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카카오, 국가대표 AI에 선 그었다
||2026.01.17
||2026.01.17
네이버와 카카오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추진하는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 재도전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 국내 양대 빅테크가 ‘국가대표 AI’ 경쟁에서 이탈한 배경으로는 정부의 기술 순혈주의 중시 기조와 기업들의 실용주의 노선이 엇갈린 점이 꼽힌다. 네이버·카카오처럼 올해부터 AI 서비스 사업에 본격적으로 나서는 기업 입장에서는 국가 프로젝트에 인력과 자원을 계속 투입할 유인도 부족한 실정이다.
17일 관련 업계에 의하면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 탈락 기업 중 재도전 프로그램에 참여 의사를 밝힌 곳은 없다. 오히려 네이버·카카오·NC AI·KT 등 탈락 팀은 불참 의사를 명확히 했다.
이는 국가대표 AI를 선발하는 독자 AI 프로젝트에 참여해도 얻을 수 있는 실익이 부족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앞서 정부는 1월 15일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1차 단계평가 결과를 공개하면서 처음부터 끝까지 직접 개발해봐야 한다는 ‘독자성’ 기준을 강조했다.
국가대표 AI의 독자성은 해당 사업 모집 초기부터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처음부터 끝까지 직접 개발한다는 ‘프롬 스크래치’가 중요하다고는 했지만 그 범위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정해주지 않았다.
지난해 8월 탈락한 KT, 카카오는 탈락 이유도 공개되지 않았다. 업계는 두 기업의 모델은 전부 프롬 스크래치 방식으로 개발됐어도 각각 마이크로소프트(KT), 오픈AI(카카오) 같은 글로벌 빅테크와 협업한다는 점이 문제된 것으로 봤다.
올해 1월 탈락한 네이버는 중국 알리바바의 비전 인코더(이미지 인식모듈)의 가중치까지 사용한 것이 문제가 돼 독자성 부족으로 탈락했다. NC AI는 성능 부족으로 탈락했다.
류제명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2차관은 15일 브리핑에서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가 오픈소스 사용을 죄악시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오픈소스를 쓰더라도 가중치까지 가져다 쓰는, 일종의 남의 경험에 무임승차 하지 말고 학습 경험 자체를 새롭게 해보자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는 정부가 이번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에서 독자성의 기준을 처음으로 구체적으로 제시한 것이다. 성능이 좋은 모델을 신속하게 만들면서 그 데이터의 통제권을 대한민국이 갖는 형태가 아니라 외부 기술 의존 없이 AI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 전 과정을 직접 수행해 보자는 취지다. 이 같은 방식으로 프로젝트가 계속된다면 네이버·카카오 같은 기업은 참여할 이유가 사실상 없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현재 독자 AI 모델이 아니라 AI 서비스 출시에 역량을 집중해야 하는 시기다. 네이버는 올해 1분기 쇼핑 분야 AI 에이전트를 출시할 예정이다. 이 에이전트는 지난해 11월 최수연 네이버 대표가 공개한 ‘에이전트N’의 시초 역할을 맡는다. 에이전트N은 네이버의 모든 서비스에 접목된 AI 에이전트들을 조율하는 AI다.
카카오도 마찬가지로 올해 1분기 내 온디바이스 기반 에이전틱 AI ‘카나나 인 카카오톡’을 출시한다. 카나나 인 카카오톡은 카카오의 다양한 서비스 생태계를 엮어 이용자가 필요로 하는 것을 먼저 제공하는 서비스다. 네이버와 카카오 두 기업 모두 올해 AI를 신규 수익원으로 만들기 위해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에 재도전하게 되면 인력·자원이 분산된다. 만약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최종 2개 정예팀으로 선정되더라도 해당 모델은 오픈소스 공개를 지향한다. 국내 AI 생태계 조성 및 확산이 목적인 프로젝트이기 때문이다. 당장 오픈AI, 구글, 메타, xAI 등 글로벌 빅테크의 AI 서비스와 경쟁해야 하는 네이버·카카오 입장에서는 굳이 참여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그래픽처리장치(GPU)를 마련할 수 없어 정부의 손을 빌려야만 하는 규모의 기업도 아니다. 탈락한 다른 기업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익명을 요청한 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가 글로벌 시장에서 바로 경쟁할 수 있는 수준의 고성능 모델을 빠르게 만들어 보자고 하는 줄 알았는데 이제 보니 처음부터 끝까지 다 직접 개발하는 것을 원하고 있었다”며 “돈 벌기 바쁜 기업을 데려다 서바이벌 광대놀음을 시키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네이버·카카오 정도면 GPU를 못 구하는 것도 아니고 당장 급한 AI 수익화에 집중해야 하는 시기다”라며 “AI 서비스를 1분기에 내더라도 AI로 수익을 내려면 1년 이상의 안정화 시간이 필요할 수도 있는데 굳이 국가대표 AI 서바이벌에 재도전할 이유가 있나 싶다”고 말했다.
변인호 기자
jubar@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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