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이 판 바꿨다”… 적자 기업서 핵심 축 된 보스턴다이나믹스
||2026.01.17
||2026.01.17
대규모 적자를 이어오던 현대차그룹의 로봇 전문 기업 보스턴다이나믹스가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Atlas)’를 앞세워 재평가 국면에 들어섰다. 현대차그룹이 2020년 인수 당시 감수해야 했던 재무적 부담이 기술 경쟁력으로 전환되며, 그룹의 미래 성장 축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보스턴다이나믹스는 현대차그룹이 2020년 총 11억달러(약 1조6186억원)를 투입해 소프트뱅크그룹으로부터 지배 지분을 인수한 로봇 기업이다. 인수 당시 지분 구조는 현대차 30%, 현대모비스 20%, 현대글로비스 10%,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20%였다. 정의선 회장은 사재 2400억원을 들여 직접 지분을 확보했다. 업계에서는 “로봇을 단기 수익원이 아닌 미래 산업의 핵심으로 본 판단”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현대차그룹 편입 이후 보스턴다이나믹스는 뚜렷한 실적을 내지 못했다. 순손실은 2021년 1970억원, 2022년 2550억원, 2023년 3350억원으로 확대됐다. 2025년 3분기 기준 매출은 사실상 발생하지 않았고, 당기순손실은 3864억원에 달했다.
그럼에도 정의선 회장의 시선은 단기 실적에 머물러 있지 않았다. 정 회장은 보스턴다이나믹스를 수익 사업이 아닌 현대차그룹의 중장기 핵심 성장 축으로 보고 로봇 분야 투자를 지속해왔다. 그는 인수에 앞선 2019년 10월 타운홀 미팅에서 “미래 현대차그룹 사업의 20%는 로보틱스가 될 것”이라고 밝히며 로봇 사업 육성 의지를 드러냈다. 2020년 신년사에서도 자동차 중심의 혁신을 넘어 로봇과 도심항공모빌리티(PAV)를 기반으로 한 스마트 이동 솔루션 사업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분위기를 바꾼 계기는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였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5일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2026에서 ‘차세대 전동식 아틀라스 연구형 모델’과 ‘개발형 모델’을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연구형 모델은 향후 상용 제품에 적용할 핵심 기술을 검증하는 단계로, 360도 회전이 가능한 관절 구조를 적용해 인간과 유사한 자연스러운 보행과 높은 안정성을 구현한 것이 특징이다. 업계에서는 “휴머노이드 로봇 분야에서 기술적 임계점을 넘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술 성과는 외부 평가로도 이어졌다. 보스턴다이나믹스는 지난 9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6에서 글로벌 IT 전문 매체 씨넷(CNET)이 선정한 ‘최고의 로봇상(Best Robot)’을 수상했다. 씨넷은 “이번 CES에 등장한 수많은 휴머노이드 로봇 가운데 단연 최고였으며, 자연스럽고 안정적인 보행이 깊은 인상을 남겼다”고 평가했다.
로봇 사업 위상이 달라지면서 기업공개(IPO) 가능성도 거론된다. 장재훈 현대차그룹 부회장은 보스턴다이나믹스 상장과 관련해 “외부 금융 투자 등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시장에서는 보스턴다이나믹스 기업가치를 최소 30조원 이상으로 추정한다. 상장이 현실화할 경우 정의선 회장이 보유한 지분 가치가 단순 계산으로 6조원대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초기 투자금 대비 약 28배에 달하는 평가 차익이다.
이 같은 기대감은 그룹 전반의 주가 재평가로도 이어지고 있다. DS증권은 현대차를 ‘피지컬 AI 기업’으로 규정하며 목표주가를 50만원으로 상향했고, LS증권도 목표주가를 42만원으로 높였다. IBK투자증권은 현대모비스 목표주가를 기존 37만원에서 47만원으로 27% 상향 조정했다. 현대글로비스 역시 미래에셋증권 기준 목표주가가 21만원에서 29만원으로 38.1% 올랐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보스턴다이나믹스는 ‘적자 나는 실험실’로 인식됐지만, 아틀라스를 기점으로 기술 경쟁력과 사업성이 동시에 부각되고 있다”며 “현대차그룹이 로봇과 AI를 미래 핵심 산업으로 끌어올리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의선 회장의 로봇 투자가 단기 실적을 감내한 장기 전략이었다는 점이 점차 입증되고 있다”며 “보스턴다이나믹스가 그룹 내 비주류에서 핵심 성장 자산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덧붙였다.
허인학 기자
ih.he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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