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판만 지주사인 ‘한투’… 보험사 인수, 성장동력 발판되나
||2026.01.14
||2026.01.14
연간 이익 2조원 달성을 앞둔 한국금융지주가 주식시장에선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경쟁사 미래에셋증권 주가가 한 달간 20% 이상 뛰는 동안 한국금융지주는 제자리를 걸으며 박스권에 갇혔다. 브로커리지 점유율이 낮은 상황에서 투자은행(IB) 외 뚜렷한 성장 동력이 찾을 수 없어서다. 보험사 인수에 따른 사업 다각화로 주가가 반등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한국금융지주 주가는 전날 17만1400원으로 마감, 한 달 전(16만7400원) 대비 2.4% 오르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코스피 수익률 12.6%를 10%포인트 이상 밑도는 수치다. 경쟁사 미래에셋증권이 28.2% 오른 것과도 대조적이다.
주가 부진에 ‘증권사 시총 1위’ 꿈도 멀어지고 있다. 작년 8월 초 2조원대로 좁혀진 미래에셋증권과의 시총 격차는 이날 6조5822억원 수준으로 벌어졌다. 6개월 전 3조원 가까이 넉넉히 앞섰던 바로 아래 키움증권과도 어느 순간 1조311억원 차이로 좁혀져 2위 자리도 위태롭다.
실적을 고려하면 아쉬운 행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한국금융지주의 지난해 예상 순이익은 1조9767억원으로 전년(1조459억원) 대비 89.0% 크다. 증권주 중 압도적인 1위다. 예상 순이익 증가율도 미래에셋증권 42.2%, 키움증권 35.1% 등보다도 높았다.
호실적 기대에도 주가가 부진한 것은 비교적 낮은 브로커리지 점유율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금융지주 자회사 한국투자증권의 지난해 1~3분기 주식 수탁수수료 수익은 3426억원으로 미래에셋증권(6539억원)·키움증권(4889억원) 등에 밀리며 업권 7위에 그쳤다.
미래에셋증권의 스페이스X 투자와 같은 뚜렷한 성장동력이 없다는 점도 컸다. 하나증권에 따르면 미래에셋그룹은 2022년 두 차례에 걸쳐 스페이스X에 2억7800만달러(약 4100억원)를 투자했는데 이 중 미래에셋증권 출자액이 절반 이상으로 추정된다. 올해 스페이스X가 상장할 경우 지분가치가 10배 가까이 오를 가능성이 크다. 경쟁사인 한국금융지주로선 부러울 수밖에 없다.
장기 성장세도 꺾이는 상황이다. 한국금융지주의 올해 순이익 전망치는 1조8490억원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작년(1조9767억원)보다 6.5% 줄어든 규모다. 내년엔 1조9384억원으로 다시 소폭 성장하나 큰 차이는 없다. 즉, 성장이 정체될 것이란 얘기다.
시장에선 한국금융지주의 보험사 인수에 주목한다. 증권 위주의 사업구조를 보험 등으로 다각화해 수익을 확대할 것이란 기대에서다. 한국투자증권의 지난해 3분기 누적 연결 영업이익은 1조9832억원으로 한국금융지주 연결 영입이익(1조9643억원)보다 크다. 증권사를 제외한 나머지 계열사는 대부분 이익을 내지 못했다는 뜻이다.
수익 다각화를 위한 시도는 시작됐다.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금융지주는 작년부터 산업은행과 KDB생명 인수 협상을 벌이고 있다. KDB생명 총자산은 작년 9월 말 기준 17조3056억원으로 생명보험업계 14위다. 완전자본잠식 상태로 건전성은 불안하지만 최근 산은이 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하며 정상화에 나서 우려를 일부 씻어냈다. 보험이 자금을 조달하고 이를 증권·자산운용이 높은 운용수익을 내려는 게 보험사 인수 목적으로 시장은 보고 있다.
한국금융지주는 작년 12월 말 한국투자증권으로부터 1조2000억원의 규모의 현금배당을 받았다. 전년 5500억원 대비 두 배 이상 큰 규모다. 이를 두고 보험사 인수 재원 마련을 위해 역대 최대 규모의 배당금을 받은 거 아니냐는 시각이 나온다.
안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매입 대상으로 거론되는 보험사를 인수했을 경우 단기간 실적 기여도가 그렇게 클 거 같지 않으나 보험사 자산 규모가 커 인수 후 건전성을 제고하면 증권업 비즈니스를 할 때 지주를 통해 그룹 전체적으로 자원 배치를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 수 있다”며 “보험사 인수 목적 자체가 금융업 내에서 사업 다각화를 하려는 것이기 때문에 장기적 타임라인 측면에서 실적·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한국금융지주는 신중한 입장이다. 한국금융지주 관계자는 “여러 매물을 살펴보는 단계이고 인수와 관련해 특별한 진척은 없다. KDB생명도 여러 후보 중 하나”라며 “증권 배당금이 늘어난 건 실적이 좋아서 그런 거지 보험사 인수를 위해 늘린 건 아니다”고 말했다.
윤승준 기자
sjyoon@chosunbiz.com
고객님만을 위한 맞춤 차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