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은행, 작년 하반기 대출 빗장 걸더니… 올해도 찬바람 ‘여전’
||2026.01.14
||2026.01.14
지난해 하반기 들어 은행권 가계대출 증가세가 눈에 띄게 줄면서 대출을 받으려는 금융 소비자들의 애간장을 태우고 있다. 올해는 달라지겠지 하는 기대와 달리 연초부터 은행권의 총량 관리와 고금리 기조가 맞물리며 실수요자 문턱은 여전히 높아 보인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32조7000억원 늘어나는데 그쳤다. 2024년 증가액(46조2000억원)과 비교하면 약 29% 줄어든 규모다. 정부와 금융당국이 지난해 6·27, 9·7, 10·15 대책을 잇달아 내놓으며 대출 한도를 줄이고 은행별 대출 총량 규제를 강화한 영향이다. 지난해 말 기준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1174조원을 기록했다.
다만 토지거래허가제 일부 해제 등 상반기 시행된 주택시장 진작 정책과 금리 인하 기대 등의 영향으로 연간 증가 폭 자체는 크게 꺾인 건 아니라는 평가도 나온다.
실제로 은행권 가계대출이 뚜렷한 둔화 조짐을 보이기 시작한 건 하반기 들어서다. 당국의 규제에도 불구하고 7월 2조7000억원, 8월 4조1000억원, 9월 1조9000억원 증가하며 불확실한 흐름을 보이다가 10월에는 3조5000억원 반짝 늘었다. 이후 11월 증가 폭이 2조1000억원으로 줄었고, 12월 들어서야 2조2000억원 감소로 전환됐다.
주택담보대출 흐름도 비슷하다. 은행권 주담대는 지난해 12월 7000억원 줄어들며 34개월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7월 3조4000억원, 8월 3조8000억원, 9월 2조5000억원, 10월 2조원 등으로 가계대출 증가를 이끌다가 11월 8000억원 증가에 그친 뒤 12월 감소로 전환됐다.
전세자금대출과 신용대출 등 기타 대출도 함께 줄었다. 연중 누적된 규제 효과에 더해 연말 상여금 지급과 명절 자금 유입 등 계절적 요인이 겹친 결과로 풀이된다.
문제는 새해엔 나아지겠거니 했던 기대와는 다르게 올해 역시 차주들이 체감하는 대출 환경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 올해 가계대출 연간 증가율 목표를 전년보다 낮은 2% 수준으로 관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지난해 이들 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액이 33조원 규모였던 점을 감안하면, 올해는 은행권 전체 가계대출 총량이 이보다 더 줄어들게 될 것이란 관측이다.
금융당국은 “특정 시기에 대출이 급증하거나 중단되는 일이 없도록 연초부터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며 관리 강화 기조를 분명히 했다. 이에 따라 은행권은 연초 대출 쏠림을 막기 위해 월별 증가율을 촘촘히 점검하고 있다.
대출 한도를 보수적으로 운용하는 한편 대출 갈아타기 수요를 억제하기 위해 상품별 중도상환수수료 인상에 나섰다.
금리 부담도 여전히 크다. 은행채 금리 상승과 가산금리 조정이 겹치면서 주요 은행의 주담대 금리는 상단 기준 연 6% 안팎에서 형성돼 있다. 이날 기준 5대 은행의 변동형 주담대(6개월 기준) 금리는 연 3.58~5.87%, 고정(혼합)형 주담대(5년 기준)는 연 3.90~6.20% 수준이다.
여기에 오는 15일 한국은행이 새해 첫 기준금리 결정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다시 동결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당장 차주가 체감할 만한 금리 하락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대출 문턱은 고신용자에게도 높은 상황이다. 지난해 5대 은행에서 신규로 주담대를 받은 차주의 평균 신용점수는 950점을 넘겼다. 일반 신용대출 차주의 평균 신용점수는 921.6점, 신용한도대출(마이너스통장)은 960점에 육박했다. 정부 주도의 가계대출 관리 강화 속에서 은행들이 최고 신용자 위주로 여신을 운용하면서 고신용자 중심의 대출이 이뤄졌다는 분석이다. 그 결과 중·저신용 차주의 체감 부담은 더 커졌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연초 대출 창구가 다시 열렸다고 해서 여건이 완화됐다고 보긴 어렵다”며 “올해도 가계대출은 총량 관리 틀 안에서 움직일 수밖에 없어 대출 한도와 금리 조건이 작년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재희 기자
onej@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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