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 2026, 젠슨 황 메시지 의미 [윤석빈의 Thinking]
||2026.01.12
||2026.01.12
라스베이거스의 CES 2026, 젠슨 황의 키노트는 여전히 강렬하고 묵직하다. 지난 몇 년간 우리를 흥분시켰던 생성형 인공지능(AI)의 거품이 걷히자, 그 자리에는 섬뜩하리만큼 구체적이고 실존적인 ‘행동하는 AI(Actionable AI)’가 남았다. 올해 CES를 관통한 핵심은 명확하다. AI는 이제 모니터 속에서 인간과 잡담을 나누는 챗봇이 아니다. 물리적 육체를 입고 공장에서 땀을 흘리며, 도로 위를 자율적으로 질주하는 경제적 실체다. 엔비디아의 젠슨 황이 던진 파격적인 화두와 현대차그룹이 보여준 로보틱스의 진화는 기술의 패러다임이 완전히 뒤집혔음을 선언했다.
엔비디아 키노트 현장에서 젠슨 황의 첫 일성은 “코딩의 시대는 끝났다(The Era of Coding is Over)”였다. 이는 개발자 무용론이 아니다. 우리가 소프트웨어를 구축하는 방식이 근본적으로 바뀌었다는 통찰이다. 인간의 논리로 한 줄 한 줄 코드를 작성(Coding)해 기계를 제어하던 시대는 저물었다. 대신, 방대한 데이터를 AI에게 주입해 목표를 달성하도록 가르치는 ‘훈련(Training)’의 시대가 도래했다. 이러한 변화는 ‘AI 네이티브’ 접근을 요구한다. 앱이나 서비스를 기획할 때 기능 중심이 아니라, AI가 어떻게 데이터를 학습하고 추론할지를 먼저 설계해야 한다. 이제 개발자의 역할은 ‘코더’에서 AI 모델을 육성하는 ‘트레이너’로 재정의된다. 이것은 단순한 생산성 향상을 넘어, 인간이 코드로 정의할 수 없었던 복잡한 비정형의 문제들—단백질 구조 해석(Bio)이나 기후 예측(Earth-2) 같은 난제—을 해결할 수 있는 열쇠가 된다.
알파마요(Alpha Mayo): 자율주행의 ‘안드로이드 모먼트’
소프트웨어 방법론의 변화와 함께 산업 생태계의 규칙도 바뀌었다. 젠슨 황이 공개한 ‘알파마요(Alpha Mayo) 프로젝트’는 그 정점이다. 엔비디아는 자사의 고도화된 자율주행 모델과 주행 데이터를 전면 오픈소스화하겠다고 선언했다. 각 자동차 제조사와 빅테크가 사활을 걸고 지켜온 ‘일급비밀’의 빗장을 스스로 푼 것이다. 이는 모바일 시장의 안드로이드 혁명과 비견된다. “폐쇄적인 경쟁은 기술 발전을 저해한다”는 젠슨 황의 말처럼, 누구나 고성능 자율주행 지능을 가져다 쓸 수 있게 됨으로써 기술의 상향 평준화가 이뤄질 것이다. 이제 모빌리티 기업들은 자율주행 ‘기술’ 자체로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그 기술 위에서 어떤 ‘서비스와 경험’을 제공할 것인가로 승부해야 한다. 독점의 시대가 가고, 개방과 연결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상상을 노동으로 바꾼 ‘피지컬 AI’, 그리고 현대차의 증명
소프트웨어와 생태계의 변화가 젠슨 황의 입에서 나왔다면, 그 변화를 물리적 실체로 증명한 것은 현대자동차였다. 젠슨 황은 “디지털 지능이 이제 물리 법칙을 이해하고 육체를 얻었다”며 ‘피지컬 AI(Physical AI)’ 시대를 선포했고, 현대차의 아틀라스(Atlas) 시연은 그 완벽한 예시였다.
무대에 오른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전기식 아틀라스는 과거처럼 미리 입력된 좌표대로 이동하지 않았다. 성인 크기의 몸체를 가진 아틀라스는 무대 위에서 관객을 향해 손을 흔들고, 리듬에 맞춰 몸을 움직이며 자연스러운 제스처를 선보였다. 그동안 영상으로만 공개됐던 아틀라스가 공식 행사에서 실물 시연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관객의 반응은 이 로봇이 더 이상 실험실 속 존재가 아니라는 점을 직관적으로 드러냈다. 현대차는 이를 통해 제조 공정이 ‘자동화(Automation)’를 넘어 스스로 판단하고 움직이는 ‘자율화(Autonomy)’ 단계로 진입했음을 보여줬다. AI가 연구실을 벗어나 기름 냄새 나는 공장 바닥에서 실질적인 부가가치를 창출하기 시작한 것이다.
CES 2026은 한국 산업계에 명확한 과제를 던졌다. 소프트웨어 파워(엔비디아)와 제조 하드웨어(현대차)의 경계는 무너졌다. 아니, 융합되었다. 제조 강국인 한국에게 ‘피지컬 AI’는 엄청난 기회이자 위기다. 우리가 가진 세계적인 제조 인프라와 로보틱스 기술에 AI라는 ‘두뇌’를 어떻게 이식하느냐가 관건이다. 젠슨 황의 말대로 코딩의 시대가 끝났다면, 우리는 우리 산업의 도메인 지식을 AI에게 얼마나 잘 ‘가르칠’ 준비가 되어 있는가? 이제 기업들은 “AI를 도입하자”는 구호를 멈추고, “AI에게 어떤 ‘행동’을 시킬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알파마요처럼 데이터를 개방해 생태계를 키우고, 아틀라스처럼 AI를 물리적 현장에 투입해야 한다. 상상만 하는 AI는 더 이상 설 자리가 없다. 2026년, 바야흐로 행동하는 AI의 시대다.
※ 외부필자의 원고는 IT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윤석빈 트러스트 커넥터 대표는 서강대 AI·SW 대학원 특임교수로 투이컨설팅 자문과 한국 경영학회 디지털 경영 공동위원장, 법무 법인 DLG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 오라클과 한국 IBM 등 IT 업계 경력과 더불어 서강대 지능형 블록체인 연구센터 산학협력 교수로도 활동했다.
고객님만을 위한 맞춤 차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