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총체적 부진…반전 카드는 AI·로봇
||2026.01.22
||2026.01.22
LG그룹이 인공지능(AI)과 로봇을 앞세워 위기 돌파에 나섰다. 주력 계열사들이 지난해 4분기 나란히 적자와 실적 둔화를 기록한 것이 이유다. 전자와 배터리, 화학 등 주력 사업에서 동시다발적인 부진이 발생해 그룹 성장 엔진이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자·화학·배터리, 4Q 실적 악화…성장 둔화 우려
LG전자는 지난해 4분기 연결기준 영업손실(잠정) 1094억원을 기록했다. 분기 기준 적자는 2016년 이후 처음이다. 희망퇴직 등 일회성 비용 증가와 함께 물류비 부담, TV·생활가전 판매 부진이 수익성을 악화시킨 주 요인이다.
배터리 부문도 부진한 성적표를 받았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4분기 전기차용 배터리 판매 감소 영향으로 122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미국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 3328억원을 제외하면 영업손실은 4548억원에 달한다.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전기차 시장 성장세가 둔화되면서 주요 완성차 업체들의 배터리 발주가 줄어든 것이 실적 악화의 주된 배경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12월 포드, 푸르덴베르크 등 주요 고객사와의 13조5000억원 규모 전기차 배터리 공급 계약이 무산되기도 했다.
화학 부문도 먹구름이 가득하다. LG화학은 지난해 4분기 매출 11조4000억원, 영업손실 246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석유화학 부문의 적자가 장기화되며 전사 실적을 끌어내렸고, 그간 영업이익 기여도가 가장 높았던 배터리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의 사업 부진도 실적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AI·로봇 등 신사업 체질개선 속도…‘선택과 집중’ 전략 지속
업황 부진 속 LG그룹은 올해 인공지능(AI), 로봇 등 신사업을 중심으로 체질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새로운 미래가 열리는 변곡점에서는 지금까지의 성공 방식을 넘어 새로운 혁신으로 도약해야만 한다”며 “‘선택과 집중’을 통해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겠다”고 강조했다.
AI 분야는 구 회장이 직접 챙기는 핵심 성장축이다. LG는 자체 개발한 대규모언어모델(LLM) ‘엑사원’ 고도화를 통해 그룹 전반의 인공지능 전환(AX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엑사원은 신약·신소재 개발, 금융시장 예측, 공장 자동화 등 다양한 영역에서 계열사 전반에 적용되고 있으며,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관한 국가대표 AI 1차 평가에서도 ‘K-엑사원’으로 1위를 차지해 2차 단계에 진출했다.
글로벌 AI 성능 평가 기관 ‘아티피셜 어낼리시스’의 인텔리전스 지수 평가에서도 32점을 기록하며 오픈 웨이트 모델 기준 세계 7위, 국내 1위에 오르는 등 기술력도 검증받았다.
로봇 분야에서도 보폭을 넓히고 있다. LG전자는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에서 홈 AI 로봇 ‘LG 클로이드’를 공개하며 가사노동 패러다임 전환을 선언했다. LG는 클로이드를 중심으로 홈로봇 '클로이드'를 중심으로 가정용 로봇을 시작하고 향후 산업용으로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LG전자는 로봇 관절 역할을 하는 액추에이터 사업도 준비하고 있다. 또한 로봇에 적용되는 센서는 LG이노텍, 배터리는 LG에너지솔루션, 시스템 통합은 LG CNS가 담당하는 등 그룹 계열사 간 협업을 통해 로봇 생태계 구축에 나선다는 구상이다.
업계에서는 당분간 전자·배터리·화학 등 주력 사업의 실적 반등이 쉽지 않은 만큼, AI와 로봇 사업이 LG그룹의 중장기 성장 궤도를 좌우할 핵심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기존 사업의 수익성 회복이 지연되는 상황에서 신사업이 얼마나 빠르게 실질적인 매출과 이익으로 연결될 수 있을지가 LG의 향후 기업가치와 경쟁력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선율 기자
melody@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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