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콘 기업’ 美에 뺏길라… 도입 목소리 높지만 [쿠팡 차등의결권 해부③]
||2026.01.12
||2026.01.12
국내에서도 차등의결권(복수의결권)을 도입하자는 목소리가 적지 않지만 제도 실효성에 대한 논란 또한 만만치 않다. 현재는 비상장 벤처기업만 복수의결권 주식을 발행할 수 있는 상황.
경제계는 경영권 약화 등을 이유로 상장사로의 확대를 주장하고 있으나 부작용을 우려한 정부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더군다나 이번 쿠팡 사태를 계기로 차등의결권 논의 자체가 쑥 들어갈거란 진단도 나온다.
12일 법제처 국민참여입법센터에 따르면 제22대 국회에서 복수의결권과 관련해 발의된 법률안은 총 2건이다. 지난해 12월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이, 7월 최은석 국민의힘 의원이 각각 발의한 ‘상법 일부개정법률안’이다.
윤 의원은 국가전략·핵심·방위산업·첨단전략기술 등 주요 기술을 보유한 기업에 한해 복수의결권 주식 발행을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고, 최 의원은 공정한 경영권 경쟁 보장 등을 위해 상장사에도 차등의결권 등의 주식 발행을 허용하자고 각자 제안했다.
야당 의원들이 복수의결권 관련 법률안을 내놓은 것은 현행법상 상장사의 복수의결권 주식 발행이 불가능해서다. 정부는 2023년 11월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을 근거로 복수의결권 제도를 시행했는데 그 대상을 비상장 벤처기업 창업자로 한정했다. 복수의결권 주식 존속 기한도 10년이고 상장 후엔 3년으로 줄어든다. 존속 기한이 지나면 보통주로 전환된다.
비상장 벤처기업이라고 다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창업 후 누적 투자금액 100억원 이상, 최근 투자유치 금액 50억원 이상, 창업주 지분율 30% 미만으로 하락 등의 요건을 충족해야 복수의결권 주식 발행이 가능하다. 이렇다 보니 제도 시행 2년이 지난 현재, 복수의결권 주식을 발행한 벤처기업은 전체 3만7469곳 중 콜로세움코퍼레이션, 하이리움산업 2곳이 전부다.
벤처기업 육성을 넘어 상법 개정안에 따른 경영권 위협에 대비해 상장사로의 복수의결권 확대가 필요하다는 시각도 있다. 정우용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정책부회장은 지난해 8월 국회에서 열린 한 간담회에서 2차 상법 개정안에 대해 “외부 세력의 경영권 개입은 쉬워지는 반면, 안정적인 경영환경 유지는 어려워지는 상황”이라며 “회사 주주의 장기적 이익을 보호할 수 있는 차등의결권·포이즌필(신주인수선택권) 등을 입법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대한상공회의소도 지난해 3월 ‘최근 주주행동주의 변화와 시사점 연구’ 보고서를 발표하며 밸류업 정책 기조에 따른 기업 경영권 위협 대책으로 차등의결권, 포이즌필 등 글로벌 스탠더드 수준에서 보장하는 경영권 방어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복수의결권에 대해 정부·여당은 관심이 없는 듯 보인다. 정부 출범 후 이사 충실 의무, 자사주 소각 등 대주주 지배력을 약화하는 방식의 상법 개정안을 추진했을 뿐, 복수의결권과 같이 대주주 지배력을 유지하는 상법 개정안에 대해선 건드리지 않았다.
이재명 대통령도 복수의결권에 대해 언급한 적이 없다. 국회의원 시절인 제21대 국회에서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2023년 4월 27일 본회의 통과)에 대해 ‘기권’을 행사한 게 전부다. 제21대 국회 민주당 일부 의원들은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 국회 논의 과정에서 소액주주 보호장치 취약, 지배구조 왜곡 등을 이유로 신중론을 줄기차게 제기했다.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해 상장사에 복수의결권을 전면 허용해주기보다는 비상장 벤처기업이 상장하고 3년 후 소멸하는 복수의결권 내용을 개선하는 게 현실적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최승재 세종대 법학과 교수는 “상장사에 복수의결권을 주는 것은 국민적 합의를 이루기 어렵고 국민주권정부 방향성과도 안 맞는다. 벤처에서 올라온 회사에 특별법을 일부 완화해 기존 보유 복수의결권을 상장 후에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 정도가 상장 유인책으로써 실익이 크다”며 “장기보유 주주에게 복수의결권을 부여하는 ‘테뉴어보팅(Tenure Voting)’ 제도까지 도입하면 기업 성장과 주주 보호를 병행하는 장점을 통해 상장을 촉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승준 기자
sjyoo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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