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장 웃고, 코인 울고… 머니무브 가속화 [코스피 5천]
||2026.01.22
||2026.01.22
# 은행에 다니는 윤효민씨(36, 가명)는 지난해 초 주식 대신 가상자산을 택했다. 하지만 1년 뒤 받아든 투자 성적표는 냉혹했다. 윤씨의 수익률은 -57%. 비트코인 약세를 비롯, 윤씨가 투자한 가상자산들이 줄줄이 미끄러진 탓이다. 반면, 같은 기간 국내 증시는 연일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윤효민씨는 “국민주인 삼성전자만 샀어도 두 배 넘게 벌었을 것”이라며 씁쓸해했다.
국내 증시와 가상자산 시장의 온도 차는 올해 들어 더욱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22일 코스피 지수는 사상 처음으로 장중 5000포인트를 넘어섰다. 전례 없는 강세를 보이는 국내 주식 시장과 달리 가상자산 시장은 침체된 상황이다.
이날 글로벌 코인 시황 플랫폼 코인게코에 따르면 이날 낮 12시 기준 비트코인은 8만9840달러선에서 거래됐다. 이는 지난해 최고점인 10월 7일 12만4774달러보다 28% 하락한 수준이다. 비트코인을 제외한 주요 알트코인도 약세다. 이더리움은 같은 기간 35.6% 내린 2994.3달러, 바이낸스코인은 27.4% 하락한 888.6달러, 리플코인은 37.5% 떨어진 1.9달러를 보였다.
거래량도 크게 줄었다. 국내 5대 가상자산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의 24시간 거래량은 3조800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날 기록한 17조2500억원과 비교하면 80% 가까이 줄어든 수준이다.
최근 국내 가상자산 시장은 지정학적 리스크와 정책적 불확실성으로 관망세가 짙어지며 거래량이 축소되고 있다. 이러한 불확실성이 동시에 부각되면서 대표적 위험자산으로 분류되는 가상자산에 대해 조정 압력이 가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투자 심리도 급격히 위축됐다. 가상자산 분석업체 얼터너티브에서 집계하는 공포·탐욕 지수는 20점으로 ‘극단적 공포’ 수준을 나타냈다. 지난주 61점으로 ‘탐욕’을 나타낸 것과는 대비된다. 이 지수는 0에 가까울수록 극단적 공포를, 100에 가까울수록 극단적 낙관을 의미한다.
또 비트코인 4년 주기론에 따라 올해는 약세장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는 것도 투자 심리를 위축시키는 것으로 보인다. 4년 주기론은 비트코인 채굴 보상이 반으로 감소하는 시기인 반감기에 따라 4년 간격으로 상승과 하락을 반복한다는 주장이다. 이 논리라면 2024년 4월 반감기 이후 올해는 하락 가능성이 거론된다.
알트코인의 상승 동력 부재 역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과거 비트코인 강세가 알트코인 전반으로 확산되던 ‘낙수효과’가 최근 눈에 띄게 약화됐다. 다수 알트코인이 실질적 수익 모델이나 실사용 사례를 입증하지 못한 데다 공급 부담까지 겹치며 투자 매력이 떨어진 결과로 풀이된다.
반면 국내 주식 시장은 장중 5000포인트를 돌파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0.87% 오른 4952.53으로 장을 마감했다. 지난해 1월 2일 코스피 종가는 2398.94를 기록했다. 1년 만에 2배 넘게 상승한 셈이다.
코인 시장의 지지부진한 흐름이 이어지자 가상자산에서 증시로 자금이 이동하는 ‘머니 무브’가 가속화되는 분위기다. AI 투자 확대, 메모리 반도체 업황 개선 등 상승 동력이 있는 국내 주식 시장과 달리 가상자산 시장은 추가 상승을 견인할만한 뚜렷한 재료가 현재로선 부족하다는 평가다.
양현경 iM증권 연구원은 “국내 주식이 워낙 강하다 보니 코인 투자자들도 주식 쪽으로 많이 넘어간 것으로 보인다”며 “최근 코인 시장은 수익률이 높지 않고, 정책적 불확실성도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향후 전망에 대해선 제도화에 따른 반등 여지는 남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웹3 리서치 기업 타이거리서치는 “연준 금리 인하 기조와 광의통화(M2) 증가가 이어지고 있지만, 상장지수펀드(ETF)에서 45억달러가 유출되며 단기 모멘텀이 약화됐다”면서 “클래리티 법안 통과 시 전통 금융권의 본격 참여가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정서영 기자
insyong@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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