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배터리가 핵심광물로...K-배터리 리사이클링 100조 시장 열린다
||2026.01.13
||2026.01.13
[디지털투데이 석대건 기자] 정부가 배터리 재활용을 '폐기물 처리'에서 '핵심광물 제조'로 격상시키며 100조 시장의 빗장을 풀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핵심광물 재자원화산업 특수분류를 제정하고 산단 입주 규제를 완화해 기업들 수직계열화를 지원하기로 했다. 이에 포스코, 에코프로, SK온 등 이전부터 양극재 생산과 재활용을 결합한 순환 생태계 구축에 힘써온 K-배터리 기업들에 신시장이 열렸다.
배터리 재활용 산업이 '폐기물 처리'에서 '핵심광물 제조'로 재규정됐다. 지난주 산업통상자원부는 핵심광물 재자원화산업 특수분류를 제정하며 2030년까지 전략광물 재자원화율 20% 달성에 나섰다. 이번 조치로 그동안 폐기물관리법에 묶여있던 K-배터리 리사이클링 기업들이 양극재 생산과 재활용을 결합한 수직계열화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배터리 리사이클링은 전기차 배터리에서 리튬, 니켈, 코발트 같은 핵심광물을 추출하는 일련의 재활용 사업을 말한다. 광물 채굴을 대체하는 '도시광산'으로도 불린다.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유럽 핵심원자재법(CRMA) 등 글로벌 환경규제가 재활용 원료 사용을 의무화하면서 이 시장은 2030년 100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산업부에 따르면 이번 특수분류 제정은 재자원화 산업이 표준산업분류상 제조업과 폐기물처리업으로 분산돼 체계적 육성이 어려웠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조치다. 대분류 4개, 중분류 10개, 소분류 32개로 구성된 새 분류체계는 원료 수집부터 중간소재, 최종소재 제조까지 전 과정을 아우른다. 정부는 2026년 신설되는 '핵심광물 재자원화 시설·장비 지원사업'에 특수분류 기업을 우선 선정하고 산업단지 입주 규제도 완화할 방침이다.
윤창현 산업통상자원부 자원산업정책국장은 "재자원화 산업 특수분류 제정은 재자원화 산업이 핵심광물 제조 산업으로 인정받는 첫걸음"이라며 "재자원화 산업 생태계를 구축해 핵심광물 공급망 내재화를 실현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배터리 재활용 '제조업' 인정…"쓰레기 처리 아닌 광물 생산"
규제 완화는 기업들이 추진해온 순환 생태계 구축, 이른바 '클로즈드 루프(Closed Loop)' 전략의 마지막 퍼즐이 됐다. 클로즈드 루프는 배터리 제조부터 재활용까지 전 과정을 하나의 순환 체계로 구축하는 수직계열화 모델이다. 과거에는 리사이클링 시설이 혐오시설로 분류돼 양극재 생산단지 내 입주가 제한됐으나, 이번 조치로 소재 생산공장과 재활용 시설을 한 곳에 배치하는 효율적 운영이 가능해졌다.
포스코그룹은 전남 광양 율촌산단에서 이미 이런 모델을 구현하고 있다. 포스코HY클린메탈이 폐배터리에서 추출한 리튬과 니켈을 바로 옆 포스코퓨처엠 양극재 공장으로 직공급하는 구조다. 2023년 7월 완공된 포스코HY클린메탈의 배터리 재활용 공장은 분기당 1000톤 이상의 금속 처리 능력을 갖췄다. 이번 정부의 산업단지 입주 규제 완화로 이런 일체형 생산 모델이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실제 성과도 가시화되고 있다. 포스코홀딩스에 따르면, 포스코HY클린메탈 가동률은 2022년 26%에서 2023년 95%로 급상승했으며, 2025년 이후 97%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매출은 2022년 210억원에서 2023년 830억원으로 4배 가까이 늘었다.
초기 영업손실도 크게 줄여 2022년 1070억원에서 2024년 분기당 70~120억원 수준으로 낮췄다. 포스코퓨처엠은 재활용된 유가금속으로 친환경 양극재를 생산하며, 폐슬러지에서 천연흑연을 추출하는 2차 리사이클링 기술도 개발 중이다.
에코프로는 포항캠퍼스에서 리튬-전구체-양극재-재활용으로 이어지는 완결형 밸류체인을 구축했다. 에코프로씨엔지가 배터리 스크랩에서 유가금속을 추출하면 에코프로머티리얼즈가 전구체로, 에코프로비엠이 양극재로 가공하는 방식이다. 지난해 9월에는 에코프로이노베이션과 에코프로씨엔지를 합병해 재활용을 핵심 사업으로 격상시켰다.
해당 사업을 주도하는 에코프로씨엔지는 지난해 10월 일본 메탈두와 블랙매스 중장기 수급계약을 맺었다. 1962년 설립된 메탈두는 파나소닉 등 일본 배터리 업체로부터 폐배터리를 공급받아 블랙매스를 생산하는 전문기업이다. 박석회 에코프로씨엔지 대표는 "일본과의 첫 중장기 거래로 블랙매스 확보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준비된' 포스코·에코프로·SK온, 순환 생태계 구축 가속
배터리 캐즘 국면에 고전 중인 기업들에게도 길이 열렸다. SK온은 지난해 8월 에코프로와 미국 생산법인 스크랩을 활용한 블랙파우더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SK배터리아메리카에서 나오는 월 200톤 규모의 블랙파우더를 에코프로가 양극재로 재가공해 다시 SK온에 공급하는 구조다. 계약기간은 2029년까지 5년간이다.
SK온의 목표는 사용후 배터리와 스크랩에서 핵심 소재를 추출해 자사 배터리 생산에 재투입해 생산-배출-수거-재생산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 완성이다. 당시 이경민 SK온 사업개발실장은 "순환 생태계 리사이클 사업모델 구축 여부가 배터리 밸류체인 내 기업들의 핵심 경쟁력으로 부상하고 있다"며 "배터리 공급망 자립도를 높이는 동시에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체질을 갖춰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나아가 한국형 리사이클링 클러스터 조성도 배터리 기업군이 기대하는 부분이다. 산업부에 따르면 국내 재자원화 기업은 200여개 수준으로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면 대부분 규모가 작고 폐배터리, 폐촉매 등 일부 품목에 치중돼 있다.
그러나 이번 특수분류 제정과 규제 완화로 중소기업 기술력과 대기업 자본력이 결합한 한국형 리사이클링 클러스터 조성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투자 유치나 사업 확장에 제약이 많았던 리사이클링 산업이 이제야 제조업으로 인식될 것 같다"며 "글로벌 환경규제 강화와 공급망 재편이라는 흐름으로 새로운 시장이 열린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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