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테’ 막자 토플 100점·280만원 강의… 학부모 울리는 대치동 ‘新입학법’
||2026.01.19
||2026.01.19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유명 영어학원이 입학 자격 시험을 폐지하는 대신 토플(TOEFL) 고득점이나 자사 출판사가 만든 영어 자격증 시험, 6개월 온라인 강의 수강 등을 입학 조건으로 제시했다.
정부가 유명 학원 입학을 위한 ‘레벨 테스트’(레테) 부담을 줄이기 위해 규제에 나섰지만, 오히려 입학 문턱이 높아지고 사교육비 부담은 가중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학원가에 따르면 대치동의 A 영어학원은 지난달 입학 레벨 테스트를 폐지할 예정이라고 공지했다. 이 학원은 높은 입학 난이도와 토론 중심 수업으로 대치동 학원가에서 ‘빅3’로 불려온 곳이다. 그동안 1차 읽기·쓰기 시험과 2차 인터뷰 시험으로 학생을 선발해 왔다.
A학원 원장은 공지를 통해 “폭넓은 시야와 공신력 있는 기준을 바탕으로 학생의 영어 역량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새로운 입학 기준을 제시했다.
새로운 입학 전형은 두 단계로 나뉜다. 1단계에서는 ▲토플 100점 이상 성적 제출 ▲P영어능력평가에서 최고 등급 획득 ▲학원 자체 온라인 강의 6개월 이상 수강 중 하나를 충족해야 한다. 이를 통과한 학생에 한해 S영어능력평가 응시 자격이 주어지며, 여기서 특정 등급 이상을 받아야 최종 입학이 가능하다.
A학원이 내건 조건 중 토플 점수는 ‘그림의 떡’이라는 게 학부모들의 주장이다. 토플 100점 이상은 미국 상위권 대학 지원이 가능한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입학 시험에 응시하는 만 8세 아동이 받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의미다. 또 A학원은 최근 3개월 이내 토플 성적만 인정하고 있고, 응시료도 220달러(약 32만원)로 비싸 반복 응시가 쉽지 않다.
결국 학부모들의 선택지는 영어능력평가나 온라인 강의로 좁혀진다. A학원이 제시한 P영어능력평가는 A학원이 운영하는 출판사가 제작한 시험이다. 평가 범위는 어휘·읽기·쓰기 영역으로 구성됐으며, 기존 입학 레벨 테스트 1차 시험이었던 읽기·쓰기에 단어 시험을 더했다. 기출문제는 공개되지 않고, 응시료는 회당 3만원이다. 성적 유효 기간은 3개월이어서 이후 단계인 S영어능력평가에서 탈락할 경우 다시 시험을 치러야 한다.
학원 자체 온라인 강의는 주 2회 비대면 방식으로 운영되며, 회당 수강료는 5만5000원이다. 6개월간 수강하면 총비용은 약 286만원에 달한다. 이 온라인 강의를 듣기 위해서도 별도의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A학원의 레벨 테스트 폐지 소식에 들떴던 학부모들은 부담이 되레 더 커졌다고 했다. 학부모 B씨(43)는 “결국 자체 자격증이나 비용 중 하나를 택하라는 방식”이라며 “형식은 바뀌었지만, 아이를 평가하고 줄 세우는 구조는 그대로다”라고 말했다.
학원 입학을 위한 레벨 테스트는 줄임말인 ‘레테’가 흔히 쓰일 정도로 고착화 됐다. 특히 영·유아가 레벨 테스트에 합격하기 위해 따로 과외를 받는 일까지 생기면서 ‘4세·7세' 고시라는 말까지 나왔다.
과도한 조기 사교육이 아동 인권을 침해한다는 비판이 쏟아지면서 정부는 레벨 테스트를 규제하기로 했다. 영·유아 대상 레벨 테스트를 금지하는 ‘학원법 개정안’이 지난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했다. 교육부는 이 법이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 시행되면 4세·7세 고시를 단속할 계획이다.
하지만 학원법 개정안이 영유아 대상 입학 시험만 규제하는 빈틈을 노려, 대치동 주요 학원들은 초등학생 대상 입학 평가를 강화하고 나섰다.
당장 A학원의 새 입학 시험 제도는 개정 학원법으로 규율하기 어렵다는 게 교육 당국의 설명이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학원법 개정안은 유아를 대상으로 한 입학 시험만 금지하는 내용으로, 초·중·고 대상 학원에 대해선 해당 행위만으로 처분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구조적 대책 없는 규제가 편법만 더 양산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양정호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레벨 테스트 규제 움직임 이후, 기존 특정 학원 출신에게만 입학 자격을 주고 시험을 치르게 하던 방식이 다른 형태로 바뀐 것”이라며 “결국 규제와 이를 우회하려는 시도가 맞물린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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