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 주연’은 중국이었다 [줌인 IT]
||2026.01.16
||2026.01.16
“앞으로 CES는 베이징이나 상하이에서 개최하는게 어떨까 싶습니다.”
올해 CES를 참관한 한 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그의 말처럼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로 불리는 CES는 마치 중국에서 열린 전시회처럼 느껴졌다. 부스 면적부터 전시 스케일과 관람객 밀집도 등 모든 상황을 감안하면 중국 기업이 주연급을 차지해서다.
참가 기업 수도 중국이 미국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미국이 1476개 기업에서 참여했는데, 중국에서는 942개 기업이 참여했다. 한국 기업 수 853개를 넘어섰다.
특히 중국 기업들은 전시장 규모와 관람객 밀도 측면에서 주목도가 높았다. 뿐만 아니라 삼성전자가 인근 윈 호텔로 이동해 단독관을 차리자 그 자리를 TCL·하이센스·드리미 등이 메웠다. 이들 부스는 LG전자보다 큰 규모로 전시장 중심부를 꿰찼다.
미중 무역분쟁이 지속 중이라는 점에서 이같은 모습은 더욱 상징적이다. 미국은 반도체와 AI를 중심으로 중국을 강하게 견제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미국에서 열리는 전시회에서는 중국 기업이 발톱을 날카롭게 드러냈다. 제재와 규제가 중국의 성장을 둔화시키기보다는, 기술 개발과 제품화 과정을 더 짧은 시간 안에 반복하게 만들며 속도를 오히려 높이고 있었다.
중국 기업들은 전시의 ‘질’ 측면에서도 로봇을 중심으로 두드러진 기술 진화를 보여줬다. 휴머노이드 로봇은 저가형부터 차세대 모델까지 상용화를 이미 시작했거나 눈앞에 둔 다양한 라인업으로 등장했다. 백덤블링 후 안정적으로 착지하고, 음악에 맞춰 군무를 추거나 사람이 밀어서 뒤로 밀려도 중심을 잡는 모습은 참관객들의 환호를 자아냈다. 물속을 누비고, 계단을 오르며 청소하는 로봇청소기까지 편의성을 높인 제품 시연도 이어졌다.
중국 기업이 CES 무대 주연으로 부상한 배경에는 정부의 대규모 지원을 바탕으로 한 가격 경쟁력이 있다. 제조·로봇·AI 전반에서 빠르게 고도화된 기술력도 있다. 센서·모터·배터리·AI 모델을 조합하는 단계를 넘어, 이들 요소를 자국 내 공급망에서 통합하고 반복 실증을 거쳐 곧바로 제품으로 완성하는 산업 구조도 빠른 성장세를 이끌었다. 기술 개발과 양산, 현장 검증이 하나의 사이클로 돌아가며 속도를 높인 것이다.
한국 기업은 자체 기술 경쟁력은 강하지만, 전시장 전체를 관통하는 메시지와 스케일 측면에서는 중국 대비 상대적으로 위축돼 보였다. 현대자동차의 아틀라스 시연은 안정감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는 점에서 예외로 볼 수 있다. 하지만 LG전자의 홈로봇 'LG 클로이드' 전시는 아쉬움이 남았다. 안전을 이유로 일정 거리를 유지하며 관람객이 먼발치에서 바라보는 방식으로, 체험보다 설명이 앞서는 구조여서다. 상용화를 앞둔 기술을 직접 만지고 경험하게 한 중국 기업의 접근과 대비됐다.
이번 CES는 중국이 얼마나 앞서 있는지를 넘어, 어떤 방식으로 기술 경쟁을 벌이고 있는지를 보여준 무대였다. 제조 역량을 기반으로 로봇과 AI를 흡수하고, 이를 빠르게 제품으로 구현하는 구조는 향후 한국 기업에 더 위협적으로 작동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 기업 역시 기술 개발에 머무르지 않고, 이를 실생활과 시장에서 얼마나 빠르게 구현해낼 수 있을지가 과제로 남았다.
이선율 기자
melody@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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