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늪 빠진 SK온…연임 4인 체제, 올해 성적표가 관건
||2026.01.21
||2026.01.21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사업 부진이 장기화되며 그룹 수뇌부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정유 부문이 회복 국면에 들어섰지만, 배터리 자회사 SK온의 대규모 적자가 누적되며 전체 실적을 끌어내리고 있어서다. 올해 연임에 성공한 장용호·추형욱 SK이노베이션 사장과 이석희·이용욱 SK온 사장에게 배터리 사업 정상화는 선택이 아닌 생존 과제가 됐다.
배터리 부진…지난해 누적 적자 3조4070억원
21일 증권가에 따르면 SK온은 지난해 4분기 290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트럼프 정부가 전기차 신차 구매시 지급하던 보조금을 9월 30일부터 종료하면서 미국내 전기차 판매량이 급감한 영향이다.
지난해 3분기 누적 4906억원의 누적적자를 감안하면 연간 영업손실 규모는 7000억원을 훌쩍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2021년 10월 독립 법인 출범 이후 2024년 3분기를 제외하고 4년 연속 연간 적자다. 누적 적자 규모는 3조4070억원에 달한다.
배터리 부문의 부진은 SK이노베이션 전체 실적에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지난해 4분기 SK이노베이션은 정유 부문 회복에도 불구하고 화학 업황 악화와 배터리 손실 영향으로 영업이익이 2850억원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영업이익률은 1.4% 수준이다.
시장은 배터리 사업을 향후 실적 회복의 최대 변수로 보고 있지만 대외 환경은 우호적이지 않다는 평가가 많다.
미국에서는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전기차 보조금이 폐지됐다. 유럽연합(EU)도 2035년 내연기관차 판매 전면 금지 방침을 사실상 철회하며 친환경 정책 속도를 조절하고 있다. 글로벌 전기차 수요 둔화 우려가 커지는 배경이다.
SK온은 이미 정책 변화의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해 테네시와 조지아 공장에 1조8878억원을 투입해 생산능력 확대에 나섰지만, 수요 둔화 국면에서 대규모 투자가 오히려 적자 부담을 키웠다는 평가가 나온다.
공장 가동률 절반으로 '뚝'…ESS 확대에 집중
여기에 급격한 환율 변동도 추가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6개월간 달러당 원화값은 약 9% 하락했다. 대규모 달러화 투자가 이뤄지는 미국 공장 특성상 환율 변동은 곧바로 투자 비용과 고정비 부담 증가로 이어진다.
특히 미국 공장들이 아직 초기 가동 단계에 머물러 있는 상황에서 환율 부담까지 겹치며 수익성 회복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SK온의 북미 및 글로벌 공장 평균 가동률은 52.3%에 그쳤다. 가동률이 낮은 상태에서 발생하는 달러 기준 고정비 부담은 수익성 개선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SK온은 지난달 미국 포드와의 합작사인 ‘블루오벌SK’ 사업을 청산하며 전략 수정에 나섰다. 현재 테네시 공장은 SK온이 단독으로 운영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정부 주도의 1조원 규모 ‘제2차 ESS 중앙계약시장’ 입찰에 참여하며 수주 확보에 나섰고, 이를 위해 충남 서산에 ESS(에너지저장장치) 배터리 생산라인을 구축했다. SK온은 서산 공장의 전기차 배터리 생산라인 일부를 ESS용 LFP 라인으로 전환해 안정적인 국내 공급 체계를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또 최근 SK온은 SK이노베이션과 함께 바나듐이온배터리(VIB) 기반 ESS 전문기업 스탠다드에너지와 협력하며 ESS 사업 포트폴리오 강화에도 나섰다. 올해초 이석희 SK온 사장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6’ 현장을 찾아 현대차그룹과 중국 지리자동차 전시관을 방문하는 등 주요 파트너들과의 협력 논의도 이어갔다.
업계에서는 배터리 사업 정상화 여부가 올해 SK이노베이션 실적과 경영진 평가를 가를 핵심 변수로 보고 있다. 지난해 SK온과 SK엔무브 합병 이후 추가적인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이 이어질지, SK이노베이션과 SK온 수장들이 배터리 사업 반등의 실마리를 마련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전기차 수요 둔화와 환율, 정책 변수까지 겹친 상황에서 배터리 사업 정상화는 쉽지 않다”며 “결국 올해는 실적 반등보다 손실 축소와 체질 개선 여부가 평가 기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선율 기자
melody@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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