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력산업 과잉공급, ‘자율’로는 한계…“정책 전환해야”
||2026.01.11
||2026.01.11

석유화학·철강·배터리 등 우리 주력산업이 구조적 과잉공급 국면에 굳어진 가운데, 기업 자율에 맡긴 구조조정 방식에서 벗어나 정부 주도의 신산업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11일 산업연구원(KIET)은 '주력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한 신산업정책의 필요성과 향후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주력산업은 생산능력 확대에도 불구하고 가동률이 급락하는 구조적 과잉공급 상태에 직면해 있다. 중국의 대규모 증설 등 외부 환경 변화가 이미 예견됐지만, 기업들은 글로벌 경기 회복에 대한 낙관론에 기대 설비 감축 대신 '버티기' 전략을 택했고, 그 결과 선제 대응의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평가다.
보고서는 이러한 상황을 '서로 눈치만 보느라 누구도 먼저 나서지 못하는 죄수의 딜레마'라고 지적했다. 개별 기업 입장에서는 먼저 설비를 줄일 경우 경쟁사 대비 불리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크고, 이로 인해 자발적 구조조정이 작동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정부가 그동안 유지해 온 '선 민간 자구노력, 후 정부 지원' 원칙 역시 이 같은 구조적 한계 앞에서는 실효성이 낮았다고 평가했다.
규제 환경도 기업의 자율적 사업재편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꼽혔다. 설비 감축이나 통폐합 논의 과정에서는 생산능력, 가동계획, 원가·수익성 등 경쟁 민감 정보 교환이 불가피하지만, 현행 공정거래법 체계에서는 담합 등 부당 공동행위로 해석될 소지가 크다는 것이다. 특히 경쟁제한성 판단의 핵심인 '시장 획정' 범위가 내수인지 글로벌인지 불분명해, 기업 입장에서 위법성 예측 가능성이 매우 낮은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산업연구원은 규제 패러다임을 기존의 '내수·가격' 중심에서 '글로벌 경쟁·경제안보' 관점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단순한 가격 인상 여부나 수입 대체 가능성만이 아니라, 국내 산업 보호, 공급망 안정, 경제안보, 기간산업으로서의 필요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경쟁제한성을 판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보고서는 과거 요소수 사태를 사례로 들며, 공급망 유지와 고부가가치 산업 전환을 동시에 뒷받침하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구체적 정책 대안으로는 정부 주도성을 강화한 '선제적 사업재편' 활성화가 제시됐다. 정부가 기업의 자율안 제출을 기다리는 소극적 사후 승인 방식에서 벗어나, 사업재편 대상을 선제적으로 발굴하고 참여를 권고하는 능동적 지원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기존 나열식 지원을 산업·기업 특성에 맞춘 맞춤형 패키지로 고도화하고, 산업위기선제대응지역 제도와 연계해 지역경제 충격을 완화하는 산업·지역 안전망 구축도 필요하다고 봤다.
보고서는 “주력산업의 과잉공급 문제는 더 이상 민간 자율에만 맡겨둘 수 없는 단계에 이르렀다”며 “정부가 책임 있는 조정자로 나서 산업 전환의 방향과 속도를 관리해야 할 시점”이라고 했다.
안영국 기자 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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