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뚝심’ 통했다”… 현대차, 피지컬 AI로 체제 전환
||2026.01.22
||2026.01.22
현대자동차그룹이 자동차 제조업의 경계를 넘어 ‘피지컬 인공지능(Physical AI)’ 기업으로의 체제 전환을 본격화하고 있다. 정의선 회장이 취임 이후 추진해 온 장기 투자 전략이 로보틱스와 자율주행, 제조 혁신으로 이어지며 그룹의 변화가 현실 단계에 들어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21일 현대자동차 시가총액은 종가 기준 사상 처음으로 100조원을 넘어섰다. 이날 현대차 시가총액은 112조412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2025년 12월 29일 60조원대로 올라선 뒤 지난 7일 70조원, 13일 80조원, 19일 90조원을 차례로 돌파하는 등 상승 흐름이 이어졌다. 전날에는 장중 100조원을 찍었지만 98조789억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업계에서는 이번 기록을 단순한 주가 상승으로 보지 않는다. 일시적 실적 개선이나 테마성 상승이 아니라, 정의선 회장 체제에서 추진돼 온 중장기 전략이 ‘피지컬 AI’라는 방향성으로 시장의 신뢰를 얻기 시작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이 전통 제조업 밸류에이션이 아니라 기술 기업의 성장 서사로 평가받는 국면에 들어섰다”고 말했다.
정의선 회장은 2020년 취임 이후 단기 실적보다 중장기 경쟁력 확보를 우선순위에 두고 전동화, 소프트웨어, 자율주행, 로보틱스 등 미래 산업에 선제적으로 투자해 왔다. 수익성 악화를 감수하면서도 핵심 기술 투자를 이어갔고, 보스턴다이나믹스 인수 과정에서는 개인 사재를 투입하며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최근 그룹이 전면에 내세운 ‘피지컬 AI’ 전략은 이 같은 투자 기조가 집약된 결과로 평가된다. 업계에서는 이 전략이 단순한 미래 담론에 그치지 않고 그룹의 새로운 성장 프레임으로 작동하기 시작했다고 보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글로벌 완성차 업체 가운데에서도 대규모 제조 역량과 AI·로보틱스 기술을 동시에 보유한 드문 사례로 꼽힌다. 이를 바탕으로 연구개발 단계에 머물던 기술을 산업 현장에 투입해 검증하고, 이를 그룹 전체 사업으로 확장하겠다는 구상을 구체화하고 있다.
이를 위해 글로벌 기술 기업들과의 협력도 강화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엔비디아와 협력해 AI 인프라와 시뮬레이션 라이브러리, 프레임워크를 활용하며 피지컬 AI 개발 효율성을 높일 계획이다. 보스턴다이나믹스는 로보틱스 하드웨어와 제어 기술에 구글 딥마인드의 로봇 AI 파운데이션 모델을 결합해 차세대 휴머노이드 개발에 나선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이 단순 기술 도입을 넘어 글로벌 AI 생태계 핵심 플레이어들과 함께 표준을 만들어가려는 전략을 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룹 차원의 통합 밸류체인 구축도 체제 전환의 핵심 축이다. 현대차·기아가 제조 인프라와 데이터 축적을 담당하고, 현대모비스가 액추에이터 등 로봇 핵심 부품을 공급한다. 현대위아는 물류 로봇을, 현대글로비스는 물류 최적화를 맡는 구조다. 개발부터 검증, 양산, 서비스까지 아우르는 E2E(End-to-End) 체계를 구축해 피지컬 AI 사업을 그룹 차원에서 확장하겠다는 전략이다.
자율주행 분야에서도 피지컬 AI 전략을 기반으로 반전을 노린다. 현대차그룹의 자율주행 합작법인 모셔널은 올해 말부터 운전자 개입이 필요없는 레벨4 자율주행 기술을 도심 환경에서 상용화할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축적되는 데이터와 운영 경험은 양산차 자율주행 기술과 스마트 제조 분야로 확장될 전망이다.
조직 재편도 병행하고 있다. 그룹은 장재훈 부회장 직속으로 사업기획 태스크포스팀(TFT)을 신설했다. AI와 로보틱스 중심의 사업 전략을 재정렬하고 실행 속도를 높이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TFT 수장에는 전상태 전 감사실장 부사장이 임명됐으며, 전략투자와 인수·합병, 거버넌스,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 전문가들이 합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보스턴다이나믹스 기업공개(IPO)를 포함한 지배구조 개편 가능성까지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늘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시장의 기대가 낮았던 만큼 보스턴다이나믹스의 휴머노이드 아틀라스 양산형 모델 공개 이후 현대차그룹의 주가 상승 랠리가 이어지고 있다”며 “보스턴다이나믹스 지분 가치가 재평가되는 과정에 있으며 2027년 기업가치는 약 53조3000억원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허인학 기자
ih.he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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