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몰리는 증권사 퇴직연금… 미래 독주 속 치열한 2위 싸움
||2026.01.19
||2026.01.19
퇴직연금 시장이 빠르게 팽창하는 가운데 증권사간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1년 전 4위였던 삼성증권은 계열사 연금 거래, 원리금비보장 확대 등의 전략으로 2위로 올라섰고 그룹 격차가 열세인 한국투자증권은 로보어드바이저(RA) 등의 서비스를 내세우며 추격 중이다. 주식 투자 열기가 뜨거워진 만큼 수익률이 퇴직연금 경쟁의 관건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19일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증권사 14곳의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는 총 131조5026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말 103조9257억원 대비 26.5% 커진 규모다. 같은 기간 은행(적립금 260조5580억원)과 보험사(104조7415억원) 퇴직연금 적립금이 각각 15.4%, 7.4% 늘어난 것을 고려하면 1년간 증권사로 자금이 대거 몰렸다고 볼 수 있다.
자금이 물밑 듯이 들어오면서 순위도 요동쳤다. 미래에셋증권(38조985억원)이 1년간 적립금을 30.5% 늘리며 선두를 유지한 가운데 삼성증권은 15조3857억원에서 21조573억원으로 36.9% 확대하며 4위에서 2위로 올라섰다. 15조8148억원이었던 한국투자증권은 같은 기간 20조7488억원으로 31.2% 늘리며 3위를 유지했으나 경쟁사의 순위 상승을 지켜봐야 했다. 현대차증권은 17조5151억원에서 19조1904억원으로 9.6% 늘리는 데 그치며 2위에서 4위로 떨어졌다.
이어 NH투자증권 10조2238억원(전년 대비 증가율 25.8%), KB증권 8조3359억원(25.6%), 신한투자증권 6조9358억원(20.5%), 대신증권 2조2266억원(22.5%), 하나증권 1조8885억원(31.1%), 한화투자증권 9964억원(42.7%) 등의 순으로 퇴직연금 적립금이 컸다.
계열사 활용 여부가 2위 향배를 가른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증권은 2024년 말 1조7036억원이었던 계열사 적립금을 작년 말 3조2976억원으로 1조5940억원 확대했는데 이는 이 기간 전체 적립금 증가액(5조6716억원)의 30%가량 차지하는 규모였다. 2·3·4위 중 가장 컸다.
한국투자증권은 계열사 적립금을 1159억원에서 1530억원으로 371억원 늘리는 데 그쳤다. 두 회사 간 적립금 격차가 3085억원인 점을 고려하면 그 규모가 작다고 볼 수 없다. 계열사 비중이 70%대인 현대차증권은 최근 1년 동안엔 계열사 적립금을 1조1778억원 확대했다.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에서 확인한 결과, 삼성증권은 삼성전자·삼성중공업 등 계열사 14곳과 퇴직연금 DC형 금융거래를 맺고 있다. 삼성증권의 퇴직연금 DC형 적립금 내 계열사 비중은 41.9%로 절반에 가깝다.
삼성증권이 다양한 상품 구성을 갖춘 것도 주효했다. 고수익·고위험 연금 상품 비중을 키우면서 선택의 폭을 넓힌 것. 펀드·상장지수펀드(ETF)·타깃데이트펀드(TDF) 등으로 구성된 원리금비보장 적립금을 6조7527억원에서 11조7486억원으로 약 5조원 확대했다. 원리금비보장 적립금을 1년간 4조1636억원을 늘린 한국투자증권과 비교해 8000억원 이상 컸다. 원리금비보장 비중도 삼성증권은 55.8%로 절반을 넘긴 반면 한국투자증권은 45.9%로 여전히 40%대 수준이다.
경쟁을 의식해서인지 두 회사는 연금 서비스를 지속 확대 중이다. 삼성증권은 작년 7월 원하는 금액·수량만큼 ETF를 정기적으로 자동 매수할 수 있는 ‘퇴직연금 ETF 모으기’ 서비스를 출시했고 4월엔 쿼터백자산운용·디셈버앤컴퍼니와 제휴한 로보일임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로보어드바이저(RA)가 알고리즘 등을 통해 포트폴리오를 자동 운용하는 서비스다.
2024년 11월 ‘퇴직연금 ETF 적립식 자동투자 서비스’를 선보인 한국투자증권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지난해 7월 퇴직연금에서 우량 회사채 등 장내채권을 매매할 수 있는 기능을 추가했다. 4월엔 타사와 제휴가 아닌 자체 퇴직연금 RA 일임 운용 서비스를 출시했다.
중위권 증권사 추격도 거세다. NH투자증권은 작년 12월 퇴직연금 전용 ELS(주가연계파생결합증권)인 ‘N2 퇴직연금 ELS’를 출시하며 차별화를 뒀고 6월엔 디지털사업부 아래에 ‘퇴직연금 PB팀’을 꾸리며 AI 기능을 강화했다. KB증권은 올해 조직개편에서 WM사업그룹 산하에 있던 연금본부를 연금그룹으로 승격해 퇴직연금 사업 강화에 나설 것을 드러냈다. 현대차증권도 작년 말 ‘RA 일임 서비스’를 출시하면서 퇴직연금 1위 재탈환에 시동을 걸었다.
앱(애플리케이션) 편의성 등이 퇴직연금 경쟁력 확대에 관건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신승환 나이스신용평가 책임연구원은 “ETF와 같은 자산으로 퇴직연금을 운용하고자 하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투자 수요에 부합한 증권사로 머니무브가 일어나고 있다”며 “다양한 연금 상품을 제공하고 실시간 시세 조회 등 앱을 이용하기 편리한 증권사로 자금이 몰릴 것”이라고 말했다.
수익률이 중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퇴직연금은 노후를 위한 안전망 성격을 가지고 있는데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수익률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증권사마다 투자자들에게 얼마나 매력적인 모델 포트폴리오와 수익률을 제공할 수 있느냐가 퇴직연금 사업에 있어 승패를 가름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승준 기자
sjyoo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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