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 ‘중앙은행 전용 AI’ 공개한 한은… 망분리·보안 동시에
||2026.01.22
||2026.01.22
한국은행이 전사적 인공지능(AI) 도입을 선언하며 보안 체계, 데이터 관리 방식, 국가 차원의 AI 주권을 강조하고 나섰다.
한국은행은 21일 서울 중구 소공동 한국은행에서 ‘2026 한국은행·네이버 공동 AX 콘퍼런스’를 개최하고 중앙은행 전용 AI인 ‘보키(BOKI)’를 공개했다.
‘BOKI’는 지난 1년 반 동안 한국은행과 네이버가 협력해 온 결과물로 범용 AI가 아닌 금융·경제, 중앙은행 업무에 특화된 AI다. 조사·연구 지원, 내부 규정 검색, 문서 분석, 금융·경제 특화 번역, 통계 및 시계열 데이터 분석 등이 주요 기능이다. 글로벌 중앙은행 가운데 내부 전용 AI를 직접 구축한 첫 사례다.
외부 인터넷이나 상용 생성형 AI가 아닌 한은 내부망에서만 운영되는 전용 시스템으로 구축됐다. 네이버는 자체 클라우드 인프라와 대규모 언어모형(LLM)을 제공하고 한국은행은 금융·경제에 특화된 AI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는 역할을 맡았다.
특히 이번 전용 AI 구축은 망분리·보안 체계 개편이라는 두 축이 동시에 맞물려 진행됐다. 현재는 내부 자료만 활용이 가능하지만, 오는 3월 한은 망분리 개선이 완료되면 AI 활용 범위와 성능이 크게 향상될 것이라는 게 한은 측 설명이다.
‘소버린 AI’ 선택… 내부망 기반 프라이빗 클라우드
한국은행의 AI 도입 논의는 2020년 중장기 발전 전략 ‘BOK 2030’에서 시작됐다. 핵심은 범용 AI가 아니라 금융·경제, 중앙은행 업무에 특화된 AI였다. 이를 위해 챗GPT 등장 이전부터 대규모 언어모델(LLM) 실험과 내부 PoC를 진행했고, 2023년에는 자체 업무용 챗봇을 개발하며 경험을 축적했다.
전사 도입 단계에서는 AI 역량 확보뿐 아니라 공공기관으로서의 책임성·보안성·데이터 통제 구조를 함께 설계했다.
박정필 한국은행 디지털혁신실장은 “이번 프로젝트는 AI를 단순히 도입한 것이 아니라 중앙은행 업무에 필요한 요건을 반영해 민관이 함께 설계한 결과물”이라며 “한은이 보유한 금융·경제 데이터를 AI가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이어 “중앙은행은 외부 클라우드 사용이 제한되고, 내부 데이터의 완전한 통제가 필수적인 조직”이라면서 “이에 따라 한국은행은 내부망에 AI 인프라를 구축하되, 운영 효율성을 확보하기 위해 ‘관리형 프라이빗 클라우드’ 방식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AI 시대의 데이터 거버넌스는 기존과 다르다”며 “과거에는 ‘사람이 이해할 수 있는 데이터’가 목표였다면, 이제는 ‘사람과 기계가 동시에 이해할 수 있는 데이터’가 필요한 만큼 비정형 문서까지 포함한 데이터 관리 범위를 확장했다”고 했다.
그는 “중앙은행의 AI 도입은 가장 필요하지만 가장 어려운 과제”라며 “이번 프로젝트는 기술 구축이 아닌 조직·데이터·업무 방식 전반의 전환이 이뤄지는 계기”라고 했다.
김유원 네이버클라우드 대표는 이번 협력을 두고 “전 세계 중앙은행 가운데 최초로 중앙은행 전용 AI를 실제 업무에 적용한 사례”로 평가했다. 단순한 기술 도입을 넘어, 보안·데이터·조직 운영 방식까지 함께 재설계한 실험이라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네이버가 강조한 키워드는 ‘소버린 AI’다. 소버린 AI는 단순히 국산 모델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망분리 환경과 중앙은행 고유의 업무 구조, 한국 경제의 특성을 자국의 기술과 데이터로 풀어가는 전 과정이라는 설명이다.
김 대표는 “‘BOKI’는 완결된 시스템이 아닌 출발점”이라며 “향후 과제로는 AI 도입에 따른 업무 효율 개선 효과의 객관적 측정과 초대규모 시계열 데이터를 활용한 거시경제 분석, 결제·소비·심리·에너지 사용량 등 새로운 데이터의 정책 활용 가능성이 있다”고 제시했다.
망분리 개선… “보안 유지하면서 일하는 방식 바꾼다”
AI 도입과 병행해 한국은행은 물리적 망분리 개선에도 나섰다. 2016년 전면 도입된 물리적 망분리는 외부 침해를 차단하는 데 탁월했지만 클라우드·AI 시대에는 업무 효율성과 데이터 활용을 제약하는 요인이 됐다.
한국은행은 제로트러스트 보안 철학과 국정원이 제시한 국가망 보안체계를 결합해 데이터 중요도에 따라 보안 통제를 차등 적용하는 구조를 설계했다. 이를 위해 53개 부서, 1539개 단위 업무와 수만 개 데이터 항목을 전수 분류했고, 주요 정보 시스템 29개를 대상으로 정밀한 보안 설계를 진행했다.
오진석 한국은행 IT전략국장은 “클라우드와 생성형 AI 같은 최신 IT 기술 도입이 필수적인 업무 환경으로 변했다”며 “이 과정에서 기존의 ‘획일적인 차단 방식’은 업무 효율성을 저해하고, 재택근무나 데이터 활용 측면에서 제약으로 작용했다”고 진단했다.
한국은행은 2024년 9월부터 7개월간 컨설팅을 추진하며 정보보호 수준을 진단했고, 국내외 보안 솔루션을 대상으로 실증 PoC를 진행해 성능, 규제 부합 여부, 구축·운영 비용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했다.
오 국장은 “온프레미스로 구축된 한국은행 AI 플랫폼에는 제로트러스트 기반의 지속 인증과 최소 권한 원칙이 적용됐다”며 “내부 사용자 역시 신뢰하지 않는다는 원칙 아래 AI 접근과 데이터 활용이 통제되며, 이는 AI 구축 단계부터 보안을 내재화한 ‘시큐리티 바이 디자인’”이라고 했다.
이어 “한은의 AI와 망분리 개선 사업은 AI 시대를 준비하는 국내 공공기관과 금융권에 중요한 메시지를 던진다”며 “보안은 혁신의 걸림돌이 아닌 기반으로서 혁신적인 AI 기술을 안전하고 자유롭게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한재희 기자
onej@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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