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혜·공금 낭비 논란… 강호동 농협중앙회장, 대국민 사과
||2026.01.13
||2026.01.13
강호동 농협중앙회 회장이 대국민 사과에 나섰다. 앞서 농림축산식품부 특별감사 과정에서 해외 출장 숙박비 과다 집행, 업무추진비 비공개, 고액 겸직 보수 수령 등 부적절한 관행이 잇따라 드러나면서다. 비판 여론이 확산되자 주요 겸직 직책에서 물러나고 조직 전반의 구조 개혁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13일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은 서울 중구 본관에서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강호동 회장은 “국민과 농업인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며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이번 사안을 단순한 위기 수습이 아닌 농협의 존재 이유와 역할을 바로 세우는 출발점으로 삼겠다”고 말했다.
이어 “농림축산식품부 특별감사 중간결과 발표 이후 국민과 농업인 여러분으로부터 엄중한 질타가 이어지고 있음을 무겁게 인식하고 있다”며 “앞으로 책임 있는 자세로 후속 절차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덧붙였다.
강호동 회장이 직접 사과에 나선 것은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 8일 공개한 농협중앙회 특별감사 중간결과에서 중앙회장 지위를 활용한 과도한 혜택과 공금 낭비 사례가 구체적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강 회장은 5건의 해외 출장 모두에서 숙박비 기준을 초과해 비용을 집행했다. 기준을 넘긴 금액은 총 4000만원에 달한다.
1박당 초과 금액은 최소 50만원에서 최대 186만원까지로 편차가 컸다. 특히 해외 5성급 호텔 스위트룸을 이용한 경우에는 하루 숙박비가 200만원을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농협 규정상 해외 출장 숙박비 기준은 하루 250달러(약 36만원)다. 농식품부는 “특별한 사정이 있을 경우 실비 처리가 가능하지만, 별다른 사유 없이 기준을 넘어 집행했다”며 공금 낭비 사례라고 지적했다. 초과 집행된 숙박비를 환수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을 공개하지 않은 점도 감사 지적 사항에 포함됐다. 강 회장 측은 업무추진비 카드가 비서실에 배정돼 개인 명의가 아니라는 이유로 공개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지만, 농식품부는 정보공개법에 따라 중앙회장의 업무추진비는 공개 대상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강 회장의 겸직 보수를 둘러싼 논란도 확산되고 있다. 강 회장은 비상근직인 중앙회장으로 연 4억원에 가까운 급여를 받는 동시에, 상근직인 농민신문사 회장을 겸직하며 연간 3억원이 넘는 보수를 추가로 수령해 왔다. 농민신문사 퇴직 시에는 수억원대 퇴직금도 별도로 지급되는 구조다. 지난해 기준 강 회장은 중앙회에서 기본급과 수당으로 3억9000만원을, 농민신문사에서 3억원 이상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농식품부는 중앙회장이 관례적으로 농민신문사 회장을 겸직하며 양측에서 고액의 급여와 퇴직금을 받는 것이 적절한지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강 회장이 선거 관련 뇌물수수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점도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별감사 결과가 공개된 이후 농협을 둘러싼 논란은 연일 이어지고 있다.
농협중앙회는 사과와 함께 후속 쇄신 방안도 내놨다. 강 회장은 관례적으로 겸직해 온 농민신문사 회장직과 농협재단 이사장직에서 사임하기로 했다. 전무이사와 상호금융대표이사, 농민신문사 사장 등 주요 임원들도 이번 사안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고 자진 사임 의사를 표명했다.
해외 출장 숙박비 과다 집행과 관련해서는 초과 집행된 금액을 전액 반환하고, 물가 수준 등을 반영해 관련 제도와 절차를 전면 재정비하겠다는 방침이다. 외부 전문가를 위원장으로 하는 ‘농협개혁위원회’를 구성해 중앙회장 선출 방식과 지배구조, 임원 선거제도 등 구조적 문제도 논의하기로 했다.
이와 별도로 농협중앙회가 직접적인 인사 권한이 없음에도 지배구조를 활용해 계열사 인사에 개입한 정황이 최근 검찰 수사에서 드러나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지준섭 농협중앙회 부회장은 농협은행 인사권이 없음에도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특정 인사를 주요 보직에 임명하도록 영향력을 행사한 혐의로 지난해 10월 불구속 기소됐다. 일부 인사청탁이 실제 인사안 변경으로 이어졌으며, 지 부회장은 수사 과정에서 휴대전화 파손을 지시하는 등 증거인멸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농협중앙회가 농협금융지주 지분 100%를 보유한 지배구조를 바탕으로 ‘특별상담(특담)’이라는 비공식 경로를 통해 농협은행 등 계열사 인사에 실질적으로 개입해 왔다고 판단했다. 강호동 회장은 이번 사과문에서 특담 등 인사 개입 의혹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은 하지 않았다. 특별감사와 검찰 수사가 동시에 진행되며 중앙회장의 권한 행사와 지배구조 전반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어지는 만큼 강 회장을 둘러싼 비판 여론은 쉽게 불식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전대현 기자
jdh@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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