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드컴發 가격 인상에 ‘탈VM웨어’ 확산…국산 솔루션 윈백 주목
||2026.01.20
||2026.01.20
기업 IT 인프라의 핵심이던 가상화 플랫폼 VM웨어(VMware) 생태계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 브로드컴(Broadcom) 인수 이후 이어진 라이선스 정책 변화와 가격 인상이 누적되면서, 그간 관망하던 국내 기업들이 본격적으로 대안을 찾아 나서는 모습이다. 특히 공공 부문과 대학을 중심으로 국산 솔루션으로의 전환 사례가 가시화되고 있다.
누적된 정책 변화, 비용 부담 임계점 넘어
브로드컴은 2023년 11월 VM웨어 인수를 완료했다. 이후 VM웨어의 라이선스 체계는 급격히 바뀌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영구 라이선스가 사실상 종료되고 구독형 모델로 전환됐으며, 제품군은 단순화되고 번들 중심 판매 구조가 강화됐다. 프로세서 코어당 요금제가 도입되고 최소 구매 수량도 늘어나면서 진입 가격대 자체가 높아졌다.
유럽 클라우드 인프라 제공자 협회(CISPE) 산하 유럽 클라우드 경쟁 관측소가 지난 10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일부 회원사들의 VM웨어 라이선스 비용이 기존 대비 상당 폭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지난해 11월에는 VM웨어 클라우드 파운데이션(VCF) 정가가 추가로 인상된 사례도 보고됐다. VM웨어 측은 "지난 2년간 VCF에 쿠버네티스 통합 관리, 프라이빗 AI 환경 지원 등 기능이 크게 확대된 데 따른 정가 재산정"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윈백 급증… 공공·대학 시장 전환 속도
이에 업계에서는 VM웨어의 비용 증가뿐만 아니라 라이선스 관리 부담, 향후 확장성에 대한 불확실성 등의 문제를 지적하며 탈VM웨어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탈VM웨어' 움직임이 구체화되고 있다. 국산 서버 가상화 솔루션 기업 오케스트로는 지난해 VM웨어 윈백 사례가 전년 대비 약 7배 증가해 국내 서버 가상화 분야 최다 윈백 레퍼런스를 기록했다고 19일 밝혔다. 윈백이란 한 번 다른 솔루션으로 이전한 IT 시스템을 다시 기존 또는 새로운 솔루션으로 되돌리는 과정을 말하며, 기존 가상화 환경의 데이터와 애플리케이션을 중단 없이 안정적으로 이전해야 하기 때문에 기술적 난이도가 매우 높다.
성장세는 가파르다. 탈VM웨어 수요가 본격화된 2023년 이후 2년 만에 오케스트로의 윈백 레퍼런스는 약 20배, 수주 금액은 약 24배 증가했다. 자사 서버 가상화 솔루션 '콘트라베이스' 매출 중 윈백 매출이 처음으로 100억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이 같은 성과의 배경에는 마이그레이션 전문 솔루션 '콘트라베이스 레가토 마이그레이터'가 있다. 지속적데이터보호(CDP) 기반 연속복제를 통해 초 단위 컷오버 기능을 구현, VM웨어 환경에서도 서비스 중단 없이 대규모 워크로드를 안정적으로 이전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대표적인 전환 사례로는 경기도 AI통합데이터센터가 꼽힌다. 오케스트로는 경기도 정보시스템을 VM웨어 기반에서 자사 솔루션으로 전환하는 사업을 수행했다. 전환 대상 시스템은 단종된 VM웨어를 포함한 이기종 환경에서 운영돼 왔다. 오케스트로는 마이그레이션 전문 솔루션을 적용해 100여 개 이상 가상 서버를 서비스 중단 없이 안정적으로 이전했다.
대학 시장에서도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파이오링크는 하이퍼컨버지드 인프라(HCI) 솔루션인 '팝콘(POPCON) HCI'로 대학 IT 인프라 시장 공략에 본격 나섰다. 대학은 학사·행정·연구 시스템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가상화 인프라에 대한 의존도가 높지만, 최근 VM웨어 중심 구조는 비용 증가와 라이선스 관리 부담, 향후 확장성에 대한 불확실성이라는 과제를 안고 있다. 파이오링크는 대학정보화서비스 전문기업 아카넷을 통해 대학 시장 유통 기반을 확보하고, 팝콘 HCI를 한국교육정보화재단(KREN)이 운영하는 'IT 마켓'에 등록했다.
팝콘 HCI는 가상화된 서버·스토리지·네트워크를 하나의 플랫폼으로 통합 제공해, 기존 VM웨어 기반 환경을 대체하거나 단계적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복잡한 라이선스 구조 없이 고가용성(HA), 재해복구(DR), 부하분산(LB), 백업·복구 등 고급 기능을 '영구 라이선스'로 제공하는 것이 외산 솔루션과의 차별점이다. 단일 플랫폼에서 가상머신(VM)과 컨테이너 환경을 동시에 지원해 통합 플랫폼에서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
조영철 파이오링크 대표는 "대학은 인프라 안정성과 비용 효율성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VM웨어 대안을 필요로 하고 있다"며 "팝콘 HCI를 통해 대학 차세대 정보시스템 구축과 클라우드 전환을 현실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파이오링크는 최근 2년여 간 공공·기업 시장에서 50여 건의 HCI 구축 레퍼런스를 확보했다.
다만 시장 전체가 일시에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고객 규모에 따라 체감 충격과 대응 양상이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대형 고객의 경우 십수 년간 VM웨어 기반으로 서버, 스토리지, 네트워크까지 모두 가상화된 환경을 운영해왔다.
반면 소규모 사용자나 공공기관, 대학은 상황이 다르다. 기존에는 일부 솔루션만 최소 구성으로 영구 라이선스를 도입해 사용해 왔다. 새로운 정책에서 이 구성이 불가능해지자 체감 비용 인상이 수 배에 달하는 경우도 발생하면서, 이들을 중심으로 전환이 가속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시장 재편 본격화… “선택의 시간 다가온다”
이러한 시장 움직임에 VM웨어도 반격에 나섰다. 지난해 8월 공개한 'VM웨어 클라우드 파운데이션(VCF) 9.0'을 통해 가상머신, 컨테이너, AI 워크로드를 단일 환경에서 운영할 수 있는 프라이빗 클라우드 플랫폼으로서의 정체성을 강화하고 있다. 브로드컴 아시아 총괄은 한국을 "차세대 기술 도입에서 중요한 시장"으로 평가하며 협력 확대 의지를 밝혔다. 이는 금융, 공공, 제조 등에서 데이터 위치와 운영 통제권 요구가 높은 한국 시장의 특성을 고려한 행보로 풀이된다.
다만 시장에서는 향후 지원 관련 문제에 관한 우려도 제기한다. 브로드컴이 과거 인수한 CA테크놀로지스나 시만텍 모두 국내 지사가 철수하는 등 진통을 겪은 바 있다. 이에 따라 기술 역량이 뒷받침되는 일부 기업은 오픈소스 커뮤니티 기반 솔루션으로 이동하거나, 리미니스트리트 등 서드파티 유지보수 서비스를 활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김범재 오케스트로 대표는 "VM웨어 환경에서의 전환은 단순한 시스템 교체가 아니라 핵심 시스템의 안정성과 서비스 연속성을 동시에 충족해야 하는 고난도 과제"라며 "축적한 윈백 경험을 바탕으로 올해도 시장 확대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밝혔다.
홍주연 기자
jyhong@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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