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치 데이터는 사라졌고, 대책은 아직이다 [줌인IT]
||2026.01.21
||2026.01.21
"규정에 따라 G드라이브를 성실히 사용해온 공무원들은 지난 8년간의 데이터가 한순간에 사라진 상황이다."
지난 9월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로 공무원 업무 저장소 'G드라이브'가 전소되면서 원칙을 충실히 따른 이들이 오히려 더 큰 피해를 입었다. 특히 업무용 PC에 별도로 저장하지 않고 G드라이드에만 정보를 보관해온 인사혁신처는 대부분의 업무 자료를 잃은 것으로 전해진다. 알려진 수치로만 858테라바이트로 영화 수십만 편에 해당하며 A4 용지로 환산하면 2조 장이 넘는 분량이다. 2017년 G드라이브 도입 이후 8년간 쌓아온 국가의 기록이 한순간에 사라진 셈이다. 사고 발생 후 4개월이 지났지만 현재까지 어떤 변화가 일어났는지에 대한 질문에 답변은 '글쎄'다.
G드라이브 데이터는 끝내 복구되지 못했다. 858테라바이트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그 안에는 국민을 위한 정책 연구 자료, 민원 처리 기록, 수년간의 업무 노하우가 담겨 있었다. 그 모든 정보가 화재와 함께 사라졌다. 행정안전부는 G드라이브가 '대용량·저성능 스토리지'라 외부 백업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이에 국가 행정 데이터를 단일 저장소에 집중시키고, 백업조차 같은 건물 안에 둔 채 방치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정부는 스스로 이런 재앙의 씨앗을 뿌렸다. 행정안전부는 2018년 'G드라이브 이용지침'을 통해 "모든 업무자료는 PC에 저장하지 말고 G드라이브에 저장하라"고 지시했다. 보안을 이유로 개인 컴퓨터 저장을 금지하고 중앙 집중식 저장을 강제한 것이다.
그럼에도 정부의 태도는 무책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가정보자원관리원 측은 "개인별로 별도 PC 저장 등을 하지 않아 데이터를 복구하지 못했다면 우리로서는 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밝혔다. PC 저장을 금지한 것도, 백업 체계를 만들지 않은 것도 정부였다. 한 공무원은 이와 관련해 "8년간 사용한 G드라이브가 전소됐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며 "미국도 민간 클라우드를 활용하는 데 한국만 유독 폐쇄적인 정책을 펼쳤기에 발생한 참사"라고 말했다.
사고 직후 정부는 일부 시스템을 대구 민간 클라우드센터로 이전하며 복구에 나섰다. 이재명 대통령이 "민간과의 협력을 적극 검토하라"고 주문하면서 민간 클라우드 전환에 대한 기대도 커졌다. 하지만 4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구체적인 백업 체계 개선안은 보이지 않는다. 재해복구(DR) 체계 구축과 민간 클라우드 전환을 위한 예산은 확보됐지만 구체적인 도입안은 아직이다.
이제는 말이 아니라 행동이 필요하다. 민간 클라우드 전환을 본격화하고, 백업 체계를 근본부터 재설계해야 한다. 더 이상 '전자정부 선도국'이라는 허울뿐인 명성에 안주할 때가 아니다. 새해에는 우리 정부가 인공지능 전환(AX)에 앞서, 진정한 디지털 전환(DX)을 이뤄나가길 바란다.
홍주연 기자
jyhong@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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