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폐지 아니라는데… ‘생명’ 지분 사들이는 미래에셋 계열사들
||2026.01.14
||2026.01.14
미래에셋생명이 때 아닌 상장폐지설로 시끄럽다. 당사자는 부인하고 있지만, 그룹 계열사들의 주식 매입 행렬이 멈추지 않고 있다.
최근 한 달간 그룹 각 계열사들이 사들인 미래에셋생명 지분만 50만주가 넘어 자진 상장폐지 요건 충족에 근접한 상황. 업계에선 미래에셋생명 상장폐지를 발판으로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작년 12월 30일, 올해 1월 2·5일 3거래일간 미래에셋생명 주식 6만주를 장내매수 했다. 한 달 전인 지난해 12월 52만주를 사들인 데 이어 새해에도 지분 매입을 이어가고 있다. 1년간 미래에셋자산운용이 매입한 미래에셋생명 주식은 290만주다. 지분율도 15.7%에서 17.3%로 2.6%포인트 올라갔다.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과 함께 그룹 정점에 있는 있는 미래에셋컨설팅의 매수세도 거셌다. 작년 4월부터 8월까지 167만주를 사들이며 지분율을 2024년 말 4.27%에서 현재 5.21%로 끌어올렸다.
미래에셋증권·미래에셋캐피탈 등 나머지 대주주·특수관계인이 보유 중인 지분을 포함하면 그룹 계열사 지분율은 총 60.32%다. 여기에 미래에셋생명 자사주 비율 26.29%까지 합치면 86.61%에 이른다.
그룹 지분이 90%에 육박하면서 자진 상장폐지에 나설 것이란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거래소 규정상 최대주주 등이 발행주식(자사주 제외) 총수의 95% 이상을 보유하면 상장폐지를 신청하는 게 가능하다. 자사주를 제외하면 미래에셋그룹 계열사 지분은 줄어들지만 이사회 승인을 거쳐 자사주를 계열사에 처분하면 자진 상장폐지 요건을 충족할 만큼 모을 수 있다.
상장폐지 의혹에 미래에셋그룹은 극구 부인 중이다. 미래에셋생명은 지난달 23일 공시를 통해 “자진 상장폐지는 대주주가 검토할 수 있는 사안”이라면서 “현재 대주주가 검토하고 있는 내용은 없고 주가가 저평가돼 있다고 판단해 주식을 취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업계에서 상장폐지 가능성을 높게 보는데는 미래에셋생명의 상장 폐지가 그룹 지배구조 개편과 뒤이은 후계구도에 맞물리기 때문이다. 미래에셋그룹 지배구조는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이 미래에셋컨설팅·미래에셋자산운용·미래에셋캐피탈을 직접 보유하고 그 밑으로 ‘미래에셋캐피탈-미래에셋증권-미래에셋생명’으로 내려간다.
차후 박 회장이 경영권을 장남 박준범 씨에게 승계한다면 증여·상속 재원을 확보하는 게 관건이 된다. 상장폐지 후 미래에셋증권이 미래에셋생명을 종속기업으로 편입하면 염가매수차익을 확보할 수 있다. 염가매수차익이란 기업이 다른 회사를 인수할 때 지불한 가격이 그 회사의 ‘순자산 공정가치’(순자산가치)보다 낮으면 그 차액을 인수기업이 이익으로 인식하는 회계상 이익을 말한다.
예를 들어 순자산 공정가치가 3조원인 회사를 1조원에 취득하면 2조원의 염가매수차익이 발생한다. 12일 기준 미래에셋생명 시가총액은 1조6126억원이다. 순자산 공정가치와 유사한 자본총계는 작년 9월 말 기준 2조4915억원이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그룹 상단에 박 회장 등 오너 일가 지분이 많은 컨설팅·자산운용·캐피탈이 있는데 장남에게 승계하려면 지분을 늘려야 하고 그러려면 증여·상속세를 내기 위한 현금 확보가 니즈가 있을 것”이라며 “돈을 제일 많이 버는 증권이 배당을 늘릴 수 있을 거 같은데 자회사 미래에셋생명을 상장폐지 해서 염가매수차익으로 자본을 늘린 다음 그거를 통해 환원으로 돌려주는 식으로 하면 오너일가에도 효용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재 박준범씨는 미래에셋컨설팅 지분 8.19%를 보유하고 있다. 박 회장과의 지분 격차가 크긴 하나 2023년 말 박 회장이 미래에셋컨설팅 지분 25%를 미래에셋희망재단에 기부한다는 약정해 두 사람 간 지분 격차는 좁혀질 가능성이 크다. 이에 그룹 핵심 수익원인 미래에셋증권이 고배당 정책을 가져가면서 경영권 승계에 도움을 줄 거라는 게 업계 진단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미래에셋생명을 상장폐지 해 염가매수차익으로 미래에셋증권 자본을 확충한다는 논리는 설득력 있다"며 "미래에셋증권에 대한 미래에셋캐피탈 비중이 자사주를 제외하면 40%에 달해 배당 확대가 승계 재원을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승준 기자
sjyoo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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