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 비즈니스 트렌드 2026 [새책]

IT조선|이윤정 기자|2026.01.11

차이나 비즈니스 트렌드 2026
이선민·권재현·문고운·박철용·박훈종·안현웅·엄운현·우하파파·이충섭·최영진·최현길·Bruce지음 | 348쪽 | 잇담북스 | 2만2000원

중국은 이제 세계의 공장이 아니라 세계 산업의 설계자가 되고 있다.

‘차이나 비즈니스 트렌드 2026’은 이 변화가 어디서 시작됐고, 어떤 구조로 작동하며, 어디까지 확장되고 있는지를 현장에서 확인한 기록이다. 이 책은 2025년 가을 베이징에서 열린 산업박람회를 출발점으로 중국 산업 전반에 흐르는 규모의 확대가 아니라 구조의 재설계라는 공통된 변화를 여덟 개 산업 영역을 통해 살펴본다.

중국 산업 전환의 출발점은 여전히 반도체다. 2014년 국가 집적회로 빅펀드로 시작된 반도체 자립 전략은 10년 동안 중국 산업 정책의 기준점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7나노 공정과 EUV(극자외선) 장비라는 장벽 앞에서 중국은 추격의 방식을 바꿨다. 중국은 ‘더 많은 자본 투입’이 아니라 반도체 이후를 대비한 인공지능(AI) 중심 전략을 선택했다. 반도체가 엔진이라면 AI는 두뇌다. 중국은 엔진 경쟁을 넘어 두뇌를 설계하는 나라로 이동하고 있다.

AI는 중국에서 더 이상 하나의 산업이 아니다. 체제에 가깝다. BATX(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 샤오미)를 중심으로 한 거대언어모델 경쟁, 세계 최대 규모의 AI 오픈소스 실험, 효율 중심 알고리즘 설계는 중국식 AI 전략의 핵심이다. 미국의 그래픽처리장치(GPU) 수출 봉쇄는 오히려 이 구조를 가속했다. 구형 칩을 조합하고 학습 효율을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비용 대비 성능을 끌어올리는 과정은 중국이 기술 격차를 ‘구조 혁신’으로 전환하는 방식을 보여준다.

제조업에서도 같은 흐름이 확인된다. 중국은 더 이상 저가 조립국이 아니다. 모바일을 지나 모빌리티와 로봇으로 확장된 제조 굴기는 BYD, CATL, 유니트리와 같은 기업을 통해 구체화됐다. 이는 생산량의 문제가 아니라 산업 생태계 전체를 결합하는 능력의 결과다. 제조는 하드웨어 경쟁을 넘어 지능, 전력, 데이터가 결합된 시스템 경쟁으로 바뀌었고, 중국은 이 전환을 가장 빠르게 구현하고 있다.

금융 역시 예외가 아니다. 중국 금융의 핵심은 자본의 크기가 아니라 자본의 속도와 방향을 설계하는 능력이다. 디지털 위안화, 홍콩을 통한 이중 금융 구조, 알고리즘 트레이딩, 공공자본 중심의 인내자본은 ‘국가 통제형 디지털 금융’이라는 독자적 모델을 형성하고 있다. 시장에 맡기는 금융이 아니라, 구조로 관리하는 금융이라는 점에서 중국은 다른 길을 걷고 있다.

소비와 콘텐츠 산업에서도 변화는 구조적이다. 중국의 럭셔리 시장은 과시 소비에서 취향의 경제로 이동했다. MZ세대에게 명품은 부의 상징이 아니라 정체성의 언어가 되었고, 브랜드는 제품이 아니라 경험을 판매한다. 애니메이션을 중심으로 한 콘텐츠 산업 역시 내수 중심 구조를 넘어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산업형 콘텐츠로 진화하고 있다.

이 모든 변화의 바탕에는 사람이 있다. 중국 기업의 치열한 조직 문화, 인재를 둘러싼 경쟁, 인재를 개인이 아닌 국가 자산으로 재정의한 정책 구조가 맞물려 있다. 정부·지방·기업이 협업하는 인재 생태계, 해외 귀환 인재와 여성 과학자를 결집시키는 시스템, 인재가 머물 수밖에 없는 환경 설계는 중국 기술 경쟁력의 가장 깊은 토대다. 중국은 자본보다 사람을 먼저 설계하고 있다.

‘차이나 비즈니스 트렌드 2026’은 중국을 과장하지 않는다. 대신 중국이 어떻게 산업을 설계하는 나라로 변했는지를 보여준다. 이 변화는 글로벌 공급망을 흔들고, 기술 경쟁의 기준을 바꾸며, 한국 산업과 정책에 직접적인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무엇을 배워야 하고, 어디에서 승부를 걸어야 하는가.

2026년을 향한 중국의 움직임은 더 이상 추격의 이야기가 아니다. 구조를 설계하는 국가로 이동한 중국의 선택은 이미 세계 산업의 규칙을 바꾸고 있다. 이 책은 그 변화의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는 드문 기록이다.

이윤정 기자
ityoon@chosunbiz.com

    본 서비스는 패스트뷰에서 제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