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단 부역자’에 더한 ‘북핵 부역자’
||2026.01.23
||2026.01.23

이재명 대통령이 북한 편드는 것 아니다 말해도, 편드는 것으로 받아들일 이유가 크다.
김대중 정부는 “북은 핵무기를 만들 의지도 능력도 없다”, 노무현 정부는 “북의 핵무기는 우리를 겨냥한 것이 아니다”, 문재인 정부는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는 분명하다”며 사실상 북한 편을 들어왔다. 북핵 문제 악화에 일조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인제 와서 “북이 핵을 포기하겠느냐”고 태연히 말한다. ‘자칭 진보’ 정부의 끝판왕이다. 지난 21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다.
“실용적으로 접근하자는 게 제 생각이다. 현실을 인정하자”라면서 “일부 보상을 하면서 (핵 개발을) 중단하자는 협상”을 언급했다.
북한의 핵무기 개발·보유가 현 지경에 이르기까지 ‘자칭 진보’ 정부에만 책임을 묻는 것은 지나치다. 보수 정부도, 미국·중국·러시아 등 비확산조약(NPT) 체제의 중심국이면서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들도 비중은 다르다고 할지라도 책임을 면할 수 없다.
문제는 김대중 정부부터 이재명 정부에 이르기까지, 북핵 문제에 간여하고 정책을 자문·입안·추진해 온 당사자들, 정치인·관료·학자·전문가 등이 건재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지금도 여전히 활약하고 있는, 이들의 어떠한 사과와 반성은커녕, 오히려 자기들은 전혀 잘못이 없었다는 듯이, 현실을 인정하자는 논리, 주장, 궤변을 펴는 현실이다.
더 큰 문제는 이재명이 입에 담는 ‘실용’, ‘현실’이 사실상 ‘비핵화 포기를 의미하는 북한 편들기’에 다름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이재명은 “더 이상 핵 물질을 생산하지 않고, 핵 물질이 해외로 반출되지 않고, ICBM 기술을 개발하지 않게 하는 것도 이익이다. 현재 상태를 중단하는 것도 이익”, “그다음에 군축 협상을 하고 길게는 비핵화를 향해서 가자는 것”이라며, 핵 개발 중단과 이에 대한 보상 → 군축 협상 → 장기적으로 비핵화를 말했다.
이재명식 북핵 3단계 해법의 1단계는 중단(무엇을 어떻게 중단하는가에 대해서도 갖은 곡절이 있겠지만, 합의된 중단도 지난 김정일·김정은의 행태를 보면 언제 어느 때라도 깨어질 가능성이 크다)에 대한 대북 제재의 핵심 해제(대북 제재의 완전 폐기를 주장하는 김정은이 적당한 해제를 받아들일 리 없다), 즉 대북 제재의 형해화일 가능성이 크다.
2단계, 핵보유국 인정을 바탕으로 하는 군축, 북한이 핵보유국 인정을 받아 든 상황에서 미국에도 군축을 요구할 경우, “회의는 춤춘다”가 될 수밖에 없다. 회의 대표단이 가방 들고 공항으로 회의장으로 오가는 장면만 지리 장황하게 봐야 할 가능성이 절대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3단계, 이재명의 “길게는 비핵화를 향해서 가자는 것”은, 실용적이면서 현실적이라는 ‘이재명의 이성’이 말하는 “북이 핵을 포기하겠느냐”를 적용하면, ‘썰’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실용·현실을 강조하는 이재명은 그의 이성이 명하는 대로 솔직하게 그대로 고백하는 것이 낫다. “통일을 지향하긴 이미 너무 늦었다”에서 출발해 ‘평화 공존’으로 치장한 ‘두 국가’로 가듯이, “북핵 폐기를 지향하긴 이미 너무 늦었다”고 단언하고, 북핵 수위를 줄이면서, 북핵을 이고 공존해야 한다고 커밍아웃해야 한다.
필자는 헌법에 명시된 ‘자유민주적 평화 통일’이 아니라 ‘평화 공존’을 지향하는, 그것이 현실적이라는, 문재인(정부)·이재명(정부)을 ‘분단 부역자’라 비판해 왔다. ‘일제 부역자’가 아니라 조국 독립을 위해 온몸을 던졌던 애국 투사와 마찬가지로, 조국과 민족의 인간다운 삶을 위해서, 아무리 어렵고 힘들더라도 통일은 절대 포기되어서는 안 되는 의무이자 사명이기 때문이다.
이재명과 정부가 “북이 핵을 포기하겠느냐”고 실용·현실을 운운하며, 북한 달래기에 나서, 결국 북핵 폐기 노선에 결정적 하자(瑕疵)를 우리 스스로 만드는 우를 범한다면, “북핵 부역자”라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이재명이 “그렇다고 이상은 포기하지 말자”, “비핵화가 본질이다”며 비핵화 의지를 포장하지만, 그 말이 정당성을 얻으려면 정책적으로 자신의 임기 내에 어떠한 노력을 할 것인지 구체적으로 밝혀야 한다.
이미 본 지면을 통해 수차 강조했지만, 북핵 폐기를 위한 우리의 일관된 정책 방향은 두 가지다.
첫째, ‘북핵 폐기의 필요조건’으로 강력한 북핵 억지력 확보, 대북 국제제재 지속이다. ‘한반도 비핵화 공동 선언’ 준수가 당연히 그 바탕이다.
그 과정에서 단계적 해법이 고려될 수 있으나, 현 상황에서부터 북핵 완전 폐기에 이르는 전(全) 과정에 대한, 김정은과 이해 당사자 간 합의를 전제로, 이행 대 보상이 단계적으로 실행되어야 한다.
둘째, ‘북핵 폐기의 충분조건’으로 북한 주민 변화다. 핵무기가 행복이 아니라 불행임을, 핵무기로 인한 대북 제재에 의한 피해자가 김정은과 지배층이 아니라 북한 주민 자신들임을, 핵무기가 없어야 잘 살 수 있음을, 핵무기의 유일한 목적이 외부 침략 방비가 아니라 김씨 일가 권력의 강화·세습에 있음을 깨달아, 북한 주민 스스로 핵무기를 반대하는 상황이다.
이를 위해 북한 주민의 눈·귀를 열어주는, 북한 주민에 다가가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펼쳐야 한다.
‘북핵 폐기 필요충분조건’의 동시·포괄적 추진이 진행되어야 한다. 대북 국제제재만으로 김정은이 핵을 폐기할 리 없지만, 대북 국제제재가 완화·해제된다고 해서 김정은이 핵을 폐기할 리는 더욱 없다. 통일과 마찬가지로, ‘북한 주민 변화를 통한 북한 변화’가 정책의 중심에 놓여야 한다.
이 진실을 직시하지 않으면서 설파하는, 실용·현실을 내세우며 “북이 핵을 포기하겠느냐”에 입각한 해법 제시는, ‘자칭 진보’들의 정책 실패를 인정하지 않으면서, 평화란 이름 아래 김씨 체제와 공존하려는, ‘분단 부역자’에 더한 ‘북핵 부역자’ 행태일 따름이다.
우리 정부의 잘못된 관행 하나가, 1월 1일 북한이 공개하는 신년사에 맞추어, 전(前)해 말 국책연구기관 및 정부가 힘들여 작성한 신년도 정책 방향을 조정·수정해, 뒤늦게 대통령의 신년사 혹은 신년 기자간담회를 통해 발표하는 것이다. 대한민국 국격에 맞지 않은 것으로, 필자의 수차에 걸친 지적에도 여전히 변함이 없다.
지난 수년간 김정은의 신년사를 대신해, 노동신문을 통해 발표해 온 당 중앙위 전원회의 확대회의 결과가, 지난해 12월 일찍 나오는 바람에 김정은은 올해 신년사를, 남쪽이나 국제 관계를 전혀 언급하지 않은, 1월 1일 새벽 짧은 ‘신년경축행사’ 축하 연설로 갈음했다.
이번 이 대통령의 신년 기자간담회도, 1월 초 혹은 늦어도 중순에 개최될 것으로 예상하고 기다렸던 노동당 9차 대회가 늦어지자, 더 이상 미룰 수 없어 연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이 북핵 문제. 대북 정책, 남북 관계에 대한 구체적 정책 제시보다 원론적 얼개만 밝힌 것으로 보아, 노동당 대회를 의식한 것으로 여겨진다.
취임 후 김정은에 유화·양보적 태도를 계속해서 보내는 이재명과 정부는 그간의 노력이 조금은 통하고 있다고 판단하는 듯하다.
김여정이 우리 민간이 보낸 것으로 여겨지는 평양 무인기 침입과 관련해 1월 10일 발표한 담화를 눈여겨본 결과일 것이다. “우리는 이번 무인기 침입 사건에 대해 한국국방부가 10일 군의 작전이 아니라고 거듭 강조하면서 민간령역에서 이루어졌을 가능성을 철저히 조사하겠다고 밝힌 립장발표에 류의한다. 나 개인적으로는 한국국방부가 우리에게 도발하거나 자극할 의도가 없다는 공식립장을 밝힌데 대하여 그나마 연명을 위한 현명한 선택이라고 평하고 싶다.”
이번 기자간담회에서도 그 연장선에서 “역지사지”를 말했지만, 김정은을 편드는 듯한 발언을 이어갔다. 이재명과 정부가 원하는 것은 9차 당대회에서 김정은의 이재명과 정부 비난 수위가 가급적 낮아지는 것일 것이다. 최선은 남쪽에 대한 언급이, 차선은 이재명에 대한 비난이, 아예 없는 것일 것이다.
그 경우, 이재명과 정부는 ‘평화 공존’, ‘피스메이커’를 더욱 소리 높이 외치며, 6월 지방선거 승리로 진군해 갈 것이다. 그 과정에서 한국 대통령이 북핵 단계적 해법, 중단과 보상, 핵보유국 인정과 군축을 거론한 마당에, 트럼프의 김정은 접근은 탄력을 받을 것이다.
“북이 핵을 포기하겠느냐”에 입각한 이재명식 북핵 문제 접근, 누구를 위한 것인가. 대한민국인가, ‘자칭 진보’ 정부인가, 민주당 선거용인가.

글/ 손기웅 한국평화협력연구원장·전 통일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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