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계 앞둔 롯데·코오롱·LX, 증시호황 불구 뒷걸음질… 관리 중?
||2026.01.15
||2026.01.15
증시 호황에도 지주회사 주식은 좀처럼 반등기미가 없어 보인다. 반년 새 지주회사 주가는 평균 1%도 오르지 못했고, 절반 이상은 오히려 빠졌다. 특히 그룹 오너가 고령이라 언제 승계 이슈가 불거져도 이상하지 않은 롯데, 코오롱 등의 일부 그룹 지주회사는 하락률이 20%가 넘었다.
상장주식 상속 시 시가총액을 반영하는 만큼 상속세 절감을 위해 ‘주가 누르기’에 나선 것 아닌가 하는 의혹이 크다.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 공시대상기업집단 92곳 중 오너 그룹에 속한 상장 지주사(실질적 지주사 역할 포함) 46곳 주가는 최근 6개월간 평균 0.8% 상승하는데 그쳤다. 같은 기간 코스피 등락률 47.8%를 50%포인트나 밑돈다. 주가가 오른 곳은 18곳에 불과했고, 28곳은 미끄럼질쳤다.
지주사 주가가 부진한 것은 경영권 승계 부담을 줄이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현행법상 상장주식을 상속·증여할 경우 과세표준은 시가를 기준으로 한다. 시가는 상속·증여일 전후 2개월간 종가 평균으로 결정된다. 주가가 낮을수록 상속·증여세 부담이 줄어드는 구조다.
승계를 앞둔 그룹이 특히 부진했다는 점에서 주가 누르기는 설득력을 얻는다. 주가가 하락한 28개 지주회사 중 16곳이 동일인(그룹 총수) 나이가 만 65세 이상인 그룹이었다.
롯데지주(등락률 –23.5%), 코오롱(-20.7%), DB(-4.5%), LX홀딩스(-18.9%), 삼천리(-30%), KG케미칼(-5.1%), 동국홀딩스(-22.1%), 삼양홀딩스(-15%), 유진기업(-7.6%), BGF(-16.2%), 하이트진로홀딩스(-17.1%), 농심홀딩스(-0.4%), 현대해상(-6.7%), 한솔홀딩스(-14.5%) 등이 여기에 속했다.
이들 기업들은 주가 하락에도 굳이 주가 부양에 나서지 않았다. 일례로 롯데지주는 자사주 비율이 32.5%(2024년 말 기준)에 달해 정부의 자사주 소각 주문에 응할 것으로 기대했으나 작년 6월 말 ‘소각’ 대신 자사주 일부를 계열사에 넘기는 ‘처분’을 선택하며 실망감을 안겼다.
하지만 이는 과세표준이 줄었다는 점에서 오너 일가에게 기회였다. 롯데지주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70세)이 지분 13.04%로 최대주주인데 지분가치는 3571억원(13일 종가×보유 주식 수) 수준이다. 상속·증여 최고세율(55~60%)을 적용하면 예상 산출세액은 1964억~2143억원으로 6개월 전(2566억~2800억원)보다 약 700억원 적다. 오너 3세 신유열 롯데바이오로직스 대표는 작년 9·12월 두 차례 총 보통주 8567주를 매입하며 지분을 0.02%에서 0.03%로 끌어올렸다.
코오롱도 최대주주인 이웅렬 명예회장(69세)이 일흔을 바라보면서 주가 부양에 소극적이다. 이 명예회장 지분은 48.69%로 높은 반면, 그의 장남 이규호 코오롱그룹 부회장 지분은 아직 없다. 주가 하락으로 이 명예회장 지분가치는 6개월 전 3448억원에서 현재 2737억원으로 줄어들었고 예상 산출세액도 300억~400억원 감소했다. 작년 12월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을 상장폐지하고 코오롱 자회사로 편입하며 승계 작업에 시동을 걸었다는 평가다.
승계 작업 중인 LX홀딩스도 주가가 내리면서 과세표준인 구본준 회장(74세, 지분 20.37%) 지분가치가 급감했다. 1226억원으로 6개월 전(1512억원)보다 약 300억원 적다. 장남 구형모 LX MDI 대표는 지분이 12.6%다.
DB그룹 DB는 오너 2세 김남호 명예회장이 지분 16.83%로 최대주주이지만 아버지인 김준기(81세) 그룹 총수의 지분이 15.91%라서 완전한 승계라고 보기 힘든 상황이다. DB는 무배당 기조를 이어가며 주주환원을 외면하고 있다.
승계와 밀접한 여타 지주사 역시 밸류업에 소극적이다. KG그룹 계열사 KG이니시스는 밸류업 공시를 냈으나 지주사 KG케미칼은 밸류업 공시를 내지 않았다. BGF그룹도 계열사 BGF리테일은 공시를 냈고 지주사 BGF는 조용했다. 농심·한솔그룹도 핵심 계열사(농심, 한솔케미칼)만 밸류업에 참여할 뿐 지주사(농심홀딩스, 한솔홀딩스)는 참여하지 않았다.
다만 지주사의 ‘주가 누르기’ 행태가 계속 이어질진 의문이다. 국회 정무위원회에 상정된 ‘상속세 및 증여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이 3차 상법 개정안 본회의 통과 이후, 자본시장 활성화 차원에서 힘을 받을 수 있어서다.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5월 발의했다.
법률안 취지는 기업 상속을 앞둔 대주주의 주가 누르기 관행을 제도적으로 차단하겠다는 거다. 상장주식 시세가 순자산가치의 80%에 미달할 경우 비상장주식처럼 자산·수익을 고려한 평가방식을 적용하고 평가가액 하한선을 순자산가치 80%로 설정하는 내용을 담았다.
순자산가치 80%는 주가순자산비율(PBR) 0.8배와 같다. 13일 기준 상장 지주사 46곳의 PBR은 평균 1.05배로 0.8배를 웃돌았으나 이는 일부 PBR이 높은 소수 회사 효과에 따른 착시일 뿐이다. 46곳 중 36곳이 1배 이하였고 22곳은 0.5배 아래였다.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연세대 국제대학원 교수)은 지주사 주가 누르기 의혹에 대해 “개연성은 항상 있다. 패밀리, 경영진 다 비슷하다”며 “이소영 의원 세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지주사 저평가는 해소될 것이고 주요국처럼 이사회 목표를 할인율 축소하는 걸 명확히 규정해 찬성하지 않는 이사들을 재선임할 때 반대하는 운동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윤승준 기자
sjyoo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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