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건전성 규제에… 매물 보험사 3곳, M&A 앞두고 ‘긴장’
||2026.01.20
||2026.01.20
금융당국이 건전성 기준을 강화하기로 하자 보험사 인수합병(M&A)의 셈법이 달라졌다. 단순 자본 규모가 아닌 실제로 쌓아둔 회사 돈이 얼마냐에 따라 건전성이 크게 갈리게 된 탓이다.
그 결과 매수자는 더 깐깐해졌고 매도자는 가격 협상에서 한발 물러설 수밖에 없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 올해 보험사 M&A의 성패는 단기 실적보다 중장기 건전성이 가를 가능성이 커졌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 시장에서 매물로 거론되는 보험사는 ▲롯데손해보험 ▲KDB생명 ▲예별손해보험 세 곳이다. 세 회사는 모두 오래전부터 매각설이 반복돼 왔지만 번번이 무산됐다는 공통점이 있다.
판을 바꾼 건 금융당국의 건전성 규제다. 당국은 내년부터 보험사가 ‘겉으로 보이는 자본’이 아니라 실제로 버틸 수 있는 기본자본을 더 중시하도록 제도를 바꿨다. 핵심 기준이 기본자본 킥스(K-ICS)다. 후순위채, 신종자본증권 등 빚 성격의 자본을 빼고 회사에 남아 있는 순수 자기자본만으로 건전성을 따지겠다는 게 핵심이다. 금융당국이 기본자본 K-ICS 기준을 50%로 삼으면서 이를 얼마나 여유 있게 넘는지가 건전성의 척도가 되고 있다.
롯데손보는 2023년부터 매각을 추진하고 있고, 예별손보는 MG손보 부실 정리 이후 예금보험공사가 세 차례 매각을 추진했지만 원매자를 찾지 못했다. KDB생명은 산업은행이 2014년부터 여섯 차례 매각을 시도했으나 좌절됐다. 세 회사 모두 건전성 문제가 발목을 잡고 있는 만큼 자본 구조가 매각 성패를 가를 핵심 변수로 꼽힌다.
롯데손보는 사모펀드 JKL파트너스가 대주주다. 수익성 측면에서는 매력도가 있다. 지난해 3분기 누적 순이익이 전년 대비 크게 늘었고 미래 이익의 원천인 보험계약마진(CSM)도 2조원을 웃돈다. 과거 ‘부실 매물’ 이미지는 상당 부분 벗었다는 평가도 있다.
문제는 자본이다. 지난해 3분기 말 롯데손보 기본자본비율은 –16.8%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이에 지난해 11월 금융당국으로부터 경영개선권고(적기시정조치)를 받았다. 롯데손보는 이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이 기각된 뒤 경영개선계획을 제출한 상태다. 경영개선계획이 받아질 경우 1년 단위로 구조개선 작업을 진행해야 한다.
회사는 사업비 감축, 부실자산 정리, 조직 효율화 등을 통해 건전성을 끌어올리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사모펀드 대주주 특성상 대규모 추가 유상증자가 쉽지 않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된다. 매수자 입장에서는 경영개선계획 이행 리스크와 추가 증자 부담을 이유로 가격을 보수적으로 잡을 가능성이 크다.
예별손보는 2022년 MG손보가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된 뒤 예금보험공사가 100% 출자해 만든 가교보험사다. 예보는 2023~2024년 세 차례 매각을 시도했지만 원매자를 찾지 못했고, 지난해 9월 구조조정을 거쳐 다시 공개매각 절차에 들어갔다.
현재 예비입찰 진행 단계로 오는 23일 마감될 예정이다. 예보는 인수의향서를 접수한 인수희망자 중 적격성이 검증된 희망자에 5주 정도의 실사 기회를 부여한 뒤 본입찰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매각 방식은 주식매각(M&A)과 계약이전(P&A)을 모두 허용해 인수자의 선택폭을 넓혔다는 게 예보측 설명이다.
예별손보는 예전 MG손보와 비교하면 몸집을 상당 부분 줄였다. 매각을 앞두고 영업·마케팅 조직을 축소해 임직원을 500명대에서 250명대로 줄였고, 약 3000억원 규모의 부실자산과 부채를 정리하는 등 경영 효율화 작업을 거쳤다.
그럼에도 자본 구조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존재한다. 시장에서는 예금보험공사의 예보기금 지원 규모가 거래 성사의 핵심 조건으로 거론된다. 예금자보호법 제37조는 부실금융회사를 인수하는 기업이 예보에 자금 지원을 요청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메리츠화재가 예별손보 인수를 검토하던 과정에서도 약 8000억원 규모의 예보기금 지원 가능성이 논의 테이블에 올랐던 것으로 전해진다.
KDB생명은 그나마 사정이 나은 축에 속한다. 산업은행이 2010년 금호아시아나 구조조정 과정에서 인수된 뒤 2014년 이후 여섯 차례 공개매각을 추진했지만, 매번 건전성 부담이 걸림돌이 돼 거래가 무산됐다. 산업은행은 이달 이사회에서 매각 안건을 논의한 뒤 다음 달 공개경쟁 입찰에 나설 예정이다. 이번이 일곱 번째 매각 시도다.
다만 이번에는 이전과는 다른 전제 위에서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산업은행은 매각 재추진에 앞서 지난해 말 5000억원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무상감자로 누적손실을 정리한 뒤 대규모 자금을 수혈하면서 기본자본비율은 규제선 위로 올라설 전망이다. 과거 매각의 발목을 잡았던 건전성 문제를 먼저 정비한 셈이다.
실제 유상증자 이후 KDB생명의 실제 수치는 눈에 띄게 개선될 전망이다. 지난해 3분기 기준 16.3%였던 기본자본비율은 유증 효과를 반영하면 75.1%까지 올라설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올해 보험사 M&A의 관건은 가격이 아니라 건전성이다. 기본자본을 어떻게 안정화하느냐가 새 주인을 찾는 속도를 좌우할 전망이다.
곽노경 나이스신용평가 금융·SF평가본부 금융평가1실장은 “요구자본 축소나 유상증자 확대는 기본자본비율을 단기적으로 개선하는 데 그칠 가능성이 높아 실질적인 개선 방안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중장기적으로는 요구자본 대비 수익성을 제고하고 이익을 내부 유보함으로써 기본자본을 확충하는 방향의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대현 기자
jdh@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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