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조원 시장된 美 가상자산 ETF… 국내도 열린다
||2026.01.14
||2026.01.14
가상자산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도입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하지만 실제 발행과 유통이 이뤄지기까지는 관련 제도 정비와 시장 인프라 구축 등 넘어야 할 문턱이 적지 않다.
14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재정경제부는 올해 초 ‘2026년 경제성장전략’을 통해 "거래 편의성 제고를 위해 디지털자산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도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는 디지털자산을 투기성 자산이 아닌 자본시장법상 기초자산으로 간주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디지털자산 현물 ETF는 투자자가 비트코인·이더리움 등 가상자산 현물을 직접 보유하지 않고 간접 투자할 수 있는 상품이다. 그동안 금융당국은 디지털자산을 기초자산으로 인정하지 않고 변동성이 커 투자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어 현물 ETF 발행·중개를 허용하지 않았다.
현물 ETF 발행을 위해선 법령 개정, 인프라 구축 등 제도 정비가 선행돼야 한다. 이에 실제 거래까지는 적잖은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디지털자산 기본법 제정이 우선이다. 정치권에서 법제화 시점을 오는 3월내로 제시한 만큼, 관련 법 마련 이후 현물 ETF 논의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파생상품 허용과 ETF 기반이 되는 가격 지수 개발도 선결 조건으로 꼽힌다. 파생상품이 부재하면 유동성공급자(LP)가 현물이나 선물을 이용해 가격 변동 위험을 헤지할 수단이 없어 시장 활성화가 어렵기 때문이다.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가상자산 현물 ETF 제도화가 국정 과제임을 고려해 신중하면서도 조속한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 미국 제도를 쟁점별로 심층 분석하고 국내 시장 환경·제도와의 정합성을 고려해 적용·보완해야 한다”고 밝혔다.
미국은 일찌감치 디지털자산 현물 ETF 거래를 용인한 바 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지난 2024년 1월 비트코인에 이어 같은 해 5월 이더리움 현물 ETF 거래를 승인했다. 이후 지난해에는 적용 범위를 비트코인을 제외한 코인인 알트코인까지 넓히며 솔라나 현물 ETF가 거래를 시작했다.
미국은 현물 ETF를 통해 막대한 기관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 전날 기준 가상자산 시황 중계 사이트 코인마켓캡에서 미국 상장 비트코인 현물 ETF 운용자산은 1200억달러(약 176조원)를 기록했다. 이는 출시 초기였던 2024년 2월과 비교하면 4배 넘게 오른 수준이다.
미국에선 블랙록, 그레이스케일, 피델리티 등 자산운용사들이 현물 ETF를 상장하며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이에 국내에서도 자산운용사, 증권사가 핵심 시장참여자로 꼽힌다. 자산운용사가 ETF를 설계·운용하고, 증권사가 유통·거래, 프라임브로커리지, 유동성 공급 등을 맡는 구조가 예상된다.
현물 ETF는 직접 투자와 비교해 안정적인 만큼 기관투자자들이 투자할 상품으로도 여겨진다. ETF는 기존 투자 상품이기 때문에 기관이 규제에 맞춰 디지털자산이라는 새로운 자산에 투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국내에서도 올해 안에 법인 거래도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3분기 상장 법인과 전문 투자 법인의 코인 매매 관련 세부 가이드라인을 내놓을 계획이었지만 미뤄진 상태다.
강형구 한양대 파이낸스경영학과 교수는 “가상자산 현물 ETF 도입을 위해서는 가상자산의 기초자산 인정과 파생상품 시장, 마켓메이커, 프라임브로커리지 등 인프라가 먼저 갖춰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ETF를 만들려면 기초 지수가 있어야 하는데, 해외 지수를 들여오기보다 국내 거래소 가격을 기준으로 만드는 게 국내 생태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서영 기자
insyong@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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