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성이냐 공공성이냐...금감원 다시 ‘공공기관 지정’ 기로
||2026.01.12
||2026.01.12
[디지털투데이 이지영 기자] 금융감독원이 18년 만에 공공기관으로 재지정될지 여부가 이달 말 결정된다. 정부의 관리·통제 강화 기조 속에 감독기구의 독립성과 공공성 강화라는 상충된 가치가 충돌하면서 금감원의 위상과 역할을 둘러싼 논쟁이 다시 불붙고 있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는 이달 말 공공기관운영위원회(공운위)를 열고 신규 공공기관 지정 및 해제 여부를 심의·의결할 예정이다.
현행 공공기관운영법은 재정경제부 장관이 매 회계연도 개시 후 1개월 이내 공공기관 지정 여부를 심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2009년 공공기관에서 해제된 금감원이 18년 만에 다시 지정 대상에 오를 가능성이 거론된다.
금감원은 2007년 기타공공기관으로 처음 지정됐다가 금융감독의 독립성과 자율성 보장을 이유로 2009년 1월 공공기관에서 해제됐다.
금감원은 금융위원회의 설치 등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설립된 비영리 특수법인으로 금융시장 안정과 금융소비자 보호라는 핵심 공적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예산은 국고가 아닌 금융회사 분담금으로 조성되며 감독기구로서 인사·조직 운영의 독립성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그간 공공기관 지정 대상에서는 제외돼 왔다.
다만 관리·감독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은 반복돼 왔다. 권한은 막강하지만 이에 대한 통제 장치는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문제의식이다. 2017년 채용비리 사건을 계기로 공공기관 재지정 논의가 재점화됐고 이후에도 금융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감독 부실과 조직 운영을 둘러싼 비판이 이어졌다.
당정은 지난해 9월 금융조직 개편 논의 과정에서 금융위원회를 재정경제부와 통합하는 방안과 함께 금감원 공공기관 지정을 검토했다. 금융위의 금융정책 기능 이관과 금융위·금감원 통합 신설 방안까지 논의됐으나 해당 구상은 결국 철회됐다. 다만 이 과정에서도 금감원 공공기관 지정 필요성에 대한 문제의식은 유지된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도 국무회의에서 공공기관의 책임성과 통제 필요성을 언급하며 관리·평가의 사각지대에 있는 기관을 정비해야 한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공공부문 전반의 관리 강화 기조 속에서 금감원의 지위 역시 다시 논쟁의 중심에 섰다.
◆공공기관 지정 반대하는 금감원…"옥상옥 통제 우려"
금감원 내부에서는 공공기관 재지정 가능성과 함께 직원들의 이탈 가능성도 점쳐진다. 금감원 전체 임직원은 약 2300명으로 매년 100명 안팎이 퇴사하고 있다. 전체 직원의 4~5% 수준으로 이직률이 높은 편이다.
게다가 2024년 기준 금감원 직원 1인당 평균 보수는 1억852만원으로 2023년과 2022년보다 줄었다. 물가 상승률을 감안하면 실질 임금은 오히려 감소했다는 평가다. 이같은 분위기에 공공기관 재지정까지 이어지게 되면 직원 이탈을 가속화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금감원은 공공기관 예산 지침에 따른 총액인건비제도를 적용받고, 매년 금융위원회의 예산 승인을 받아야 해 업무 증가에 비해 인력과 예산을 탄력적으로 확대하기 어려운 구조다. 공공기관이 되면 예산 편성, 경영 평가, 임원 관리 등 운영 전반이 재정경제부의 관리·감독 체계에 편입된다.
이와 관련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공공기관 지정 논의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 원장은 5일 "공공기관 지정에는 상당한 문제가 있다"며 "정부를 설득하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그는 "저희는 독립성이 상대적으로 높지 않다. 예산과 조직에 대한 자율적인 조직권과 재정 자주성도 없어 한국은행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열악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금융위원회가 이미 예산과 조직을 통제하고 있는 구조를 언급하며 "금융위에서 예산과 조직 결정을 다 하는데 옥상옥으로 뭘 하겠다는 건지 기본적으로 납득을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이어 "금감원의 독립성과 자율성은 전세계적으로 중요한 가치"라며 "공공기관 지정은 아마 안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금감원의 공공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바 있어 찬성 기류도 감지된다.
금감원이 공공기관으로 지정될 경우 공운위 운영지침에 따라 매년 정부의 경영 평가를 받게 된다. 예산·인사·경비 운용 전반에 대한 평가와 함께 불이행 시 페널티가 부과될 수 있으며 금융위원회와 재정경제부의 이중 통제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관계자는 "감독기구의 독립성과 책임성 사이에서 정부가 어떤 판단을 내릴지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면서 "관치금융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는 분위기로 현재로선 다들 어떻게 될지 예상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객님만을 위한 맞춤 차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