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관광객 찾는 도서관부터 해외 수출까지… 한옥 대중화 이끌 전문가 육성하는 국토부
||2026.01.19
||2026.01.19
여름에는 연꽃 향이 가득한 전주 덕진공원 연못 위 구름다리를 지나 사주문(四柱門)을 넘어가면, ‘ㄱ’ 모양의 연화정(蓮花亭)이 보인다. 연면적 393㎡ 규모 연화정은 지상 1층 한옥 건물로, 각도마다 다른 모습을 감상할 수 있는 팔작지붕을 지녔다. 연화정은 도서관인 연화당과 문화공간·쉼터이자 전망대인 연화루로 나뉜다. 15일 찾은 연화정 곳곳에선 선조들의 지혜를 어떻게 현대에 적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치열한 고민이 느껴졌다.
연화루는 도서관인 연화당보다 계단 세 칸 정도인 45㎝ 높은 위치에 있어 완전히 다른 풍경을 선보인다. 일부 기둥을 현대 기술인 마이크로파일 공법을 이용해 물속에 박았는데, 이로 인해 배에 올라 풍류를 즐기던 옛 선비가 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동시에 연화루와 도서관 사이에는 길을 터 전통적인 냉방 시스템을 도입했다. 햇빛이 잘 드는 남향 앞마당과 물에서 냉기가 올라오는 뒷마당 간 온도 차이로 바람이 통하게 하는 것이다. 옛 유원지였던 덕진공원 한가운데 자리한 연화정은 2022년 문을 연 이후 전주시민은 물론 수많은 관광객이 찾는 명소가 됐다.
연화정을 설계한 임채엽 건축사는 “혼자만의 힘으론 이 결과가 절대 나올 수 없었다”며 “국토교통부의 한옥 설계 전문 교육 과정을 수료했는데, 막히는 부분이 있으면 이때 만들어진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국내 최고 전문가들의 자문을 받을 수 있었다”고 했다. 임 설계사는 한옥에 매력을 느끼고 전북대에서 한국건축사 석사 과정을, 명지대에서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현재 대학 건축학과에서는 주로 서양 현대건축 위주의 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한옥 건축은 1개 학기, 1개 선택과목인 한국건축사 수업이 대부분이다. 이에 국토교통부는 2011년부터 건축사나 시공 전문 기능인 등을 대상으로 전문 인재를 양성해 왔다. 약 1580명의 전문 인재를 배출했으며, 이들은 한옥 설계공모 당선이나 시공 공사 수주, 해외 수출 등의 성과를 내고 있다.
◇ ‘한옥 캠퍼스’ 전북대, 전문 교육 앞장서
이런 한옥 교육에 앞장서는 곳이 연화정이 있는 전북도의 지방거점국립대 전북대다. 남해경 교수가 단장으로 있는 전북대 한옥건축사업단은 국토부 사업 첫해부터 한옥 설계 과정에 유일하게 연속 선정돼 왔고, 3년 전부터는 시공 과정까지 모두 선정되는 저력을 보여 왔다. ‘가장 한국적인 캠퍼스’를 추구하는 전북대는 정문을 비롯해 강의실, 카페, 헌혈의 집, 국제컨벤션센터, 법학전문대학원 등 한옥 건물 12개를 보유하고 있다. 국내에서 하나뿐인 4년제 대학 내 한옥건축학과를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16일 찾은 전북대 고창캠퍼스에선 실습 교육이 한창이었다. 호이스트(천장 크레인)가 설치된 야외 실습장에선 교육생들이 실제 크기의 한옥을 만들고 있었다. 실내 치목장에서도 10여명의 학생들이 교수의 지도에 따라 목재 손질에 한창이었다. 학기가 끝나고 겨울방학 중 동아리 활동이었지만, 작업장은 열기로 뜨거웠다. 이들은 실습에 들어가기 앞서 캠퍼스 내 박물관에 있는 문화재 보수 현장의 폐기물을 보고 한옥의 구성 하나하나를 익힌다고 한다.
손질된 목재로 왕지 맞춤을 연습하던 진빈(33·한옥건축학과 3학년)씨는 “건축과는 관련이 없는 일을 하던 회사원으로 원래 한옥과 문화재에 크게 관심이 없었다”면서도 “할아버지 댁이 한옥 형태의 고택인데, 직접 수리해드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공부를 시작했다”고 했다. 이어 “단열 등 한옥의 약점으로 꼽히는 점을 현대인들의 생활에 적합한 형태로 발전시켜 한옥에 특화된 인테리어쪽 일을 해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전북대는 교육 외에도 해외로 한옥을 수출하고 있다. 첫 수출은 2020년 알제리 국립대학에서 한옥을 지어달라는 요청을 받으면서 시작됐다. 이후 베트남, 필리핀, 미국, 캐나다, 호주 등 10여 개국에서 한옥 수출 프로젝트 20여건을 완료했거나 진행 중이다. 고객들은 한인 단체 또는 컨벤션 기업, 국가 기관 등으로 다양하다.
한옥 수출은 모듈러 주택으로 비유하면 이해하기 쉽다. 국내에서 모든 재료를 가공해 건조한 뒤 현지로 운송하고, 이를 다시 인력을 파견해 조립한다. 기간과 비용은 조건 별로 다르지만, 통상 6개월이 걸리며 건축 비용만 보면 3.3㎡당 약 1500만원의 비용이 든다. 여기에 재료 운반비와 인건비 등이 합해야 한다. 재료가 목재다 보니 인도네시아·태국처럼 습기가 많은 나라에 수출할 땐 건조를 더 많이 시키고, 흰개미가 많은 호주 등은 훈증(더운 연기에 쐬어서 찌는 것)을 진행하는 등 신경 쓸 점도 많다.
남해경 교수는 “한류 열풍으로 콘텐츠에 등장하는 한옥에 매력을 느낀 해외 소비자들의 수요가 늘고 있다”면서 “사실 수익이 남는 건 거의 없으나 한국의 우수한 주거 문화를 알리는 게 일조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 힘을 쏟고 있다”고 했다.
◇ 국토부, 한옥 명소·산업·인재 육성 확대
국토교통부는 이렇게 전북대에서 진행되고 있는 한옥 건축 설계와 한옥 건축 시공 관리자 전문 인재 양성 과정의 올해 운영 기관 공모 계획을 오는 2월쯤 수립할 예정이다. 100명 규모로, 총 3억원의 국비가 지원된다. 한옥 건축 설계 및 시공, 시공관리 교육과정 고도화와 인재 양성 우수기관 시상, 청년 및 교사 대상 한옥 캠프 재개 등도 모색한다.
아울러 국토교통부는 한옥 현대화에도 힘쓸 계획이다. 한옥 통계를 현실화하고, 경북·광주·서울 등 일부 지자체에서 운영 중인 한옥 등록제를 확산하는 방안을 살펴본다. 한옥 건축 지원, 결구 방식을 응용한 모듈러 한옥 연구, 자재 표준화 수준 제고를 통한 건축비 절감과 신규 사업 발굴에도 노력할 예정이다.
특히 국토교통부는 한옥건축기준을 합리적으로 현대화하는 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내화와 내진, 무장애와 녹색건축 등 법적 요건에 맞는 한옥 건축 기준을 마련하고, 현행 한옥건축기준은 현실에 맞게 재편할 계획이다.
또 국토교통부는 국민주권정부 국정과제의 하나인 지역 명소 조성을 위해 한옥형 디자인 특화 명소 확충도 본격 추진할 예정이다. 중장기적으로는 한옥 건축 산업화를 위한 ‘한옥 설계-자재(부재) 제작과 유통-기술 전문 교육-시공-유지보수’ 등을 한 자리에서 제공하는 ‘한옥 건축 산학연 협력단지(클러스터)’ 조성 방안을 구상한다. 이 내용은 앞으로 마련할 제3차 건축자산 진흥 기본계획(2026~2030)에 한옥 건축 활성화 방안으로 담을 수 있도록 논의되고 있다.
최아름 국토부 건축문화경관과장은 “한옥은 선조들의 삶의 여유와 철학이 녹아있는 건축자산”이라면서 “앞으로도 한옥이 지역의 정체성과 잘 어우러져 사랑받는 명소이자 일상 공간이 되도록 한옥 건축의 생태계 조성에 노력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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