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막구균 백신 경쟁 본격화… 접근성 VS 예방범위 격돌
||2026.01.13
||2026.01.13
다국적 제약사 사노피가 침습성 수막구균 4가 결합백신 ‘멘쿼드피’를 국내에 출시하면서, 그동안 조용했던 비급여 수막구균 백신 시장에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고 있다.
사노피 한국법인은 13일 침습성 수막구균 질환(IMD) 예방을 위한 자사 4가 단백접합백신 ‘멘쿼드피’의 국내 출시를 기념해 더 플라자 호텔에서 간담회를 개최하고, 멘쿼드피의 임상적 가치와 수막구균 예방 효과에 대해 소개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이진수 인하대병원 감염내과 교수가 국내외 최근 역학자료를 바탕으로 수막구균 질환의 심각성과 예방접종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수막구균 감염증은 콧물이나 침 등 호흡기 분비물을 통해 전파되며 증상이 없는 보균자를 통해서도 감염이 가능해 예방의 중요성이 크다. 사람의 비인두에 무증상으로 존재하다가 특정 조건에서 혈류나 중추신경계로 침투해 수막염이나 패혈증을 유발할 수 있으며, 가족 간 밀접 접촉이나 집단 생활 환경에서 감염 위험이 높아진다.
이에 미국, 영국, 호주, 캐나다 등 주요 선진국들은 영유아, 소아 및 청소년을 중심으로 수막구균 백신을 국가 예방접종 프로그램에 포함하거나 국가 차원의 공식 권고에 따라 정규 예방접종 체계로 운영하고 있다.
이진수 교수는 “WHO는 각 국가별 유행하는 수막구균 혈청군과 질병 발생 양상에 따라 적절한 백신을 선택해 접종 전략을 수립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며 “국내에서도 기숙사 거주 학생 등 밀집 생활자를 대상으로 수막구균 백신 접종이 권고되고 있고 최근 아프리카 등 수막구균 감염 위험이 높은 지역으로 여행이나 업무 목적의 방문이 증가하고 있는 만큼, 개인 안전을 위해 예방접종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수막구균 예방접종은 국가필수예방접종(NIP)이 아닌 고위험군·특수 상황 중심으로 이뤄지는 만큼 시장 규모는 제한적이지만 한 번 선택되면 가격·접근성·예방범위에 따라 병·의원 채택이 장기간 유지되는 특성이 있다.
이런 구조 속에서 멘쿼드피의 등장은 단순한 신제품 출시를 넘어 기존 구도의 재편 가능성을 가늠하게 하는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멘쿼드피의 가장 큰 특징은 연령 적응증과 제형이다. 생후 6주부터 55세까지 접종이 가능해 영유아부터 성인까지 하나의 제품군으로 커버할 수 있고 A·C·W·Y 혈청형에 의한 침습성 수막구균 질환을 예방한다.
특히 국내 허가된 A·C·W·Y 수막구균 백신 가운데 혈청형 A를 포함하면서 생후 6주~24개월 미만 영아에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은 멘쿼드피가 유일하다는 점을 사노피와 국내 유통을 맡은 SK바이오사이언스는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여기에 별도의 희석 과정이 필요 없는 완전 액상형 제형을 적용해 접종 준비를 간소화하고 의료 현장에서의 조제 오류 가능성을 줄였다는 점도 강조된다. 이는 ‘예방 효과’뿐 아니라 ‘접종 운영의 효율성’을 중시하는 병·의원 입장에서 무시하기 어려운 요소다.
사노피가 멘쿼드피에 힘을 싣는 배경에는 기존 제품 전략의 변화가 있다. 회사는 그동안 국내에서 4가 수막구균 백신 ‘메낙트라’를 공급해 왔지만 올해 말 한국 시장 철수를 결정하고 차세대 백신인 멘쿼드피로의 전환을 선택했다.
메낙트라는 서울 지역에서 200곳이 넘는 의료기관이 접종할 만큼 일정한 입지를 유지해 왔으나 공급 규모는 점차 줄어들며 세대교체 국면에 접어들었다. 사노피로서는 동일 계열 내에서 접근성과 편의성을 강화한 신제품을 통해 기존 고객층을 흡수하는 동시에, 경쟁사의 점유율까지 잠식하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박희경 사노피 백신사업부 대표는 “이번 멘쿼드피의 국내 출시를 통해 한층 강화된 수막구균 예방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게 돼 매우 뜻깁다”며 “수막구균 감염증은 드물지만 단기간 중증으로 악화될 수 있어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한 만큼, 생후 6주 영아부터 성인까지 폭넓게 사용할 수 있는 멘쿼드피가 고위험군 보호, 집단생활 환경의 안전 강화에 도움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멘쿼드피가 맞서야 할 경쟁 구도는 만만치 않다. 현재 국내 비급여 수막구균 백신 시장에서 가장 탄탄한 포트폴리오를 구축한 곳은 GSK다. GSK는 A·C·W·Y 4가 백신 ‘멘비오’와 B군 백신 ‘벡세로’를 투 트랙으로 운용하며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멘비오는 서울 지역에서 600곳 이상 의료기관이 접종할 정도로 접근성이 높고, 9만~18만원대의 비교적 넓은 가격 스펙트럼을 형성하며 ‘가성비’ 이미지까지 확보했다. 공급 규모 역시 회복세를 보이며 시장의 중심축 역할을 하고 있다.
여기에 벡세로는 혈청군 B를 겨냥한 국내 유일의 백신이라는 점에서 독보적 위치를 차지한다. A·C·W·Y 계열과 표적은 다르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수막구균 예방’이라는 큰 틀 안에서 함께 비교·권고되는 경우가 많다.
질병관린청의 최근 통계(2010~2020년)를 살펴보면 혈청형 B에 의한 감염이 가장 빈번하게 보고됐으며 유럽, 미주, 호주 등에서도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서울 기준 접종 기관 수는 제한적이지만 B군 예방이라는 명확한 차별성 덕분에 가격대가 높음에도 불구하고 빠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는 단순한 가격 경쟁이 아니라 얼마나 넓은 예방범위를 제공하느냐가 선택의 핵심 기준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런 상황에서 멘쿼드피의 전략적 포인트는 ‘접근성과 예방범위의 균형’이다. 멘비오는 이미 넓은 병·의원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접근성을 장악하고 있고, 벡세로는 B군이라는 틈새를 확실히 쥐고 있다.
반면 멘쿼드피는 영유아 초기부터 접종 가능한 A·C·W·Y 백신이라는 점과 완전 액상 제형이라는 운영상의 장점을 앞세워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비급여 접종 가격 역시 12만~15만원 선으로 형성되며 프리미엄과 대중성 사이의 중간 지대를 노리는 모습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수막구균 백신 경쟁은 어떤 제품이 더 많은 접종 대상을 포괄하면서 병·의원이 선택하기 쉬운 조건을 제시하느냐에 달려 있다”며 “멘쿼드피의 국내 론칭은 단기적으로는 사노피의 제품 세대교체 성격이 강하지만, 중장기적으로 비급여 수막구균 백신 시장 전반에서 접근성·예방범위 경쟁을 동시에 자극하는 촉매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동명 기자
simal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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