 없이 자유만 강조하는 데이터 활용도, 보호만을 앞세운 경직된 규제도 모두 지속 가능하지 않다"며 "오늘 논의하는 규제 합리화는 '완화냐 강화냐'의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설계해야 신뢰 속에서 활용할 수 있는가의 문제"라고 밝혔다.
송 위원장은 "개인정보 보호는 비용이 아니라 시장 신뢰를 확보하기 위한 가장 확실한 투자"라며 "사후 제재 중심이 아니라 사전 설계와 예방 중심의 보호 체계, 사람 중심의 개인정보 보호 원칙을 기반으로 산업계와 함께 제도를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프라이버시 바이 디자인(PBD)이 선언에 그치지 않고 실제 제품과 서비스에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덧붙였다.
영상 원본 활용 장소 기업이 설정…'AI 특례'로 원본 데이터 활용
개인정보위는 이날 자율주행차와 배달·서비스 로봇이 주행 중 촬영한 영상 데이터 원본을 보다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구체적 방안을 내놨다. 규제 샌드박스 실증특례의 안전조치 기준을 합리화해, 영상 원본 활용이 필요한 장소를 기업 책임하에 직접 설정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한다.
또한 'AI 특례' 제도를 도입해 AI 모델 성능 개선을 위한 고품질 개인정보 원본의 학습 데이터 활용을 허용한다. 자율주행 성능 개선, 보이스피싱 예방 AI 등 공익·사회적 이익에 부합하고 익명·가명 처리로는 목적 달성이 어려운 경우, 강화된 안전장치 확보를 전제로 심의·의결을 거쳐 허용된다. 이를 통해 AI 개발 기업이 규제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창의적인 연구개발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는 방침이다. 일례로 현재는 외부망이 차단된 분리 공간 내에서만 영상 원본 처리가 가능한 제도와 관련해 업계에서는 외부 전산자원(LLM, GPU) 활용이 어려워 연구자 불편을 초래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이에 1월 중 시행 예정인 개선 방안을 통해서는 분리 공간 내 처리 기준이 삭제된다.
송 위원장은 앞서 21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개인정보를 가둬두는 게 만능은 아니다"라며 "AI 에이전트 시대에 활용을 무작정 막기만 할 수는 없다. 막는 것을 넘어 안전하게 쓰이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다만 사전 예방 체계로의 전환이 제재 약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홍주연 기자
jyhong@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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