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화론 고개 드는 ‘1거래소 1은행’… 업비트 독점 우려도
||2026.01.22
||2026.01.22
국내 가상자산 시장에서 ‘1거래소 1은행’ 원칙을 둘러싼 완화 논의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규제 완화가 시장의 균형 발전과 리스크 관리 효율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기대도 있지만, 한 편으론 특정 거래소로의 쏠림 현상을 가속화할 것이라는 신중론도 나온다.
22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국내 가상자산거래소 빗썸과 고팍스가 실명확인 입출금계좌 제휴 재계약을 앞두고 은행들과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빗썸은 KB국민은행과 계약이 오는 3월 만료되며, 고팍스는 전북은행과 2월 중 종료될 예정이다.
가상자산거래소는 원화 거래를 위해 단 한 곳의 은행과 실명계좌 제휴를 맺어야 한다. 이른바 ‘1거래소 1은행’ 원칙이다. 하지만 최근 이를 둘러싸고 업계에서는 경쟁 촉진과 소비자 효용 확대를 위해 규제 완화 필요성이 다시 거론되고 있다.
현재 국내 주요 거래소와 은행의 제휴 구조를 보면 업비트는 케이뱅크, 빗썸은 KB국민은행, 코인원은 카카오뱅크, 코빗은 신한은행, 고팍스는 전북은행과 각각 실명계좌 계약을 맺고 있다.
다만 이 규제는 법률에 명시된 규정은 아니다. 자금세탁 방지와 고객확인 강화를 이유로 사실상 유지돼왔다. 다만 규제 도입 이후 거래소 간 격차가 크게 벌어지면서 거래 규모가 다른 사업자에게 동일한 규제를 적용하는 게 합리적인지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이에 업계에선 중소형 거래소부터 단계적으로 규제를 완화하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한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중소 거래소들은 단계적 완화 적용을 요구하고 있다”며 “자생력을 가질 수 있게 먼저 혜택을 주고 순차적으로 대형 거래소로 열어주면 시장 균형 발전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규제 완화가 오히려 1위 거래소인 업비트의 시장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여전하다. 업비트가 케이뱅크 외에 시중은행과 추가로 제휴할 경우, 고객 접근성이 보다 높아지면서 경쟁 거래소 이용자를 흡수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또 다른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1거래소 1은행 원칙이 완화돼도 시장 독과점 구조가 단기간에 해소되기는 쉽지 않다”며 “이미 거래량과 이용자 기반이 특정 대형 거래소에 집중된 상황에서 은행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고 경쟁 구도가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은행도 리스크 관리와 수익성을 고려하면 점유율이 높은 대형 거래소와 제휴를 선호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은행권의 시각도 엇갈린다. 빗썸과 제휴한 KB국민은행으로선 마냥 반갑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규제가 완화되면 빗썸의 예치금과 거래 수수료가 다른 은행으로 분산돼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하나·우리·NH농협 등 원화 거래소와 제휴를 맺지 않은 곳은 신규 제휴를 통해 새로운 수익원을 확보할 수 있다.
규제 완화가 리스크를 낮출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현재 체제는 단일 은행에 의존하는 구조인 만큼 전산 장애나 시스템 교체 등 변수에는 취약하다”며 “규제가 완화되면 이 리스크를 줄이는 동시에 채널 다변화를 통해 은행 간 경쟁으로 수수료 측면에서도 효율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업계에선 금융 당국이 해당 규제 폐지에 착수했다고 알려지기도 했다. 공정거래위원회와 금융위원회가 관련 연구용역을 진행해서다. 금융위원회는 보도설명자료를 내고 “1거래소 1은행 체계 변경은 시장 경쟁 상황 및 자금세탁 방지 관련 우려 사항을 바탕으로 신중하게 검토해 나갈 필요가 있는 사안”이라며 “다만 구체적인 방안은 정해진 바가 없다”고 밝혔다.
정서영 기자
insyong@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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