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은 안 사도 가구는 바꾼다” 하이엔드 가구만 살아남은 이유는?
||2026.01.12
||2026.01.12
10·15 대책 이후 거래절벽…서울 아파트 거래량 60% 급감
초고가 아파트는 오히려 증가, 자산 ‘체급별 선별’
이사 멈추자 소비 이동…가구도 프리미엄만 견조
한샘·리바트·신세계까사, 하이엔드로 방향 전환

부동산 시장이 10·15 대책 이후 급속도로 냉각되며 전반적인 거래절벽에 빠졌지만, 하이엔드 가구 시장 만큼은 견조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단순 소비재가 아닌 장기간 사용하는 생활 자산에 가깝다는 점에서, 경기 둔화 국면에서도 선택받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작년 10·15 규제 시행 이후 50일간(10월 16일~12월 4일)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5900건으로, 규제 직전 동기간(1만5059건) 대비 60.82%(9159건) 급감했다. 사실상 ‘거래 절벽’에 가까운 수준이다.
다만 이러한 거래 위축 국면에서도 강남·서초·용산 등 핵심 지역에서는 상위 단지를 중심으로 거래가 꾸준히 발생하며 체급별 선별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실제 같은 기간 30억원 이상 초고가 아파트 거래는 320건에서 443건으로 오히려 38.44%(123건) 증가했다.
이 같은 부동산 시장의 양극화는 가구 업계에도 그대로 투영되고 있다. 이사·분양·입주를 전제로 형성되던 중저가 가구 수요는 급격히 위축된 반면 자금 여력이 충분한 수요층을 중심으로 하이엔드 가구 시장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
통상 주택 거래 감소는 가구 시장 전반의 볼륨 축소로 이어진다. 신규 입주 물량과 맞물려 움직이던 패키지 가구, 대량 구매 수요는 직격탄을 맞는다. 그러나 부동산 거래와 직접적으로 연결되지 않는 하이엔드 가구는 이사 수요가 아닌 ‘공간 업그레이드’ 수요에 의해 지탱되는 구조다.
업계에서는 가구 소비의 기준이 ‘가격’에서 ‘가치’로 이동하고 있다고 바라보고 있다.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소비자들은 잦은 교체가 필요한 제품보다 한 번 사서 오래 쓰는 고품질 가구를 선택하는 경향을 보이며, 이 과정에서 프리미엄 브랜드로 수요가 쏠린다는 설명이다.
주거 이동이 멈춘 대신 현재 거주 공간의 완성도를 높이려는 수요가 늘면서 가구를 단기 소비재가 아닌 장기간 사용하는 ‘생활 자산’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침대·소파·다이닝 가구 등 생활 만족도와 직결되는 품목일수록 프리미엄 선호가 뚜렷하다. 집을 새로 사기보다는 기존 주거 공간을 업그레이드하려는 수요가 늘면서 가격보다는 내구성과 디자인, 브랜드 가치를 중시하는 소비가 확산되고 있다.

가구업계는 대중 시장 중심의 외형 성장 전략에서 벗어나 하이엔드·프리미엄 중심의 선별적 전략으로 이동하고 있다. 거래량 감소 국면에서 살아남는 해법은 더 많이 파는 것이 아니라, 더 비싸고 오래 쓰는 제품을 파는 구조로 전환하고 있는 것이다.
한샘은 키친과 체험형 플래그십 매장, 글로벌 수입가구 유통 브랜드 ‘도무스(DOMUS)’를 통해 차별화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이탈리아·독일 등 유럽 주요 브랜드를 한 공간에 큐레이션한 도무스관은 다양한 하이엔드 디자인 가구를 선보인다.
특히 한샘은 키친을 중심으로 수납, 바스 등 핵심 카테고리의 제품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가고 있다. 온‧오프라인을 연계한 유통 경쟁력 확대와 채널별 고객 경험 개선을 통해 고객이 한샘의 가치를 보다 입체적으로 경험할 수 있도록 한다는 예정이다.
현대리바트는 지난 2023년부터 이탈리아 하이엔드 주방가구 브랜드 발쿠치네(Valcucine)를 국내에서 운영하고 있다. 발쿠치네는 보피(Boffi), 불탑(bulthaup)과 함께 글로벌 3대 명품 주방가구 브랜드로 꼽히는 대표적인 최고급 주방가구 브랜드다.
인체공학적 설계를 바탕으로 유리·티타늄 등 주방가구 업계에서는 보기 드문 소재를 활용한 혁신적인 디자인과 기능성을 앞세워 하이엔드 시장에서 입지를 다져왔다.
1988년 업계 최초로 주방가구에 유리 도어를 적용한 시그니처 모델 ‘아르테마티카(ARTEMATICA)’와 상부장 도어가 자동으로 여닫히는 기술을 적용한 ‘로지카 셀라타(Logica Celata)’ 등이 대표 제품이다.
신세계까사는 하이엔드 커스터마이징 제작가구 브랜드 ‘쿠치넬라’를 지난해 9월 론칭하고 집중 육성하고 있다. 새해 들어서는 강남권 핵심 지역인 압구정에 공식 쇼룸을 열고, 프리미엄 맞춤 가구 시장 공략에 적극 속도를 내고 있다.
더불어 프리미엄 가구 브랜드 까사미아와 수면 브랜드 마테라소의 브랜딩과 상품 경쟁력을 강화하고, 하이엔드 커스터마이징 제작가구 쿠치넬라를 통해 다양해지는 소비자들의 니즈를 충족시키는 공간 인테리어 사업을 키워나간다는 계획이다.
가구업계 관계자는 “경기 침체가 장기화 되면서 소비 양극화 현상이 심해지는 가운데, 라이프스타일 분야 특히 인테리어에는 투자를 아끼지 않는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는 추세”라며 “이에 가구 인테리어 업계도 이에 대응하고자 프리미엄 또는 하이엔드 상품이나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는 향후 몇 년 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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