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딩뱅크 경쟁… KB·신한·하나, 차세대 격전지는 ‘AX’
||2026.01.20
||2026.01.20
국내 은행권의 리딩뱅크 경쟁에 관심이 쏠린다. 국민은행과 신한은행, 하나은행이 수년째 선두 자리를 놓고 엎치락뒤치락하는 가운데, 최근 경쟁의 축은 단순한 자산 규모나 순이익을 넘어 AX(AI 전환)를 앞세운 기업금융·글로벌·자산관리 역량으로 이동하고 있다.
20일 은행업계에 따르면 이달 말부터 4대 금융지주의 지난해 실적 발표가 나올 예정이다. 실적 공개를 앞두고 리딩뱅크 경쟁의 향방에도 관심이 쏠린다.
지난해 3분기 기준 리딩뱅크는 국민은행이다. 지난해 상반기까지는 신한은행이 앞섰지만, 3분기 누적 순이익에서 국민은행이 3조3645억원을 기록하며 신한은행(3조3561억원)을 84억원 차이로 제쳤다. 하나은행은 같은 기간 누적 연결 당기순이익 3조1333억원을 올렸다.
연간 리딩뱅크 자리는 예단하기 힘들다. 당기순이익 격차가 크지 않은 만큼 4분기 실적에 따라 리딩뱅크의 향방이 갈릴 것으로 보인다.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판매에 따른 과징금과 충당금 적립, 각종 일회성 비용이 주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리딩뱅크 타이틀은 그간 국민은행과 신한은행, 하나은행이 번갈아 차지해 왔다. 신한은행은 2015년과 2016년 2년 연속 선두를 지켰지만 2017년 국민은행에 자리를 내줬고, 2018년 다시 탈환했다. 이후 2019년부터 2021년까지는 국민은행이 3년 연속 리딩뱅크 자리를 지켰다.
2022년과 2023년에는 하나은행이 기업대출 확대와 자산관리 시장 선점 전략을 앞세워 1위에 올랐고, 2024년에는 신한은행이 다시 리딩뱅크를 차지한 바 있다.
리딩뱅크 자리는 단순히 1위라는 의미를 넘어선다. 금융지주의 핵심 계열사로서 수익성과 안정성은 물론, 그룹 전체의 전략 방향을 대표하는 상징성을 갖는다.
이환주 국민은행장은 최근 ‘전환과 확장’을 핵심 키워드로 내세우며 전략 방향을 분명히 했다. 지난 17일 열린 ‘KB국민은행 전략회의 2026’에서 그는 리테일 금융 1위에 안주하지 않고 기업금융 리더십을 확립하겠다고 밝혔다.
AI 에이전트를 활용해 영업 방식을 바꾸고, 단순 업무는 자동화하는 대신 고부가가치 기업금융과 자산관리 상담에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구상이다. 올해 신년사에서도 그는 ‘리테일 금융의 강자’라는 과거의 명성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며 전략적 지향점의 전환을 거듭 강조했다.
신한은행은 리딩뱅크 경쟁에서 ‘질적 성장’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정상혁 신한은행장은 취임 이후 단순한 외형 확대보다 전문성과 신뢰를 기반으로 한 성장을 강조해 왔다. 국내 영업은 물론 글로벌 사업에서도 질적 성장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정 은행장은 올해 들어 AX를 미래 경쟁력의 핵심으로 꼽고, AI 기반 채널 혁신과 일하는 방식의 변화를 통해 고객이 선택하는 은행으로 도약해야 한다고 밝혔다. 시니어와 외국인 등 새로운 핵심 고객군을 선점하는 한편, 디지털자산과 플랫폼 기반 금융 서비스까지 준비하며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하나은행은 자산관리 부문에서 가장 뚜렷한 색깔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취임한 이호성 하나은행장은 취임 일성으로 ‘리딩뱅크 탈환’을 직접 언급하며 손님 중심 영업문화 DNA 회복을 강조했다.
하나은행은 퇴직연금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2025년 한 해 동안 은행권에서 적립금 증가 규모 1위를 기록했다.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에 따르면 2025년 말 기준 하나은행의 퇴직연금 적립금은 48조4000억원으로, IRP·확정기여형(DC)·확정급여형(DB) 전 부문에서 고르게 성장하며 1년 새 8조1000억원 늘었다.
연금 전담 영업조직 강화와 ‘연금 더드림 라운지’, ‘움직이는 연금 더 라운지’ 등 오프라인 인프라 확충, AI 기반 연금 관리 서비스 도입이 자산관리 경쟁력을 뒷받침했다. 다만 자산 규모 열세와 글로벌 금융 불확실성은 향후 실적 경쟁에서 부담 요인으로 남아 있다.
우리은행도 리딩뱅크 경쟁에서 존재감을 키우기 위해 변화를 서두르고 있다. 기업문화 개선과 내부통제 강화와 함께 AX를 통한 기업영업 경쟁력 제고에 나설 계획이다. 디지털 기반 영업 효율화를 통해 기업금융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한편 금융지주 실적은 오는 30일 하나금융을 시작으로, 2월 5일 KB금융과 신한금융, 2월 6일 우리금융이 차례로 발표할 예정이다.
한재희 기자
onej@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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