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돈 더 쌓아라” 당국 압박에… 보험사, 자본관리 골머리
||2026.01.15
||2026.01.15
금융당국이 보험사 자본 규제 기준을 바꾸기로 하자 업계 셈법이 복잡하다. 결론은 보험사에 회사 돈을 더 쌓으라는 요구지만, 이를 단기간에 충족하는 일은 간단치 않다. 이에 보험사들은 자본 확충 방안을 전방위로 검토하고 있다.
15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당국은 보험사 건전성 평가 기준으로 ‘기본자본 킥스(K-ICS) 비율 제도’를 도입한다. 시행 시점은 2027년 1월 1일이다. 제도의 핵심은 보험사가 부담하는 요구자본에 자본금과 이익잉여금 등 손실흡수력이 높은 기본자본을 최소 50% 이상 확보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동안 보험사 자본 규제는 전체 규모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만약 건전성 기준에 미달하면 후순위채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해 외부 자금을 끌어오면 됐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이런 방식으로 쌓은 자본이 위기 상황에서 실제로 손실을 얼마나 흡수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고 했다.
이를 바탕으로 한 '기본자본 킥스(K-ICS) 비율'을 따져보면 규제 기준선인 50%에 근접했거나 이미 이를 하회한 보험사도 적지 않다. 기본자본 K-ICS 비율은 외부 조달 자금을 제외한 자기자본만을 반영해 산출되기 때문에, 기존 K-ICS 비율보다 낮게 나타난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규제 도입 이전부터 자본 관리 부담이 현실화된 보험사가 늘고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기본자본 킥스 비율이 60%를 밑도는 보험사는 ▲현대해상 59.7% ▲한화생명 57.0% ▲흥국화재 42.1% ▲KDB생명 32.4% ▲하나손해보험 9.4% ▲iM라이프 -5.2% ▲롯데손해보험 -16.8% 등이다.
특히 iM라이프와 롯데손해보험은 기본자본이 요구자본에 못 미치며 비율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규제가 본격 적용될 경우 분기별 관리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현재 보험사들이 검토하는 대응 방향은 크게 두 갈래다. 하나는 기본자본을 직접 늘리는 방식이고, 다른 하나는 부담해야 할 위험 자체를 줄이는 방식이다.
가장 직접적인 해소 방법은 기존 대주주를 대상으로 한 유상증자다. 푸본현대생명은 지난해 7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했고, 하나손해보험도 2000억원을 증자해 자본을 보강했다. 규제 도입을 앞두고 선제적으로 대응에 나선 사례다. 다만 증자는 대주주의 자금 여력에 크게 좌우된다는 한계가 있다. 특히 대주주가 사모펀드인 경우 추가 증자로 이어지기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보험사들은 부담해야 할 위험을 줄이는 쪽에도 시선을 돌리고 있다. 공동재보험이 대표적인 수단이다. 공동재보험은 보험사가 떠안고 있는 위험 일부를 외부(재보험사)로 이전해 전체 위험 규모를 낮추는 방식이다. 해외에서는 일반적이지만 국내에서는 2020년 도입돼 아직 초기 단계다.
자산 구성을 조정하는 움직임도 나타난다. 일부 보험사는 대체투자 자산을 줄이고 국공채 비중을 늘리고 있다. 국공채는 요구자본 부담이 거의 없어 기본자본 비율 관리에 유리하지만, 대체투자는 위험 부담이 크게 반영돼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사들이 규제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공동재보험은 물론, 대체투자 자산을 줄이고 국공채 비중을 늘리는 식의 운용 전략 변화가 불가피해질 수 있다”며 “요구자본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추다 보면 자산 운용이 점점 보수적으로 흘러가 결국엔 자산운용 수익 저하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이같은 변화가 각 보험사의 경영 판단 영역이라는 입장이다. 각 사의 재무 상황과 투자 전략에 따라 알아서 결정해야 할 사안이라는 설명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자본을 키우는 쪽에 액션을 할지, 요구자본을 축소하는 방식으로 액션을 할지, 두 방식을 병행할지는 개별 회사가 재무 상황에 따라 경영상 판단을 내릴 것”이라고 했다.
전대현 기자
jdh@chosunbiz.com
고객님만을 위한 맞춤 차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